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크로스 오버해야한다!
저는 읽은 책을 가지고 서평을 작성해본 적없는 신출내기입니다. 또한 철학에 대한 깊은 조예도 없는 사람이란 걸 감안해주시고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들어가는 말과 1강을 읽을 때만 하더라도 술술 읽히고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자극을 받으니 기분이 고양되었습니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철학의 길이라는 책은 읽는 나도 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읽혔습니다.
이승종 교수님은 책에서 오늘날 철학의 상황은 ‘위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하시며 반시대적 사유가 친시대적 사유로 변모하고, 진리보다는 편리가, 지혜보다는 매뉴얼이, 사상가보다는 전문가가 더 대접받는 것이 우리 시대의 모습이라며 비판하며 철학의 본래적 모습을 말씀해주시는데 철학의 본래적 모습이란, 세상의 깊이와 넓이와 이치를 헤아리고, 그 가운데에 던져진 내가 그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포스트모니즘의 시대에 나의 주관이 옳고 관찰 가능한 것만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시대에 이치를 헤아려보려는 노력을 하는 철학이 나의 마음을 뜨겁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교수님께서는 관찰 가능한 것만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이른바 ‘물질주의’의 큰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것은 물질주의가 지닌 반생명성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내재해 있는 영성과 신성을 회복하여 이에 부합하는 친생명적인 철학을 ‘부활’시키는 과제가 절실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1강까지만 하더라도 철학 신출내기인 저도 술술 읽혔지만 2강에서부터 철학에 대한 어느정도의 선이해가 바탕이 된다면 더 깊은 저자의 의도를, 그 단어에 담긴 깊이를 묵상할 수 있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선이해가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책의 대화형식을 빌어 중간중간 윤유석님의 질문을 통해 철학자의 개념을 설명해줍니다. 책에 나오는 데리다,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후설 뿐만아니라 이교수님은 동양철학까지 손을 뻗습니다. 그렇게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유사점을 지목하고 내지는 상호보완적인 요소로 동양인이 우리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양적 DNA와 서양화된 교육을 통해 형성된 서양적 사고를 크로스 오버를 시도하시는 부분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리보다는 통합을, 한 개인의 주관을 나타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는 1인칭이 아니고 세계의 객관을 나타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3인칭도 아니고 나와 너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2인칭 사유를 주목하는 것에 함께 사유하고 대화하는 공존의 느낌을 받아 소외를 느끼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교수님의 거대한 지평에 감탄을 그치지 못하며 상대를 왜곡하거나 왜소화하거나 자의적으로 칼질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의미나 의도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크로스오버를 잊지 않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니 저도 세상의 이치를 공부함에 있어 동떨어져 있는 것같이 인식되는 것들도 다시보고 연결해서 더욱 풍성한 의미를 도출해내보는 가슴 벅찬 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