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적 자연'과 '내적 자연'?

마찬가지로 <<계몽의 변증법>> 국문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서구 문명의 전환기에 (...) 새로운 국민들과 계급들이 '신화'를 더욱 결정적으로 배격할 때마다, 자연 전체를 소재로 격하시키고 대상화시킨 결과인 위협적인 정체불명의 자연에 대한 두려움은 애니미즘적인 미신으로 전락해버리면서 또다시 내적 자연이나 외적 자연의 정복이 삶의 절대적 목표가 되었다." (<<계몽의 변증법>>, 국문복 64쪽.)

이 구절에서 '외적 자연'이라고 함은 단순하게 이해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 왜냐하면 자연, 혹은 자연적 대상은 인간이나 그 인간의 사유 안에 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테니까요 - 다만 '내적 자연'이라는 표현은 쉽게 이해가 안되네요.

위와 같이 외적 자연을 '객체'로 이해한다면 내적 자연은 자동적으로 '주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한데, 1) 일단 이런 치환이 적절한지도 잘 모르겠고, 2) '주체성'과 '객체성' 내지 '인간(의 자아)'와 '(인식) 대상' 등과 같이 조금 더 일상적인? 표현으로 나타내는 것과의 차이점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내적 자연'과 '외적 자연'이라는 용어가 아도르노에게서, 혹은 더 나아가서 독일 관념론의 맥락에서 특정한 함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ps. 이것은 번외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계몽의 변증법>>의 번역은 정말 별로군요... 위의 문장도 사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 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 애니미즘적인 미신으로 전락해버리면서 또 다시 ~ 목표가 되었다." 라는 부분을 "~ 전락하게 되었고, 그 결과 ~ 목표가 되었다."라고 옮기는게 어떨까 싶어요. 위의 번역은 자연에 대한 두려움이 애니미즘적인 미신으로의 전락하게 된 현상이 외적/내적 자연의 정복의 이유가 되었다는 의미를 잘 전달하지 못하고, 단순히 시간적인 전후 상황만을 전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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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자연"이라는 용어는 인간의 합리적 사유능력과 대비되는 인간의 충동, 욕구, 경향성 등 이른바 인간의 본성(Natur)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계몽의 자연지배는 인간 밖의 세계를 파악하고 통제 하에 두는 일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욕구 및 경향을 이성적 의지에 종속시키는 일 또한 포함합니다.

이와 관련해 다음의 설명 또한 참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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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지만, 저도 TheNewHegel님 의견대로 '본성'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네요. 'nature'라는 단어에 '자연'과 '본성'이라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그 둘을 각각 '외적 자연'과 '내적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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