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듣고싶어요.
자기파괴의 정의, 역할, 존재이유와 배경, 등등
저는 속뇌와 겉뇌의 부조화로 인해 생기는 생리적 현상 정도로 생각하고있어요.
단순히 특정한 단어에 대해 논한다고 해서 철학적인 논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두뇌에서 생기는 생물학적 현상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이라면, (생물학의 철학이나 심리철학 같은 매우 특정한 논의 맥락이 전제되지 않는 이상) 그런 것을 딱히 철학에서 논의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흠... 그럼 철학은 무엇인가요?
진지한 학술적 논의 속에서 철학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어떤 대답들이 있느냐 하고 물으시는 거라면, 다음 책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전 newhegel님의 의견이 궁금해요!
자신의 견해를 완전히 배제하고 권위자의 의견에만 치우치는것이 철학의 근본적인 목표가 맞는지 의문이 들어요.
저는 자신의 견해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철학자들의 연구성과들을 전혀 참조하지 않은 채 자신의 견해만 내세우면 진지한 의미에서는 '철학적'인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지요.
혹 연구활동과 학문으로서의 철학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토의하는 일이 아니라 단순히 사색적인 대화를 나누고 즐기는 일을 기대하셨다면, 이 사이트는 그러한 기대와 맞지 않는 사이트라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이미 정립된 철학 이론들을 숙지한 상태로, 토론자가 자신의 견해를 그 이론들과 비교하면서 밝히는 일은 권위자의 의견만 따르는 이들의 행태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운 철학 책을 읽으면서 권위 있는 철학자들의 이론을 배우는 일은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죠. 그러니 저도 논리학 이외의 철학을 공부할 시간을 아직 거의 못 내고 있고요. 논리학은 곧 또 배울 듯합니다.
철학이 무엇인지 답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는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철학인지 정하기 어렵다는 점 아닐까요? 예를 들어, 사회 선택 이론은 철학 이론으로 여길 수 있나요?
여담을 덧붙이면, 한번은 제가 어느 수학 교육학 전공자에게 계산 가능성 이론(재귀론)도 수학의 한 분야임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수학인지 따지는 일도 어려워요.
질문을 바꿔보죠. 무엇을 위하여 철학을 하나요?
다음 물음에 대한 저만의 어렴풋한 답을 찾는 데 철학이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해서 저는 논리학을 포함한 철학을 배우려고 합니다. 단, 프로그래밍부터 배우고 나서요.
- 초등학교 및 중학교 수학을 잘 이해한, 만 15세 이상의 청소년 및 성인이 수리 논리학과 증명 보조기를 함께 배울 방법은 무엇인가?
- 어떤 사회가 더 나은 사회인가?
- 어떤 인간 행위가 더 나은 행위인가?
저는 올빼미가 조금 더 학술적인 차원의 철학적 논의를 하는 공간이 되는 것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나름대로의 입장과 논거를 갖추어 논제나 질문을 올리고 참고문헌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포럼에서 학부생 분들의 막연한 질문도 포용력 있게 받아주듯이
다소 학술적인 논의에 익숙하지 않은 게시글도 어그로가 아니라면 우리가 지향하는 철학적인 논의 방식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글이 많아지면 그 때 가서는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필요하겠지만요.
또 그렇기 때문에 학술적인 맥락에서 제시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 영문 참고문헌 목록이나 영문 자료를 업로드 하는 것으로 짤막하게 답변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는 '자기파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충분히 철학적인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What is X?'라는 고전적인 철학적 질문의 형식을 가지고 있구요.
다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은,
앞서 @TheNewHegel 님이 말씀하신대로 이 포럼은 단순히 사색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답답해 보일지언정 여러 참고문헌들을 나눠가며 작은 논점들에 관해 의견을 검토해보는 학술적인 작업을 지향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포럼에서의 답변 방식은 글쓴이 분이 원하는 바가 아닐 수 있습니다.
우선 '자기파괴'라는 말의 정의가 어떤 맥락에서 왜 필요한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정의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가 지적인 노력을 쏟기에 충분한 이유가 아닙니다.
어떤 맥락에서 자기파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설명은 주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이 없기 때문에
라고 말씀하셨을 겁니다.
그러니 글쓴이 분께서 '자기파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 배경이나 문제되는 맥락을 알려주시면 이 이야기는 좀 더 철학적인 맥락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자기파괴에 대한 글쓴이 분 나름의 이해 방식이겠지요?
우선 모든 사람이 글쓴이 분이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다. '속뇌와 겉뇌의 부조화'라는 게 무엇인지, 왜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등을 함께 서술하시는 게 입론의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용적으로는 몇 가지 생각을 더 해볼 수 있겠습니다.
(ㄱ) 우선 '자기파괴'라는 말의 의미를 묻는 맥락이 불확정적입니다. 가령 '그런 생각은 자기파괴적이다', '그가 생각해낸 계책은 결과적으로 자기파괴적이었다'라는 식의 문장에서 쓰인 '자기파괴'는 글쓴이 분이 이해한 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좀 더 중심적인 의미, 이를테면 자살이나 자해 등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행위들... 뭐 이런 걸 의미하는 것이겠죠?
(ㄴ) 글쓴이 분의 아이디어는 '자기파괴'라고 불리는 일종의 현상은 속뇌와 겉뇌의 부조화를 원인으로 갖는 사건이라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속뇌와 겉뇌의 부조화가 야기하는 현상은 모두 자기파괴인가요? 만일 그렇지 않다면 자기파괴는 그것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현상 중에 하나에 불과할 겁니다. 게다가 설령 그 부조화가 자기파괴라는 현상을 유일한 결과로 갖는다고 하더라도 자기파괴가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썩 나아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엔 지금 맥락에서는 자기파괴라는 범주에 속하는 여러 양상들의 원인을 따질 게 아니라, '자기파괴'라고 부를만한 하위 양상들과 그것의 공통점을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해보입니다. (물론 그걸 왜 성찰해봐야 하는가가(1번) 어느 정도 해명되어야 할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ㄷ) 무엇이 철학적 질문이고 무엇이 아닌가를 나눌만한 뚜렷한 기준이 있을까 저도 의심스럽긴 합니다. 그러나 철학적 담론에 숙달되면 어떤 것이 철학적 질문인지 아닌지를 대략적으로 "감 잡을 수" 있어지긴 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파괴의 원인이 무엇인가?" 혹은 "자기파괴의 생리적 기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더 이상 철학적인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자기파괴에 속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혹은 "(다른 개념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자기파괴'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은 좀 더 철학적인 질문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글쓴이 분이 궁금하신 게 어느쪽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의 성격을 한 번 생각해보는 건 분명히 철학적 활동 중에 하나입니다.
철학하는 하루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