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창 교수에 대한 재반론

저 역시 지성사에 대해서는 얄팍한 지식만 갖고 있습니다만, 지성사가 맥락이나 아비투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반대로 텍스트"만"을 강조해서도 안되고요. 아주 거칠게 말해서 언어맥락과 텍스트연구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어쩌면 이로 인해서 이우창 교수는 "철학사-1"과 지성사가 이미 "both historical and philosophical"을 달성하고 있고 따라서 "철학사-2"의 층위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제가 보기에 철학과에서 "철학사-2" 층위의 발흥은 꽤나 최근에 이루어진 일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소위 대륙철학(="철학사-1")과 분석철학(="철학" 혹은 "철학사-3") 사이의 대립이 워낙 명확해서 서로 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미권의 연구자들이 여러가지 배경에서 대륙철학을 수용하고 이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과정에서 영미권 특유의 "philosophical" 전통에 대륙권의 축적된 "historical" 연구가 수용되었고 이를 통해 "철학사-2"의 층위가 현재는 "철학사"에서 매우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된 거죠. 이러한 배경을 본다면 "철학"이나 "철학사-3" 역시 "철학사-2"에 무관한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 보입니다. "철학"이나 "철학사-3"에서의 논변, 주제, 논쟁들이 "역사적" 수준과 호환가능한 한에서 "철학사-2"의 연구에 매우 큰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의 스트로슨의 예시는 이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얼마 전 @Thesocial 님이 소개해주신 김은주 교수의 서술이 이러한 과정을 잘 대변할 것 같습니다.

즉 과거의 철학텍스트를 해석하는 일은 심지어 "철학사-3"이나 "철학"의 층위와도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 영역은 당연하게도 "철학사-1"에 머무르는 태도로는 접근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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