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공부에 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철학에 관심이 있는 학부생입니다. 현재 1학년으로, 대학에서는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간 올라오는 글을 보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데, 다름이 아니라 철학 공부에 대해 조언이 필요하여 이렇게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철학을 공부하려는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간 저는 사회학 외에도 문학 이론들을 공부해 왔는데, 문학 이론을 공부하다 보니 이러한 이론들이 철학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문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기 위해 해당 이론들이 기초한 철학적 입장을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면서도 하버마스 등 정치철학자들이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데 반해, 그 맥락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철학 공부가 필수적이라 느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제 관심은 철학함이 아닌 철학사에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여러 맥락들에 정통하여, 현대의 학자들이 어떤 위치에 서서 말하는지를 알고 보다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세운 계획이 있습니다만,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듯해 조언을 부탁드리려 합니다.
우선 제 계획은 여름 방학 중으로 KOCW에 올라온 가톨릭대학교의 고대철학사와 중세철학사 강의를 듣는 것이며, 2학기에는 그렐링의 <철학적 논리학>과 어빙 코피의 논리학입문을 읽으려 합니다.
철학사를 공부하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해서이고, 논리학 책을 읽으려는 것은 방법을 습득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계획을 세웠지만 철학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탓에 공부하며 실수를 저지르거나, 또는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한 것은 아닌지 두렵습니다.
계획에 있어 보완하면 좋을 점이나, 또는 우려할 만한 점이 있을까요?
서강올빼미 여러분께서 고견을 남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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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혹시 다니시는 학교에 철학과가 없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길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학점도 채울 수 있는데 굳이 kocw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복수전공을 권유합니다.

  2. 철학사적 맥락을 알고 싶은게 목적이라면, 굳이 철학적 논리학을 공부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명징하게 독해하는 것이 철학적 논리학 공부의 이유라면, 물론 철학적 논리학 공부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3. 문학 (비평) 이론이나 정치사회철학을 공부하는게 주요 목적이라면, 고중세 철학은 좋은 철학사 책을 읽고 빠르게 넘어간 후에, 근현대 철학에 좀 더 집중해 보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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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씀 감사합니다! 확실히,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큼 좋은 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1학년인 관계로 다중전공을 신청할 수가 없기에 세웠던 계획인데, 말씀을 들어보니 교양수업을 위주로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철학사적 맥락을 알고 싶기도 하지만, 철학적 논리학을 배우고 싶은 것은 명료하게 사고하고, 글을 쓰고 싶어서입니다. 명료한 사고를 수사로 꾸미는 것과, 정돈되지 않은 사고를 수사로 덮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은 제가 철학적 논리학을 잘 모르는 관계로, 이에 대해서는 더욱 적합한 다른 수단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3. 집에 힐쉬베르거 철학사 상권이 있기는 한데, 독학용으로 무리가 없을까요? 그리고 혹시 근현대 철학에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 있을지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힐쉬베르거의 것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저는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로 철학사를 읽었습니다. 근대 철학사로는 <코플스턴>의 <합리론>과 <경험론>이 많이 읽히긴하나 헤비하긴 합니다. 유사한 질문이 올라온 적 있습니다. 다음 글을 참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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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pisten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2. 문학 이론의 철학적 토대를 검토하신다면, 문학 비평 이론들의 논리적 구조를 분석하고 뿌리에 해당되는 아이디어에 철학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검토하는 방식일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그런 것이라면 그렐링의 <철학적 논리학>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문학 비평 이론의 철학적 토대가 되는 철학적 사유방식은 구조주의 언어학, 현상학, 실존주의, 탈구조주의, 역사주의, 페미니즘 등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책은 분석적 전통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피의 <논리학입문> 책은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드릴 말씀은 없네요..

  3. 저는 <러셀의 서양철학사>로 철학사를 읽었습니다. 힐쉬베르거, 코플스톤, 앤서니 케니의 책도 부분적으로 참고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케니의 책이 가장 쉽게 읽히고 내용도 풍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물별, 주제별로 책이 구성되어 있어 길을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힐쉬베르거의 경우 제 경험으로는 상당히 전문적이어서 독학하기 어려웠던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고중세철학사 서술에 강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학을 하신다면 케니의 책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amin님의 학문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근대 철학에서 시작하는 <철학과 굴뚝청소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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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확실하지 않으니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기를 우선 추천드립니다만,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은 제가 기호논리학 수업 예습할 때 사용했던 서적입니다. 다른 대학교 (아마 서울대)에서 논리학 수업 교재로 활용된 것을 보고 제가 한번 본 것인데, 물론 추론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기호논리학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습할 때 대부분의 예제를 (자연 언어로 하는 논증 제외하고) 풀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래됐긴 하다 보니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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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문학 이론 쪽은 저도 간접적으로나마 계속 관심을 갖는 분야라서 더 반갑네요.

저는 논리학 공부를 꼭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언어철학도요. 특히

문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기 위해 해당 이론들이 기초한 철학적 입장을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라든가

명료하게 사고하고, 글을 쓰고 싶어서입니다. 명료한 사고를 수사로 꾸미는 것과, 정돈되지 않은 사고를 수사로 덮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와 같은 목표를 위해서라면 말입니다.

기존의 이론들에 대해서 비판적 수용 및 창조적 수용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이론의 핵심이 되는 텍스트 및 그 맥락에 대한 명확한 이해그것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무엇을 근거로 들고 있는지를 재구성하고 비판하는 것이 모두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의 철학사적 지식과 어느 정도의 논리학적 지식은 모두 필요합니다.

그렐링의 <철학적 논리학>은 사실 언어철학에 좀 더 가깝습니다. 지금 당장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꽤나 다양한 언어철학적 주제들을 잘 소개하는 책이긴 합니다.
어빙 코피의 <논리학 입문>은 답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난점입니다. 저는 차라리 최원배 교수님이 쓰신 <논리적 사고의 기초>나 이병덕 교수님이 쓰신 <코어 논리학> 같은 책을 더 추천드립니다. (좋은 학부 강의가 있다면 시험 준비 빡세게 해가면서 공부해보는 게 더 좋겠지만요)

논리학이 단순히 형식 논리적 계산을 위한 거라고, 언어철학이 전문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하시지 마시고, 글을 분명하게 읽고 쓰기 위해 제기될 수 있는 질문들, 예컨대 "이 사람이 쓴 이 문장은 말이 되는 문장인가?", "내가 쓰는 이 문장은 내가 의도한 그 뜻을 담고 있는가?", "이 문장의 논리적 의미는 무엇이고, 그것으로부터의 귀결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들을 다루기 위해서 필요한 제반 지식을 갖춘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치만 이제 1학년이시니 너무 힘주지는 마셔요. 공부는 재밌게 해야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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