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에서 대학원을 준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현재 저는 연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철학이 본전공은 아닌데, 철학과 대학원을 지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수업을 듣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었습니다.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더라도, 뭔가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느낌을 늘 받아서 고민이 되던 참이었습니다. 수업 성적이 좋은 편임에도 무언가 머리에 남는 것은 잘 없더라고요. 게다가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도 모르겠어 공부 방법에 대해서 질문 남겨봅니다.

  1. 철학에 대한 어떤 공부를 (수업에 더해) 할 수 있을까요? 수업에서 소화한 텍스트를 혼자 읽어는 보지만, 늘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읽을만한 텍스트나 논문을 찾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2. 어떻게 관심 분야를 설정하고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을까요? 제가 처음 철학을 하겠다고 마음먹을때와 현재 철학은 전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해도에 따라서 어떤 분야인지가 전혀 달리보이는데, 이해가 부족할 때 어떻게 분야에 대해 알고 전공을 설정할 수 있나요? 또한 특별히 관심 가는 분야가 있지는 않고 두루두루 다 재미있어 보여서 고민인데, 전공을 정할때 어떻게들 정하셨나요?

  3. 어떻게 좋은 질문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사실 수업을 들을 때 강의해주신 내용은 잘 이해가 되고, 내용 이상의 학술적인 무언가는 잘 떠오르지 않아 질문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질문을 많이 던져보려고 하는데, 특별히 팁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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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제목이 대학원을 언급하지만, 대학원에 대한 질문은 아니군요.

  1. 텍스트를 혼자 읽어보시고 재구성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텍스트를 읽고 재구성을 해서 영어 기준 3000단어로 깔끔하고 탄탄하게 쓸 수 있게 되면, 그때 관련 2차저작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학자들과 머릿속으로 티키타카하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지요. 이는 3번과도 연결되는데, 좋은 질문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읽고 재구성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원전을 읽고, 어떻게 내가 봤던 내용들이 철학적으로 말이 되는지 몇번이고 다시 해봐야합니다. 원전에 관해서는 여기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팁은, 읽다가 "어?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 부분이 학계에서도 다루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1. 너무 전공을 정하는 것을 무겁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공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 입학하고 나서 바뀌는 경우도 많이 봤고, 또 교수가 되고 나서도 연구분야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요. 또, 꼭 전공이 바뀌지 않더라도 여러 분야를 공부할 수도 있지요. 저 같은 경우도 헤겔로 시작을 했는데, 요즘 근대철학도 만만치 않게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재밌어보이면 해보라고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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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제가 중간에 글을 수정하다가 문맥이 좀 안 맞게 되었네요. .!

  1. 텍스트를 재구성 하는 방식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나중에 시도해보겠습니다. 하나 궁금한 점은 영어가 조금 느린 편이라 한국어로 구성하는 것에 비해 많은 시간이 소모되는데, 그래도 영어로 정리하고 써보려고 노력하는 편이 좋을까요? 영어가 아직은 아주 유창하지 않아서 공부를 더 해야 하긴 할 것 같습니다.

  2. 알겠습니다! 조언 참고해보겠습니다 :)

늦은 밤임에도 친절하게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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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관심분야 및 진로 설정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상담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저의 경우는 교수님들과 했는데, 대학원 생각이 있으시다면 자대뿐 아니라 타대 교수님과도 적극 상담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 이론철학 애호가였는데 (전기 비트겐슈타인, 콰인 등등) 수업 하나 듣고 마키아벨리에 빠져서 진지하게 세부전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많이 상담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결국 선택은 본인 몫이라, 다양한 수업을 들으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저는 실천철학 분야를 회피하다가 마지막 학기에 들은 건데, 이렇게 되었습니다(?) ;)

  1. 저는 다음 학기에 뭘 들을지 계획을 세워 예습합니다. 예습은 텍스트/페이퍼를 읽고, 요약을 포함한 질문지를 작성합니다. 텍스트는 원체 분량이 기니까, 한 챕터마다 질문지를 쓰기도 합니다. (챕터별 요약도 가급적 반 페이지 이하로 하도록 노력합니다.) 이렇게 질문을 갖고 수업에 임하면, 대개는 해결됩니다.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당연히 있고, 그런 걸 교수님께 여쭤봅니다.

또, 처음 생긴 문제는 해결되었는데,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텍스트/페이퍼를 어떻게든 다시 읽어보면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그래도 모르겠다는 것을 교수님께 여쭤봅니다. 이렇게 생긴 모든 질문이 좋은 질문인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좋은 질문을 하려면, 질문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질문하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은 많이 질문할수록 스킬이 생긴다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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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질문이 제일 근원적인 질문으로 보이는데요. 무엇을 공부할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하겠어서(2번), 이런 저런 텍스트를 읽어도 잘 이해가 가지 않고 (1번), 이해가 간다고 하더라도 비판적인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 것 (3번)으로 보입니다.

2번: 지극히 제 주관적인 생각인데, 이것 역시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텍스트/철학자를 읽고 "잘 이해가 안 간다"라는 수준에서부터 "오 재미있군" 혹은 "오 대단하군"라는 수준의 반응까지는 해당 텍스트/철학자의 그냥 "(수준 높은) 독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어떤 텍스트/철학자를 읽었는데, 남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나에게는 명료하게 읽힌다거나, 비판적 질문이 샘솟는다거나, 해당 텍스트/철학자를 깊이 있게 알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거나, 이 텍스트/철학자를 통해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어진다면, 전공으로 삼아도 좋을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3번: 2번 답변에 해당하는 분야를 발견하게 되면, 알아서 비판적 질문이 생성됩니다. 질문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적어도 현재로서는) 해당 분야를 전공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1번: 마찬가지로 2번 답변에 해당하는 분야를 발견하게 되면 애초에 텍스트가 훨씬 더 잘 이해가 되거나, 혹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알아서 이것저것 찾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추가적으로, 흥미가 끌리지 않는 분야의 텍스트들은 아무리 이것들이 고전이고 남들이 중요하다고 해도 당시에는 잘 읽지도 않게 되고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더라구요. 흥미가 끌리는 분야를 먼저 파고 들다가 나중에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저 부분이 필요하다는 개인적 "필요"를 느끼게 되면, 그 때는 자기가 알아서 그 분야를 찾아보게 되고 이해도 더 잘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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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가 영어 기준이라고 한 건, 어느 정도 분량인지 말하기 위해서 그렇게 쓴 것 뿐이에요. 한국어도 상관없습니다! 저도 재구성을 한국어로 할 때가 있는걸요.

다만, 대학원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해외 대학원을 가실 거면 영어를 많이 익히시긴 할 거에요. 영어 라이팅이 안 되면 입학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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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질문에도 친절한 답변을 받게되어 너무 기쁘네요
말씀해주신 방법들 유념하여 더 정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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