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네권>

알라딘에서 책의 날을 기념해서 <나의 인생 네권>을 꼽는 이벤트가 있길래 참여해봤습니다.

<계몽의 변증법>은 사회철학을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그런만큼 20대 중반 제 인생의 향방을 가른 책입니다. 아직도 공부가 막히곤 할 때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보물창고마냥 뒤지는 책입니다.

<안티크리스트, 우상의 황혼>은 <선악의 저편>까지 합해 제 가치관을 완전히 뒤바꾼 책입니다. 니체의 의도대로 당연히 참이거나 좋다고 믿는 가치들, 예컨대 민주주의 도덕 등등에 대한 제 믿음을 송두리채 뽑아버린 책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을 통한 충격과 재미때문에 아직도 니체를 부여잡고 몇 편의 논문을 쓰고 공부하고 있네요.

<이정희 다시 시작하는 대화>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선을 뒤바꿔준 소중한 책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못하더라도, 경상도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저에겐 코페르니쿠스 전환이었습니다.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은 <하루히>, <인덱스>, <최종병기 그녀> 등 쟁쟁한 작품을 꺾고 랭크됐습니다. 집이 부유하던 중딩 때 이런 소설과 만화를 몇 백권씩 가지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공부 안한다고 전부 버려져서 텅 비어진 책장을 봤을 때의 절망은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고 계신 서동욱 선생님의 책장이 <작가의 인생 네권>에 공개되어 있네요.

다른 선생님들의 인생 네 권 목록에 갖가지 철학책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목록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참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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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덕분에 저도 참여하고 정립금 받았습니다!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이라니,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제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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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님의 책장에 이리야 같은 책이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라서 공포와 전율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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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장에는 <이리야>는 없지만 <시원찮은 그녀>가 있습니다… (퇴폐 소설 아님. 여성비하 소설 아님. 양산형 소설 아님. 아무튼 아님;; 메인 히로인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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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네요.
(1) <카를 마르크스의 역사이론>
제일 처음 만난 분석철학 책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골랐는데 논의 방식이 기존의 것과 너무 다르고 명료해서 매혹된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을 기점으로 분석철학 책들을 더 찾아보게 됐네요.

(2) <상실의 시대>
어릴 때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때의 반어른적 감성과 맞았던 것 같습니다. 비유를 풍부하게 사용하면서도 묘하게 환상소설적 감성이 있습니다. 지금보니 사적 경험의 탐구라는 주제를 알러준 책인 것 같습니다.

(3) <사회의 법>
충격적일 정도로 아무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책이었습니다. 기존의 어려운 책들은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책들이 전부였는데 이것은 무슨 말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입니다. 지금은 루만이 건든 것의 다른 부분이 더 흥미롭지만 그 관심의 시초가 되는 책입니다.

(4) <천 개의 고원>
풍부하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는 챽입니다. 부분부분마다 아이디어로 가득차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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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닌데도, 막상 고르자니 쉽지 않네요ㅎㅎ;;

  1. <안나 카레니나>
  • 이 책은 군대에서 처음 읽었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 소설 특유의 긴 이름과 애칭의 향연으로 어지러웠지만, 당시 혼란했던 마음을 정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진실된 대화'와 '진정성' 같은 가치 또한 배우게 된 것 같아요.
  1. <벤야민 선집 5권 -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 비판을 위하여 외>
  • 무엇 때문에 철학 공부를 마음 먹었는지 물어본다면, 바로 이 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단편들과 트락타트 선집이지만, 미완성인 원고에서도 드러나는 역사와 폭력에 대한 벤야민의 날카로운 비판과 재치 있는 분석에서 항상 깊은 성찰을 하곤 합니다.
  1. <벤야멘타 하인학교>
  • 원제는 <야콥 폰 쿤텐>이지만, 어째 문학동네는 이 책을 다른 제목으로 번역했네요. (이 책도 군대에서 읽었습니다ㅋㅋㅋㅋ) 이 책을 통해 로베르트 발저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반교양소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 것도 아닌 존재', '미미한 나머지 스스로 사라지는 존재'라는 주제가 참 매력적입니다.
  1. <파이돈>
  • 이 책은... 앞으로 철학 공부를 해야겠다고 확신하게 만든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영혼의 회귀를 자기 자신에게 외우는 주문'처럼 생각하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입니다. 어쩌면 플라톤의 '영혼회귀'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외우는 주문'처럼 확신과 자기 돌봄과 연관된, 윤리적인 활동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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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렇군요. 다음에 <폭력 비판>과 <법의 힘>을 같이 읽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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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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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네요.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현상학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현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강한 통찰을 준 작품입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1순위네요.
<정신현상학 1>(서문, 서론만)
아쉽게도 제 능력이 미치지 못해 본문은 읽지 못했으나, 70페이지 가량의 "Vorrede"는 정말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텍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문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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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lliams - Style: Toward Clarity and Grace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이 책을 엄청 좋아합니다. 공학과 순수수학만 해와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던 저를 크게 성장시켜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2년 만에 그래도 글을 괜찮게 쓰는 정도까지는 올라온 것 같습니다.

  1. Kant - Critique of Pure Reason

제가 칸트를 많이 공부하지 않고, 잘 알지도 않아서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처음으로 읽었던 철학책이 <순수이성비판>입니다. 그때 이 책을 노베이스로 맨 땅에 헤딩하듯이 읽었는데, 그때 그 깊이를 보면서 아주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그때 처음으로 철학에 관심이 생겼었습니다.

  1. Kierkegaard - Fear and Trembling and Sickness Unto Death

키에르케고르 역시도 제가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칸트보다도 훨씬 무지한 분야지요. 하지만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이 책을 읽었을 때 엄청난 전율이 느껴졌었습니다. 사실은 그때도 무슨 뜻인지 잘 몰랐고 (Hubert Dreyfus의 실존주의 렉쳐에서 말했던 것만 얼추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 전율이 너무나도 말이 안 돼서, 이 책을 계기로 철학에 몰두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네요 (<순수이성비판>을 읽을 때만 해도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아예 철학만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후로 한 번도 다시 읽은 적이 없습니다... ㅋㅋ

  1. Hegel -Science of Logic
    
    제 최애 책이죠! 키에르케고르를 읽고 헤겔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는데, 너무나도 이해가 안 돼서 계속 파다보니 헤겔 전공하는 지경까지 왔네요. 사실 아직도 헤겔이 뭔 소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노력은 해보고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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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전율』 영어판 표지에는 정말 공포와 전율이 흐르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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