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철학과 김은주 교수님의 『스피노자의 형이상학: 역량과 합리성』이 출간되었습니다. 김은주 교수님은 프랑스에서 공부하셨지만 영어권 근대철학 해석을 상당히 많이 참조하시고 학생들에게도 많이 권장하시던데, 이 책에서도 프랑스어권과 영미권의 연구를 두루 살피시면서, 그 논의들을 한국의 스피노자 연구를 바탕으로 재해석하시는 것 같네요.
20여 년에 걸쳐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근대 철학을 연구해 온 김은주 교수의 첫 번째 학술서다. 데카르트, 홉스에서 푸코, 데리다에 이르는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고 스피노자의 『지성교정론』 등을 번역한 저자는 치밀한 독해와 활력적인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박기순, 진태원 등 국내 연구의 토대 위에서 나온 이 책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된 역량 중심의 해석과, 합리주의를 중심에 두는 영미권의 해석을 종합하고자 하는 야심의 산물이다.
정치 철학을 주로 다룬 기존 논의와 달리 스피노자 철학의 핵심을 형이상학에서 찾는 이 책은 많은 논자들의 관심사인 ‘코나투스’와 신체를 중심으로 한 역량 개념에 대한 정교한 해석을 제시한다. 실행에 조급하여 작은 차이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위한 참되고 적합한 사유의 토대를 찾는 철학의 꽃, 즉 형이상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