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처음 드는 생각은, 스피노자가 E1p5에서 말하는 것은, 같은 집합의 속성을 (아마 attribute을 뜻하시는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지닌 실체는 구분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 실체가 A,B를 띄고 다른 실체가 B,C를 띌 경우에 스피노자는 다른 속성을 지닌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즉, 한 실체가 A,B를 띄고, 다른 실체가 A,B를 띌 경우에만 스피노자는 두 실체가 구분이 되지 않는다라고 할 것 같네요.
하지만 발전시키진 않은 생각 혹은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에, @sg23 이 검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검증 방법으로는, 스피노자가 E1p5를 쓰는 demonstration을 찾아가면서 (예: E1p6), 스피노자가 E1p5를 다른 방식으로 쓰는지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해서 알아낸 게 있으시면 공유해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P13: A substance which is absolutely infinite is indivisible.
Dem.: For if it were divisible, the parts into which it would be divided will either retain the nature of an absolutely infinite substance or they will not. If the first, then there will be a number of substances [26] of the same nature, which (by P5) is absurd. But if the second is asserted, then (as above [NS: P12]), an absolutely infinite substance will be able to cease to be, which (by P11) is also absurd.
입니다. 즉, 한 실체를 부분으로 나눴을 경우, 그 부분들은 같은 속성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그렇다면 그 부분들은 구분이 안 되고, 그렇기에 모순이 나오고 증명이 완성이 되는것이지요. 그리고 이 증명에서 실체의 부분들은 같은 집합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해도 스피노자의 증명에 오류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걸까요?
와 상응가능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굉장히 흥미롭군요 (특히 제가 전개시키지 못했던 가설을 전개시켜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는 자연스레 스피노자의 속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으로 가겠군요. 일단 E1d4를 보자면,
By attribute I understand what the intellect perceives of a substance, as constituting its essence.
입니다. 여기서 "what the intellect perceives of"에 관하여 많은 토론이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스피노자가 말하는 속성이 정의에서 말하는 것처럼 주관적인지, 아니면 객관적인것인지 말이에요 (간략한 토의는 여기서 됐습니다:진태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제2강 요약). 만일 속성을 정의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주관적으로 가져간다면
는 것이, 적어도 제가 보기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객관적으로 읽을 경우에는 자명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주관/객관 토의에서 E1p14가 인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인용된다고 해도 놀라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파보지 않아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많지 않네요.), 확실히 @sg23 님께서 그 토의에 유의미할 수 있는 인용구를 찾아내신 것 같습니다. 굉장히 생산적인 토론이었네요.
+) 속성이 주관적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일 속성이 주관적이라면, A라는 속성만 가진 실체 x는, 지성이 A라는 속성으로 실체를 이해할 때, A라는 속성과 B라는 속성을 둘 다 가진 실체y와 구분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성이 B라는 속성으로 실체를 이해할 때, 구분이 될 수 있는 실체 x가 지성에게 인지가 되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속성이 주관적이라면 지성에게 그 차이는 인지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일 경우에는 어떻게 전개가 될 지 잘 모르겠습니다.
Def. IV. By attribute , I mean that which the intellect perceives as constituting the essence of substance.
정의를 고려할 때, 여기에서 ‘속성’이라고 불리는 것은 본질적 속성입니다. (따라서 정리 5번의 ‘or’은 ‘즉’으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정리 5번에서 스피노자는, 본질적 속성에 관한 것으로 제약된 형태의 구별불가능자의 동일성 원리에 해당하는, 정리 4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그런데 여기까지는, @yhk9297 님 말씀대로 ‘본질 집합이 동일하다’에 관한 이야기 같습니다. 다만 그러면 토론하시는 것처럼 정리 14가 문제가 되는데요…
제 생각에 여기에서 숨겨진 트릭은 정리 10에 있습니다:
Prop. X.Each particular attribute of the one substance must be conceived through itself. Proof.—An attribute is that which the intellect perceives of substance, as constituting its essence (Def. iv.), and, therefore, must be conceived through itself (Def. iii.). Q.E.D.
정리 10에 따르면 속성은 그것이 귀속된 실체에 고유한 무언가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하나의 속성을 공유하는 두 실체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글쎄요. "conceived through itself"는 제가 이해하기로 그것 자체로 이해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연장이라던가 생각을 이해할 경우 (이 두 가지가 스피노자가 생각하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두 가지의 속성이지요), 그 자체로써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게 인용하신 E1p10의 의미입니다. 이것이 '본질 집합이 동일하다'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앞서 말한 E1d4이 중요하겠지요. 또, E1p10이랑
이것이랑 관련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일한 하나의 속성을 공유하는 두 실체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E1p5로 보이고, 애초에 E1p10 자체가 E1p5 다음에 증명된상태에서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속성을 공유하는 두 실체가 없다는 것과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이네요.
속성이 그 자체로 이해된다는 것이 왜 속성이 실체와 동일시돼야한다는 결과를 내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실체는 존재적, 그리고 개념적 독립성이고, E1p10에서 증명하는 것은 속성의 개념적 독립성뿐이니깐요.
그래도 실체와 속성의 동일성에 대해 별개로 코멘트를 하자면, 실제로 속성과 실체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예를 들어, Martin Lin은 Being and Reason에서 속성/실체의 관계를 프레게의 동일성으로 이해합니다. 즉, 우리가 신을 연장/생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똑같은 별을 morning star/evening star로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해석에 의하면 속성과 실체의 동일성을 어느 정도는 채택하는 것 같긴 합니다.
제 원래 댓글은 다음과 같은 제안이었습니다: (i) 정리 5번은 같은 속성 집합을 갖는 두 실체가 있을 수 없다는 명제이다. 이는 이상하지 않은데, 그에게 ‘속성’은 본질적 속성이기 때문이다. (ii) 그러나 (i)은 스피노자가 정리 14를 정리 5를 통해 증명함을 볼 때 이상하다. 그러나 이는 이상하지 않은데, 정리 10이 ‘속성은 실체에 고유하다’라는 주장으로 이해될 때 ‘하나의 속성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모든 속성 집합을 공유한다’가 함축되기 때문이다.
제가
에서 말하는 건 어떤 실체와 어떤 속성이 동일성을 갖는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체를 정의할 때 스피노자는, ‘자기 자체로 인식되는 것’이 실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리 10의 ‘자기 자체로 인식되다’가 속성에 관한 이야기라면, 연장 속성도 하나의 실체, 정신 속성도 하나의 실체가 됩니다. 이는 스피노자의 철학에 비추어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신 우리는 ‘자기 자체로’가 ‘그 어떤 실체’(the one substance)를 수식한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그렇게 읽을 수 있다면 (라틴어 문법에 무지한 점에 양해를 구합니다), 정리 10은 1.(ii)에서의 제안대로 ‘속성은 어떤 실체에 고유하다’를 의미하는 것이 됩니다.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실체는 자기 자체로 인식되는 것 혹은 개념적 독립성 뿐 아니라 존재적 독립성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D3: By substance I understand what is in itself and is conceived through [15] itself, i.e., that whose concept does not require the concept of another thing, from which it must be formed.
그리고 속성은 개념적 독립성이고, 이는 속성을 실체로 보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논의가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네요. 제 포스팅도 아니니 전 이제 말을 아껴야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