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학문으로서의 철학

얼마 전에 이승종 교수님께서 이번에 새로 출판된 『역사적 분석철학』에 대해 이병익 박사님과 대담을 하셨다고 알려주셨는데, 그 대담이 유튜브에 올라왔네요. 그 내용 중에 '즐거운 학문'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올려봅니다. 이승종 교수님은 참 여러 면모를 지니신 분이신데, '즐거운 학문'을 추구하시는 이런 면모는 제가 교수님의 면모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점이라서요.

이병익: 헤세, 토마스만, 몸… 저도 사실 헤세는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긴 한데,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그런 생각은 드네요. 헤세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데미안』이라든가 『싯다르타』라든가, 그 특징은… 인간은 매우 고뇌하는 인간이고, 삶과 세계와 나와의 어떤 균열이랄지 갈등이랄지, 이러한 것을 경험하잖아요. 그리고 그 고뇌가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가감 없이 펼쳐진다고 그럴까요? 그러니까, '척'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그것과 정면으로 몸으로 부딪혀서 균열을 맞서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게 보인다는 생각을 해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떤 깨달음이 있다면, 그 깨달음대로 살고 싶다는 것도, 타협 없는 앎과 나의 삶 사이의 자연스러운 이행, 혹은 연속성을 추구하셨다고 이해를 해도 좋겠습니까?

이승종: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고뇌'라는 표현이 당시에 제게는 좀 낯설었습니다. 저는 고뇌형 인간은 아니고, 저는 '즐거운 학문'을 추구합니다. 제가 헤세에게서 배운 것도, 고뇌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삶을 긍정하고, 삶에 대해서 계속 실험적인 태도를 갖고, 정진해 나가는 그 모습입니다. 그게 너무 아름답고 부러웠어요. 헤세의 작품이나, 토마스 만이나, 서머싯 몸의 성장 소설에서도, 고뇌의 그늘 같은 부분은 제게는 별로 캐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들은 저에게 굉장히 밝고 즐거운 길을 열어밝혀주는 것처럼 보였어요. 설령 그 가는 길에 제가 고뇌를 만나는 한이 있더라도 그 길로 가보고 싶었어요. 그 길이 저는 즐거운 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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