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철학에 관심 있는 삼수생으로, 학부 역시 철학과로 진학하고자 합니다.
수능이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밑에 녹아져 서술될 개인적 이유로 어짜피 잠시 마음을 정리할 겸 한번 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부끄럽지만 노골적으로 이 게시글의 의도에 대한 출발점을 말씀드리자면, "나는 이런 생각을 가졌으니 인정받아보고싶다" 입니다.
제가 최근에 계속해서 떠올리는 어떤 질문이나 답들이, 관련해서 이미 논의가 존재했거나 하는 등에서 느끼는 희열이 어떤 면에서는 인정욕구로 퍼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러한 감정 자체는 이미 존재하기에 굳이 부정하지 않을 뿐이고 이런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지닐지, 철학적으로도, 그리고 또 사회적으로도, 제가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 역시 받고 싶은 마음에 최종적으로 게시글을 올리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위축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우울이나 강박은 이미 일정수준 이상이었으며 급기야 몇달 전부터는 여러가지 개인적 일들과 겹쳐 불안장애와 공황장애가 발생하고 심해져 하루하루 불안이라는 고통 속에서 삶의 방향을, 사실 어쩌면 생존을 위해, 모색해가고 더 깊게 자신을 성찰하기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기존에도 이미 철학적 주제에 대한 관심과 각종 잡생각들은 있었지만 이 시점부터 철학의 길을 걷는 것이 제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확고해져갔습니다.
병적으로 발생하는 불안에 의해 오히려 그를 탐구할 기회가 많이 생겼으며 기존의 흥미나, 평소 글을 쓰는 습관이 결합되니 시너지가 난 듯 합니다.
제가 현재까지 생각해낸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의견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스스로 떠올렸다는 점에 의의를 두려고 합니다.하하.
그리고 지금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끊임없이 수많은 생각들을 접하여 발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먼저 '불안'이란 결국 개인적 자아의 상실에서 온다고 봅니다.
이름은 불안장애일지라도 제가 기존에 가져왔던 불안들을 속속히 들여다보게 되니 기존에는 단순히 성격문제, 환경문제, 선천적, 유전적 문제로만 치부해왔던 것들이, 심지어 불안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여러 개념들이 결국엔 이 곳에서 발생한다라 '우선은' 결론짓게 되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었고 효과가 어느정도 통했던 극복 방법들의 근본은 결국엔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귀결되는 것임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부정합니다. 중요한 자리에서는 긴장을 하면서도 긴장하지 말자고 되뇌이고, 불안한 상황에서는 침착해지자고 되뇌입니다. 자꾸만 발생하는 욕구와 충동에 눈을 뺏기면서도 곧바로 후회하고 맙니다. 저는 수험판에 있으니 직접적으로 느끼는 또다른 사례 중 하나로는 '공부자극'이라는 것도 있겠습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면서도 공부자극을 원하는 모순적 상황,
이런 부조화 속에서 자아가 감춰져간다 생각합니다.
설령 떠오르는 생각이 비윤리적이거나 옳지 않다 생각되어 저절로 거부될지라도 그를 들춰내고 들여다보니,
가령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를 직면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며 탐구해보니 어느새 불안이란 것이 존재는 하여도 이 상황엔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된다면 고통이라기보단 자극 요소로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이런것을 알더라도 계속해서 다양한 양상으로 재발하고 알수없는 신체적 증상으로도 나타나며 심해지는 불안은 왜 그런 것인가 생각해보다보니,
결국 걱정이 걱정을 만들어서 즉 불안이 불안을 만드는 구조였고 의도가 의도를 만드는 구조였음을 알았습니다.
이 때는 가장 힘들었을 때이기도 한데, 어제는 어떻게 해서 불안에 대한 해결법(거시적으로 세상을 보자, 신경쓰지 말자, 할 일에 집중만 하자, 불안할 이유가 없으니까 불안해하지 말자 등등)을 만들었는데도 다음날이면 분명 같은 생각과 행동이 저를 다시 구속시키고 또다른 불안을 발현시키니 굉장히 고통스러웠고 삶의 의지조차 떨어지게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 모든것들을, 죽고싶다는 것조차 수용해보기 시작해봤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죽고 싶다면, 진정으로 두렵다면 왜 벗어나려고 하는건지? 벗어나지 못함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게될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던 때부터 사고의 확장이 된 느낌과 함께 스스로를 놓아준 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수행을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그를 계속해서 망각하고 왜 망각하는지 스트레스받고 고민하고 다시 구체화시키고 잊어버리고를 반복하다보니 잊는 것 자체도 인정하게 되어,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의 삶이 인생인 것이구나 함을 깨달았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주체적인 자아가 근원으로서 존재했습니다. 그 자아를 신뢰하고 믿는 것이 자존감 높은 건강한 삶이었습니다.
