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이 브라질 철학 저널에 실릴 예정입니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80101287_Rethinking_Human_and_Machine_Intelligence_through_Determinism

제 글은 인공지능과 결정론에 대해서 동시에 고찰하고 있습니다. 아직 출판되려면 몇개월 남았기 때문에 출판전 논문 형식으로 researchgate.net를 통해 공유드리고 싶습니다. 저널 이름은 "Prometeica"인데 브라질에 있는 한 대학교가 출판사로서 해당 저널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Multidisciplinary한 성격이 강해서 아마 제 글이 게재가 승인된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 논문의 abstract 입니다.

ABSTRACT
This paper proposes a metaphysical framework for distinguishing between human and machine intelligence. It posits two identical deterministic worlds -- one comprising a human agent and the other a machine agent. These agents exhibit different information processing mechanisms despite their apparent sameness in a causal sense. Providing a conceptual modeling of their difference, this paper resolves what it calls “the vantage point problem” – namely, how to justify an omniscient perspective through which a determinist asserts determinism from within the supposedly deterministic universe.

Keywords: determinism; simulation; eternalism; counterfactuals; pancomputati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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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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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 논문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은 코로나 델타 변이 창궐시절, 2020년 12월 경 어느날 영풍문고에서 “시간여행,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김필영”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였습니다. 원래 그로부터 몇년 전에도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는 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지만 이 날만큼은 아마도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인 효과로 인해서인지 제 상상력이 마구 날뛰면서 조금은 엉뚱한 발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보면 칸트가 절대공간의 개념을 옹호하기 위해 오른손만 존재하는 공간과 왼손만 존재하는 공간을 상상하는 사고실험이 나옵니다 (“비정합적 등가물” 사고실험). 만약 상대공간설이 맞다면 두 손은 서로 구분할 수 없는 동일한 것이어야 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절대공간이 맞다라는 칸트의 생각이 매우 간략한 방식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유비추론을 통해 인간이 존재하는 세계와 그 세계를 완벽하게 모방하는 기계지능이 있는 세상을 가정 후, 그 둘이 서로 겉보기에는 같지만 그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특정 형이상학적인 모델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해 폴란드에 있는 저널에 제출했는데 몇 달 뒤 매우 ‘grotesque’한 사이비과학적 저술물이라는 평가가 돌아왔습니다. 그 뒤에 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라는 저널에 제출했는데 그냥 온갖 잡탕스러운 유사수학적 내용을 짜집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peer review가 돌아왔습니다. 여러 비평을 받고서 논문을 더 가다듬어 나가면서 계속 제출했지만 desk rejection을 받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가 SCImago 기준으로 랭킹은 높지 않지만 (Q3 저널) A&HCI에 등재된 미국 저널에 제출했는데 편집자로부터 엇갈린 동료평가 내용이 담긴 회신을 받았습니다. 한 리뷰어는 칸트의 비정합적 등가물 개념이 아무런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사용되어 있다는 의견과 함께 여러 비판을 내놓은 반면, 다른 리뷰어는 “ingenious&original”하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사실 다른 여러 저널들에 제출하면서 거의 모든 리뷰들이 하나같이 부정적이었는데 (중립적인 리뷰가 2개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매우 관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해 준 peer review를 받아보게 된 것입니다. 또한 본래 리뷰어는 자신의 신상을 밝히지 않게 되어있는데 이 분은 특이하게도 자신이 peer review를 해 줄 때는 자신은 double blind review 대신 ‘single blind review’를 한다며 편집자에게 자신의 신상을 저자에게 밝혀달라는 요구를 하였습니다. 이 분은 Robert Hanna라는 제가 들어보지 못한 “independent philosopher”였습니다. 나중에 구글링 해 본 결과 칸트 철학 관련 많은 저술물을 낸 학자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마 제 글이 원래는 제목에 “Kant’s Incongruent Counterparts”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 미국 저널 편집인 분이 칸트 전문가이신 Hanna 박사에게 리뷰를 부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분은 제 논문에서 한 가지 ‘worry’를 발견했다며, 이 worry를 수정할 경우 조건부로 이 글을 출판해야한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어 저는 크게 고무되었습니다. (젊은 리뷰어들은 매우 꼼꼼하게 날선 비판을 자주하는 반면, 연령이 좀 드신 대가들은 좀 더 관대한 평가를 해준다는 소문을 들은적이 있습니다.)
편집자는 수정후 다시 제게 논문을 제출하라고 하였는데, 첫번째 리뷰어의 비판에 대해 고심한 결과 제가 그 리뷰어의 요구 사항에 맞추어 제 논문을 수정할 수가 없음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아예 갈아엎어 글을 다시 쓰지 않는 이상 이는 불가능 했습니다. 그래서 정중히 제 논문을 철회하고 제 글을 더 추가적으로 수정하여 현재 A&HCI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지만, SCOPUS에 등재되어있는 Prometeica라는 저널로부터 acceptance를 받게 되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SCImago Q2 하위권). 이 저널에서 제게 간략한 peer review를 제공해주기는 했지만 아마 external reviewer보다는 editor 혹은 editorial board에서 직접 peer review를 간략하게 한 다음에 제 글을 승인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저널은 영문으로 쓰인 논문은 비교적 매우 적고 대부분 스페인어/포르투갈어로 쓴 논문들을 발행하고 있어서, 아마 이 때문에 영어로 써진 제 논문을 빨리 받아들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외에도 이 저널이 과학과 철학 사이를 넘나드는 interdisciplinary한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과학 논문 편집자와 철학 논문 편집자가 따로 있습니다) 제 글을 긍정적으로 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면 제 논문은 물리학자 Max Tegmark가 물리학 저널에 게제한 글도 인용하고 있거든요. (이 부분을 다른 저널의 리뷰어가 비판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왜 결정론에 대해서 써 놓았으면서 철학논문을 인용하지 않고 물리학 논문을 인용하냐고 따졌었습니다.) 이 일후에 저는 Hanna 박사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제가 다른 저널에 글 게제 승인이 되었다고 알리며 ACKNOWLEDGMENTS란에 이름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문의하였고 제게 흔쾌히 허락해 주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고민해 온 제 글이, 비록 영미권 저널은 아니지만 게제 허가를 받게되어 아무튼 기쁩니다. 여러 Peer review를 받으며 제게 몇가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반영하게 되어 제 글이 약간이라도 더 논문의 모양새를 갖게 되어 허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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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로버트 한나에게 긍정적인 리뷰를 받으셨다니, 놀랍습니다! 칸트 연구자로서 매우 유명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명성이 높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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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군요~ academia.edu에 나오는 Hanna님의 개인 페이지(?)에 보면 최근 Dennett 별세 소식을 다루면서 그의 유물론을 비판하는 글이 있어 여기에 대해 질문해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More generally, I think that a generalization of the logocentric predicament argument to the philosophy of mind provides a decisive refutation of materialism/physicalism & natural determinism alike."

여기서 'logocentric predicament*'가 무엇인지 몰라서 검색해본 결과 과거 그의 저서 Rationality and Logic (MIT press, 2006)에서 상세히 다루었다는 점을 알게되어 최근에 가볍게 이 책을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완독에 성공한다면 여기에 대한 짧은 감상문 등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Logocentric predicament:
In order to give an account of logic, we must presuppose and employ logic . (Sheffer, [1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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