종교학에 관심을 가진 고1 학생이시라니, 이거 귀하네요. 저도 종교학 복수전공자로서 몇 마디 덧붙이자면, ‘종교학(religious studies)'이란 단일한 학문이라기보다는 여러 학문들의 복합체입니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종교를 연구하면 종교사회학, 심리학적 관점에서 종교를 연구하면 종교심리학, 철학적 관점에서 종교를 연구하면 종교철학이죠.
게다가, 기독교, 이슬람, 유교, 불교, 도교, 샤머니즘 등 종교별로도 연구의 차이가 크고, 심지어 같은 종교에 대한 연구 내부에서도 의례를 중심으로 연구하는지, 사상을 중심으로 연구하는지, 역사를 중심으로 연구하는지 등에 따라 방법론이나 관점 차이가 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강대 학부 시절에 종교현상학, 신화학, 종교심리학에 관심이 많았어요. 개별 종교 중에서는 고대 근동 종교와 신화(수메르 신화, 이집트 신화, 우가릿 신화)가 재미있었고, 힌두교 수업을 많이 들었네요.
Mandala님이 추천해 주신 책들은 대부분 종교학의 주요 고전입니다. 읽으실 수 있으시다면 어지간한 대학 학부생들보다도 더 많은 지식을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그만큼 어려운 책들이다 보니, 아마 당장 독파하기에는 힘드실지도 몰라요.
고1 수준에서 읽을 만한 것이라면, 우선 신화들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신화 연구도 제대로 하려면 정말 어렵지만, 일단 이야기에 익숙해지는 게 좋지 않나 해요. 근동 신화를 좋아하다 보니, 저는 다음 책들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종교심리학 책으로는 분석심리학 입문서인 이 책이 어느 정도 쉽게 읽어볼 만 합니다. 물론, 오늘날 융의 분석심리학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입장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고, 내용이 쉽기도 하고, 신비적인 내용이 많아서 은근히 매력적익도 하고, 여하튼 여전히 중요한 사조 중 하나이기도 해서요.
종교현상학 책으로는 사실 『성과 속』이 고전이면서 가장 쉬운 책에 들어가긴 하는데, 약간 어려우셨다면 좀 더 체계가 갖추어진 다음 두 책을 추천드립니다. 역시 종교현상학의 고전들이지만, 앞 부분의 내용을 잘 파악하기만 하면 전체적으로 무슨 말을 하려는 책인지 이해하실 수는 있으실 거예요.
그와 별개로,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매우 인상적으로 읽었던 종교학-종교철학 책으로는 틸리히의 『존재의 용기』가 있습니다. 틸리히가 기독교 신학자이다 보니, 기독교적 내용이 많긴 하지만, 이 책은 더 폭넓은 관점에서 종교적 상징 일반에 대한 논의로도 읽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