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적 심리학, 초월론적 현상학, 보편적 학문: 에드문트 후설, 「현상학」

후설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기고한 논문 내용을 요약하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개요 부분과 현상학의 의의를 다루는 부분의 내용을 발췌해두었어요. 전문은 제 블로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이 글의 내용으로 후설의 현상학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도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해요.

현상학적 심리학, 초월론적 현상학, 보편적 학문: 에드문트 후설, 「현상학」

https://blog.naver.com/1019milk/222103953991

개요

후설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제14판 제17권의 「현상학(Phenomenology)」 항목에서 현상학적 심리학과 초월론적 현상학을 중심으로 현상학의 의미와 의의를 해명한다. 그의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a) 순수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순수 심리학은 ‘현상학적 심리학’을 통해 정초된다. 여기서 현상학적 환원과 형상적 환원은 현상학적 심리학을 성립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b) 현상학적 심리학은 인식의 정당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초월론적 현상학’을 함의한다. 여기서 초월론적 환원은 현상학적 심리학이 초월론적 현상학으로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c) 초월론적 현상학은 실증과학과 철학이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보편적 학문’이다. 여기서 현상학은 모든 철학적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으로 제시된다.

초월론적 현상학과 절대적 정초 속의 보편적 학문인 철학

(1) 초월론적 현상학은 보편적 존재론이 그동안 수행하고자 한 탐구를 성취한다. 초월론적 자아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은 결국 존재하는 ‘​모든 대상’에 상응하기 때문이다. “모든 초월론적 현상을 다루는 학문인 현상학은 당연히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든 존재자에 관한 선험적 학문이다.”(후설, 1927: 349) 즉, 초월론적 자아를 통해 세계에 존재타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초월론적 현상학은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해명하고자 하는 보편적 존재론이다. 보편적 존재론은 초월론적 현상학을 통해 독단을 벗어나 세계를 정초하는 학문으로 성립한다. “이에 따라 실증성 속에 있는 단지 겉모습의 보편적 존재론에 대립해서 철저하게 수행된 현상학은 참된 보편적 존재론이다. 바로 이 존재론을 통해 단지 겉모습의 보편적 존재론의 독단적 일면성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점이 극복되고 있으며, 어쨌든 현상학은 겉모습의 보편적 존재론의 정당한 내용들을 지향적 구성 속에서 근원적으로 정초된 것으로서 그 자체 속에 포함함에 틀림없다.”(후설, 1927: 349-350)

(2) 마찬가지로, 초월론적 현상학은 정밀한 과학을 정초한다. 세계에 존재타당성을 부여하는 보편적 존재론은 당연히 각각의 정밀한 과학에도 존재타당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초월론적 자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소위 ‘​유럽 학문의 위기’를 극복하여 정밀한 과학을 안전하게 성립시킬 수 있다. 여기서 정밀한 과학은 판단중지와 기술을 바탕으로 정당화되는 ‘​형상적 존재론’으로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선험적 학문들, 즉 초월론적 소박함 속에 형성된 학문들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현상학적 정초만이 그러한 학문들을 방법적으로 완전히 정당화되는 진정한 학문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동시에 그 학문들은 실증적(독단적) 학문이기를 곧바로 중단하고, 보편적인 형상적 존재론으로서 현상학의 독자적이지 않은 분야들이 된다.”(후설, 1927: 350)

(3) 따라서 현상학은 경험적 학문의 진정한 형태이다. 실증과학과 현상학은 서로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경험적 학문이 해명하고 있는 우주는 현상학을 통해 자신의 토대를 얻는다. 실증과학은 현상학적으로 정당화된 우주를 대상으로 사람들이 상호주관적으로 성립시킨 학문의 체계이다. “그러므로 사실성의 보편적 학문의 진정한 형태는 현상학적 형태이며, 이러한 것으로서 사실성의 보편적 학문은 가능한 초월론적 주관성 일반에 관한 학문인 형상적 현상학의 방법적 토대 위에 있는 사실적인 초월론적 상호주관성에 관한 보편적 학문이다. 따라서 형상적 현상학 뒤에 따라오는 ​경험적 현상학의 이념 ​이 이해되고 정당화된다.”(후설, 1927: 351)

