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주제 스케치 : 화용론적 전제와 인식론적 맥락주의

석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수학(연구)계획서를 최근 제출한바, 개략적인 내용을 여기에도 공유해봅니다.

주요 연구주제는 화용론적 전제(pragmatic presupposition)와 인식론적 맥락주의(epistemic contextualism)으로 영역을 구분하자면 인식론, 언어철학, 심리철학 영역에 걸쳐져 있습니다.

우선 인식론적 맥락주의는 '앎'이라는 표현의 의미에 관한 언어철학적 연구로서 지식-귀속(knowledge ascription) 진술 즉, "S가 p를 안다."와 같은 진술의 진리조건이 맥락에 따라 변한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논제가 직접적으로 관계맺고 있는 철학적 문제는 잘 알려진 회의주의 문제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이론이지만 다양한 변형태들이 있어 왔고, 현재는 contextualism v. invariantism v. relativism 정도로 큰 구분이 있고, 세부적으로는 지식 귀속 진술의 진리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이 누구의 맥락(귀속자? 주체?)인지 등의 논점에 따라 여러 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탐구주제로 삼고자 하는 것은 Presuppositional Epistemic Contextualism(PEC)으로, 비교적 최근에 Michael Blome-Tillmann이라는 철학자가 제시한 이론입니다. 간략히 아는대로 서술하자면,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David Lewis가 "Elusive Knowledge"에서 제시한 필요충분조건

S는 p를 안다면 오직 그러한 경우에 S가 가진 증거들이, 적절히 무시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제외하고(properly ignoring), p가 거짓일 가능성을 모두 제거한다.
또는,
S는 p를 안다면 오직 그러한 경우에 S가 가진 증거들이, 우리가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전제(our proper presuppositions)들과 상충하는 가능성들을 제외하고, p가 거짓일 가능성들을 모두 제거한다.

과 연관되는 규칙들을 받아들이면서 다음 규칙

Rule of Attention : 화자가 맥락 C에서 어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면(attend) 그 가능성은 그 맥락에서 적절히 무시될 수 없다.

을 화용론적 전제 개념을 사용한 규칙으로 바꿔 넣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화용론적 개념들이 인식론적 용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던 와중에 정확히 제가 관심두고 있던 방법으로 연구를 먼저 한 학자가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인식론적 맥락주의도 수업으로 처음 접한 후 계속 미심쩍음 반, 관심 반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구요.

논문주제로 다룰 정확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접근법에서 발전해나갈지 접근법을 수정할지 같은 것은 추후에 차근차근 방향을 잡아가야겠습니다.

방법론이 굉장히 최근의 것이라 다소 리스크가 있음에도 이런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방법론 자체는 최근 것이지만 화용론적 전제 개념이나 인식론적 맥락주의 자체는 연구가 쌓인 영역이고, 궁극적으로는 회의주의라는 큰 산을 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고 마침 시도해보려던 것이 제도권 철학자에 의해 한 번 다뤄졌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겼습니다.
둘째로, 비단 이론적 연구를 넘어서서 저는 전제와 지식이 사회철학적인 함축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어학에서 담론분석 등으로 다뤄지는 이데올로기, 선입견, 혹은 구조적인 언어폭력(저는 가스라이팅이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등의 문제의 근원을 이런 이론적 틀에서 다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되는 소주제에 대해 짧은 글을 가능하면 종종 올리려합니다. 피드백은 대환영입니다 ㅎㅎ

4개의 좋아요

당연히 대학원생이신 줄 알았는데, 이제 석사 입학하신다니 충격입니다...ㅎㄷㄷㄷ

3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