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무력에 관한 소고

뭔가 이상해서 올려 봅니다. 이성의 빛이 약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무력'을 좁게 쓰는 것처럼 생각되네요 :melting_face:

이 흐름을 달리 따라가면 법이 폭력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 그 말이 저에겐 이상하게 들립니다. 정치철학 분야를 많이 생각해본 적 없어서 당장 떠오르는 직관만 이야기하자면: "법의 의도(목적)가 이러저러한 자유의 침해자를 벌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력에 의한 것이지만 폭력적이지는 않다."

  • 이런 논의의 검색 키워드도 궁금합니다. 법이 폭력적이라는 논의는 봤는데, 법이 무력에 기반'함에도 불구하고 현상 유지를 옹호하는' 논의는 지금껏 딱히 확인을 못 했네요.

<이하 소고>

말로 설득되지 않으면, 무력을 써야 한다.

  • 평화적 방법이 아니면, 비평화적 방법; 폭력적 방법이 아니면, 비폭력적 방법을 써야 하는데, 말이 되지 않았다면 무력 외에 남는 것이 없다.
  • 모든 사람이 모든 논쟁적 주제에서 자신의 옳음을 관철하는 편이 장려된다면, 말로 설득되지 않았을 때 무엇이 남는가?

최소한 마키아벨리 시대에는. 그러나, 현대에도?


말(글)로 된 법을 통해 법정(의 권위)에 호소하는 것이 정말로 평화적 방법이 아닌가? 법을 국가로부터의 무력으로 볼 수 있는가: 법이 합의로 제정되었는데도?

  • 강제적이기는 할 지 몰라도, 그리고 최근에는 강제적인 것에 '폭력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해도, 무력(forza) 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그렇다면 힘(potenzia) 인가?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 forza는 강제, 물리력, 억지력 등이고 potenzia는 권위, 권한 등인데, 그렇게 이해한다면 그래 보인다.
    • 마키아벨리와 다른 방식으로 용어를 쓸 것이라면 처음부터 다른 용어를 고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단순 potenzia가 아니라, forza에 기인한 것 (Il Principe 3장)을 말한다.
      • 법이 forza에 기인한 potenzia이지 않은가: 합의하지 않거나 합의에 따라 이행하지 않으면 그때 그가 받는 것은 forza이고, 자체로는 potenzia이므로, 기반을 forza에 둔 potenzia라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무력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현대에는 당대(마키아벨리 때까지 내려온 이후에도)와 다른 제3의 선지가 있지 않은가?

  • 관용: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나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
  • 무시: '나는 이렇게 선택한다.' (너의 선택이 어떻든 간에)
    • 이런 선지는 결국 평화적, 비폭력적 방법이지 않은가: 평화적 방법"이 아니면" 비평화적 방법, 폭력적 방법"이 아니면" 비폭력적 방법이라는 앞선 언명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

현대에서 말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행된 폭력의 경우 저지른 사람이 응분의 벌을 받는다.
Potenzia에는 호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래야 한다 (달리 해결하려 들면 안 된다: 사적 제재의 금지).
결국 현대에도 말로 설득되지 않았다면, 무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또 그러게 된다).
궁극적으로 forza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법에서 벗어나야 하는 필요(need)를 주는 것은 아니다.

<소고 끝>

<P. S.>

'Potenzia/를 '무력'으로 번역한다면 결국 법은 폭력이라는 귀결이 발생하며, 이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power'의 의미로 쓰인 (것으로 해석되는) 'potenzia'는 'enhancing'과도 유의어라는 점에서, 'potenzia'를 '힘'으로, 'forza'를 '무력', '폭력'으로 해석하며 전자를 '권위'와 유의어 내지 동의어로 읽으면 법이 폭력이라는 귀결을 회피할 수 있다.

이 수정 사항은 내가 볼 때 ad hoc하지 않다. Il Principe의 'forza와 'potenzia' 개념은 각각 'force; ability to deal with sth'과 'enhancing; empowerment'로 이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리고 이 어휘들이 Il Principe에서 차용한 것임을 생각할 때, 이 수정은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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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합의를 통해 제정된 법일지언정, 여전히 비-평화적 방법일 수도 있고, 무력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1) 애초에 법이 특권층의 합의에 의해 제정된 것일 수도 있고, (2) 법이 대다수 인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소수의 의견은 배제된다는 점에서, 법이라는 '보편'의 이름으로 '특수'를 배제 혹은 흡수하기에 여전히 비-평화적이고 사실상 무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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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이쪽은 법철학 쪽에서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바로 떠오르는 키워드는 '정당한 폭력'이고, 철학자는 '홉스' 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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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의 《폭력 비판을 위하여》가 참고가 되려나요? 물론 저는 안 읽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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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감사합니다!! 정당한 폭력 키워드와 홉스를 참고하겠습니다.

저에게는 특권층이나 다수에 의한다 (그래서 소수가 배제된다)는 점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권층의 경우 그들이 그것을 누리게 된 근거가 있지 않았겠냐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수에 대해서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소수에 대해서는, 그들을 배제하는 것이 (왜) '폭력'인가? 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내용을 통해, 소수에 대한 배제도 폭력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눈으로만 보는 사람"과 "만져서 아는 사람"의 구분을 차용하자면, 후자가 소수인데 법에서 이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면? 또는 눈으로만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의 권리는 다루지만 만지기까지 할 때 가능한 일들의 권리는 무시한다면?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소수를 배제하는 것이 폭력이겠다고 생각합니다.

특권층에 의한 폭력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즉 반뿐인 생각이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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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법은 폭력인가 - 라고 검색했을 때 그 책을 다룬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