(4) 따라서 현상학은 ‘​보편적 철학’이다.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보편적으로 해명하는 유일한 학문은 현상학을 통해 구체화된다. 우리는 현상학이 정초한 보편적 존재론을 ‘제1철학(Erste Philosophie)​’으로 삼아 사실의 영역을 탐구하는 경험적 학문을 ‘​제2철학(Zweite Philosophie)’으로서 성립시킨다. “바로 이와 더불어 철저한[근본적인] 자기정당화에 근거한 보편적 학문으로서 철학(이것이 고대 플라톤적 의미, 또한 데카르트적 의미에서유일한 학문이다)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철학의] 개념이 복원된다. 방금 언급한 확장된 의미에서 엄밀하고 체계적으로 철저히 수행된 현상학은 ​모든 ​ 진정한 인식을 포괄하는 철학과 일치한다.”(후설, 1927: 351)

(5) 따라서 현상학은 철학이 해명하고자 하는 ‘최고의 궁극적 문제들​’에 대답하는 학문이다. 보편적 철학으로서 현상학은 초월론적 자아가 지닌 내적 체험을 바탕으로 모든 철학적 사안을 다루어나가고자 한다. “모든 이성적 문제와 전통적으로 어떤 특별한 의미에서 철학적인 것으로 특징지어진 것 또한 현상학 속에 자신의 위치를 얻는다. 왜냐하면 초월론적 경험 또는 형상적 직관의 절대적 원천에 입각해 그 문제들은 현상학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진정한 형식화와 그 문제들을 해결해갈 수 있는 길을 찾기 때문이다.”(후설, 1927: 352) 즉, 우리는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 미학을 현상학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다. 철학의 개별적 영역이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현상학적으로 조명될 때에야 비로소 올바르게 대답된다. “요컨대 형이상학적 목적론의 문제, 윤리적 문제, 역사철학적 문제는 유의미한 모든 문제 일반이나 초월론적 정신성(Geistigkeit)의 가장 내적인 종합적 통일체와 그 질서 그 자체 속에 있는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명하게 판단하는 이성의 문제들 못지않게 현상학의 테두리 안에 놓여 있다.”(후설, 1927: 353)

(6) 따라서 현상학은 모든 철학적 대립을 해소한다. 가령, 우리는 초월론적 자아가 지닌 의식의 주관성에 극도로 일관되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주관주의를 극복하여 객관주의로 나아간다. 우리는 초월론적 자아가 자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구성한 세계를 극도로 일관되게 해명하는 방식으로 상대주의를 극복하여 절대주의로 나아간다. 우리는 초월론적 자아에게 주어지는 내적 경험을 극도로 일관되게 기술하는 방식으로 경험론을 극복하여 합리론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대립되는 양극은 사실 진리의 한 측면만을 기술하고 있는 입장으로 폭로된다. 의식작용에 대한 탐구와 의식대상에 대한 해명은 애초에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주어진 것에서 추상적으로 높은 것으로 계속 나아가는 현상학의 체계적인 작업을 통해 고대부터 전승된 철학적 관점들의 다의적인 대립명제들, 즉 합리론(플라톤주의)과 경험론,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주관주의와 객관주의, 존재론주의와 초월주의, 심리학주의와 반(反)심리학주의, 실증주의와 형이상학, 목적론적 세계파악과 인과론적 세계파악 같은 대립명제들은 저절로 그리고 논리적 변증법의 기술(技術)들이 없어도 또 허약한 노력이나 타협이 없어도 해소된다.”(후설, 1927: 353)

참고

Husserl, E., “Der Encyclopedia Britannica Artikel” (Vierte, letzte Fassung), Phänomenologische Psychologie: Vorlesungen Sommersemester 1925 (Hua IX) , W. Biemel (Hg.), Dordrecht: Springer-Science+Business Media, 1968, 277-301.
________________., ““Phenomenology” Edmund Husserl’s Article for the Encyclopaedia Britannica (1927)”, R. E. Palmer (trans.), Journal of the British Societyfor Phenomenology , Vol. 2(2), 1971, 77-90.
________________.,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현상학적 심리학』, 이종훈 옮김, 한길사, 2013 [1927], 325-355.

4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