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공부 질문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과에 재학하고 있지 않은 학부생입니다.

철학에 입문하는 제 개인적인 태도와 관련해서 철학에 먼저 몸 담고 계시는 분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질문 드리게 되었습니다.

요즘 철학사 책을 조금씩 읽으며, 관련 영상이나 자료들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철학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1.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엇인가 ?’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 ‘ ’ 안의 문구가 추상적인 표현이긴 한데, 그 의미를 최대한 잘 설명해보자면, 정규교육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지금의 저는 어떤 것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 그리고 구조에 의지해서 어찌저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

  2. ‘제가 가졌던 의문이나, 생각을 정합적인 틀 내에서 더 깊게 전개했던 사상가’ 들을 찾아서 읽고 이해하고 싶어서 입니다.

1.2.를 위해, 저는 먼저 ‘인류가 품어왔던 모든 전반적인 의문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윗 문단에서 ‘개략적으로’ 라는 말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서, 입문 단계에서 이게 어느 정도의 깊이로 들어가야 하는지가 감이 잘 안 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각 사상가들의 철학을 파고드는 것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 예를 들어 저는 존재의 시간을 명확히 독해하려면 아무리 짧아도 1년 정도의 시간동안 그 책을 붙들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때문에, 어떤 사상 속에 매몰되어 큰 개념의 지도를 잃어버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철학의 명확하고 거대한 개념지도를 너무나 갖고 싶은데, 이는 그 흐름과 사상들을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독해할 수 있을 때 그려볼 수 있는 것일까요 ? (적어보니 좀 너무 추상적인 질문 같기는 합니다 ..)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도식이나, 철학의 지식구조를 알고 싶은데, 위의 도식도 유튜브 채널에서 퍼 온 것이라, 이런 하위 항목으로 각각의 개념을 다루는 것조차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나누어 놓은 것을 보면, 존재론과 인식론의 교집합은 없는 것인지, 존재론은 정확히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와 같은 의문을 해결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이런 전반적인 개념의 지도를 그려가는데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 지 조언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정말 궁금한 것은, 철학을 오래 하신 분들은, 사상가의 철학들을 어떤 분류체계로 어떤 하위항목으로 나누어서 머리에 넣어두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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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굉장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 말고는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네요 ㅎㅎ....

표를 보면, 철학의 분과 (횡축)과 역사적 발전 (종축)을 모두 따지고 있는데......철학의 분과/영역을 따지는 것만 해도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데, 역사적 발전까지 따진다라...저로서는 무리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것은 굉장히 당연한게, 존재론/인식론은 딱 무슨 연구 영역이나 연구 방식으로 형성된 분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존재/지식에 대한 질문들을 다루는 것이라고 짧게 말하긴 하는데, 문제는 이게 이천년 동안 쌓였고 그 과정에서 원래 질문과는 꽤 차이가 나는 질문들까지도 학자들이 존재론/인식론으로 다루어서 연구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분야는 너무나도 방대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가족 유사성'이랄까요. 하나의 통일된 질문을 가진 학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거대한 "존재론 가문"인 셈이죠.
게다가 각 질문들은 겹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예컨대, "시간이란 무엇인가?"가 존재론에 포함되어 있긴한데,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굉장히 모호합니다.

시간이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 요정도는 존재론 혹은 형이상학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물리학의 철학의 영역이기도 하겠죠.

한편 이와 독립적으로,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는가? ; 요정도는 다시 인식론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동시에 물리학의 철학이기도 하죠.)

(2)

개인적으로 해드릴 말은, 큰 단어와 분류 체계에 집중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차피 철학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어떤 개념에 대한 무슨 질문인지가 저한테는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네요.

존재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라기보다는 "있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고, 인식론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보다는 "지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게, 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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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개념지도(?)가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과연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저로서는 다소 의문이 있습니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런 식의 개념지도를 진지하게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하물며 전공자조차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가지고 있지도 않은 개념 지도를, 비전공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지려 한다면, 그 개념지도가 과연 얼마나 유의미한 것인지는 상당히 의심스럽겠죠. (당장 위에 올려주신 개념지도만 하더라도, 각 시대와 분야에 대해 조금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 하는 순간 너무 빈 틈이 많은 지도가 되어버립니다.)

차라리 쉽지만 신뢰할 수 있는 철학사 책을 한 권 고르셔서 열심히 읽어보시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굳이 개념지도를 만들려고 하신다면, 다른 사람의 지도를 빌리기 보다는 outhrealizm님이 읽으신 철학사 책을 나름대로 정리하시면서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철학 비전공자시라면, 다음 철학사 책을 추천드립니다.

안광복 선생님의 철학사 책은 매우 쉽지만 상당히 신뢰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들이 네이버에 연재될 때부터 읽었는데, 제가 아는 한 가장 쉬운 대중적 철학사 해설서이면서도 각 철학자들의 핵심을 놀라울 만큼 아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철학 사조들 사이의 관계를 대략적으로 구조화하고 있기도 해서, 아마 outhrealizm님의 갈증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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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 책도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