무엇을 망각하는것에 대한 우려조차 인위적인 것이었습니다.
과정 자체가 삶 자체이기 때문에 그런 흐름 속에서 나를 내버려두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면,
그리고 그에 대한 단단한 근거가 잡혀있음으로써 오히려 학습적인 면에도 굉장한 퍼포먼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그 단단한 근거를 지금으로서 떠올려보기 위해 해오던 행동들을 이진 일종의 명상이라 구체적으로 이름붙인 후 시작해보았고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고요함과 차분함을 겪었습니다.
나 라는 것을 놓아주고 버려보니 오히려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무언가를 해야함을 알면서도 나태함에 빠져 뒹굴거리고 포기한 후 폭풍후회를 반복하던 삶과, 정신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오만가지 사라지지 않는 잡생각과, 항상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한마디한마디 강박적으로 검토하고 조심하던 습관인지도 몰라왔던 생활습관 등들이 고쳐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할 수 없었던 집중이라는 것도 처음 해보고 정신없이 내가 살아온 것이었구나,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아름다웠구나 하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굳이 의도하지 않아도, 오히려 의도하지 않음으로써 나만 하지못해 갈망해오던 일상적이었어야 할 행동들까지 알아서 저절로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진실된 자아는 어떤 것이 바람직한지 이미 알고 있었고 다만 자신도 모르는 어떤 거부감으로 부조화를 일으켜 그 속에서 헤매이는 것이었습니다.
방금은 그런 거부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은 명상이 어제만큼의 효과를 보이지 않아서 (예전에 비해서는 확실히 매우 약한 정도지만 여전히 존재는 하는)집중불능과 불안으로 다시 고뇌하던 중에 떠올린 것입니다.
왜 나를 잊어버리자 나를 있는그대로 바라보자라는 생각은 나도 모르게 잊히는지, 나를 잊는다라는 것은 어느수준까지 가야하는지. 어디까지가 진정 자아인 것이고 어느 생각까지를 편하게 내버려두는 범주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내버려두자는 생각도 내버려둬야하는지, 진짜 자아가 원하는게 정녕 무엇인지, 결국 사회적인 목표와 그에 대한 열망, 도덕심과 윤리의식 등의 본질도 인위적인 것인게 아닌가 등등..
일단은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로 설명을 해보았습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제 생각은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자로서의 모습일 뿐이며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또 그러한 바꾸는 과정을 지향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알려드립니다.)
어쨌든 우리 인간들은 경험을 통해서 사회상태를 만들어낸 지금이고, 개인이 사회상태로 들어감으로써 개인적 자아의 본질적인 추구로 지향하는 것들은 부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한 사회 속에서 개인이 상황에 알맞춰 자신의 행복을 영위하기 위해 바라는 것들을 내 모습으로써 추구하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개인들의 사회계약에 대해선 생각이 더 복잡해지기 전에 수능부터 끝내고 깊게 다뤄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더불어 생활과윤리 과목에서 나를 잊으니 어쩌고 인위적어쩌구 입법권이 어쩌고 자연상태는 만만투니 백지니 어쩌구 이해도 할수 없고 단순 암기로만 접해올수밖에 없던 것들을 (위에서의 경험은 불교, 도가윤리가 매우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오도록 시작점을 끊어준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철학 사상가들의 사고과정을 톺아보듯이 실제와 연관지어 생각하고 이해해다보니 내가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진짜로 아는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처음 철학이란 것을 접했을땐 단순히 겉멋으로 좋아하는 척만 해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알면 알수록, 사실 애초에 아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두게 되니 엄청난 흥미와 관심을 느끼는 지금입니다.
더욱 성장할 제 자신을 기대하고 자신감 있게 저만의 생각을 주장할 저를 꿈꿉니다. 무엇보다 제 자신과 세상을 알아갈 생각에 설렙니다.
기왕 이렇게 인간으로 태어난 김에 철학적 사유를 즐기다 가고 싶습니다.
앞으로 마주할 현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미 흥미가 여기까지 온 이상 그런 현실이라는 것에도 이젠 억지로 어떤 것들에 관심과 노력을 쏟기보단,
이 세상 사람들의 방대한 생각의 흐름을 쭉 되짚어보고 그 속의 아주 다양한 분야들을 접함과 함께 차후 저절로 관심이 생길 것을 직업으로 삼든 해서 저만의 든든한 진리와 같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저만의 주체적인 길이 아닐까 싶네요.
꼭 철학도라는 길이 아니더라도요.
아직 제대로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수능 이후 플라톤부터 시작하여 책을 마구 읽어보고싶은 마음입니다.
보잘것 없는 얘기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