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저서 중에

플라톤 저서 중에 고대 그리스의 형이상학적 논의가 가장 잘 담겨있는 책이 무엇일까요? 한국에 나와있는 책 중에서요 (특히 이데아론을 아주아주 구체적으로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플라톤을 표면적으로 말고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을까요? 꼭 플라톤 저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추천해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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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모르겠지만 일단 국가론이 좋지 않을까요?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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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가장 대표적인 저서는 『국가』입니다. 이데아론을 비롯하여, 플라톤의 사상 전반이 이 책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말 번역 중에서는 박종현 교수님의 번역이 가장 널리 읽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렇지만 철학을 공부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면 『국가』를 충분히 소화하기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분량이 꽤 많은 데다, 내용도 꽤나 전문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보다는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들 중 하나인 『파이돈』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은 마지막 날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데아의 존재와 영혼의 불멸성에 대해 논증합니다. 저는 고등학생 시절에 이 책을 읽었는데, 별다른 배경 지식이 없이도 이해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정암고전총서로 나온 전헌상 교수님의 번역이 널리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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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가 소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너무 쉬워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플라톤을 잘 몰라서 국가를 볼 때마다 너무 당연하고 철학적으로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플라톤 공부한 사람들은 국가가 정말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국가가 정말 아는만큼 보이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제 경험에 쉬워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책은 플라톤의 국가, 데카르트의 성찰, 프로이트의 쾌락 원리의 저편 등이 있는 것 같네요. 반면 스피노자의 에티카,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헤겔의 대논리학 등은 대놓고 어려운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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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이데아론'이라고 흔히 불리는 담론은 물론 플라톤 스스로가 명명한 것은 아닙니다만, 철학사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제목이긴 하지요. 제가 알기로 '이데아론'이라는 표현 자체는 18-19세기 독일 문헌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된 것으로 아는데, 가장 저명한 것은 Natorp이 쓴 동명의 책입니다.
이와 별개로 철학사에서 말하는 '이데아론'이란 보통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으로 분류되는 <파이돈>, <국가>, <향연>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썰인데
아주 대충 말하자면 어떤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이유와 같이 어떤 것이 그것인 이유를 설명하려는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 세 대화편에 나타나는 방식의 이데아론은 <크라튈로스>, <파이드로스>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초기 대화편들에서 이미 이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개념들이 전제되어 있다거나 예비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실은 <에우튀프론>이나 <메논>에서만큼은 거부하기 힘든 강한 냄새를 맡고는 있는데요. 이건 중요한 얘기가 아니고요.)

다만 많은 사람들은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 특히 <파르메니데스>를 기점으로 플라톤이 스스로 이데아론을 수정 또는 폐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에 있어 <소피스트>, <정치가> 등에서 이데아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시피 한 점이 가장 큰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이데아론이 완전히 버려진 게 아니라는 입장 측의 가장 대표적이고 손쉬운 근거는 이들 대화편보다 더 후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큰 <티마이오스>, <필레보스> 등에서 이데아가 다시 거론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파르메니데스>에서 자기 비판을 통해 거듭나 후기에 발전적인 모습으로 개진되었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이른바 '후기 이데아론'이란 것이 있다고 여기겠죠.

만약 궁금하신 것이 플라톤의 후기 이데아론이라면
말씀드린 대화편들 그러니까 <파르메니데스>, <소피스트>, <정치가>, <필레보스>, <티마이오스> 그리고 <테아이테토스>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론적인 재기술? 이론적인 재구성을 명약관화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2차 문헌을 참고해야겠지요.
후기 이데아론에 대한 입문서 중에는 최근에 죽은 Kahn이 쓴 "Plato and the Post-Socratic Dialogue. The Return to the Philosophy of Nature" 정도가 개괄적으로나마 관련 문제들을 다 건드리고 있습니다. Conford와 Fine의 고전적인 저술들은 조금 더 어려울 것 같지만, 말씀처럼 "깊게 이해"하고 싶으시면 순차적으로 읽게 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후기 이데아론의 성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플라톤의 변증술을 어떻게 해명하는지인데요. Kahn은 원래 단일론자였지만 이 책에서 전회하여 적어도 이데아론에 있어서만큼은 발전론자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플라톤 해석에 있어 플라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한 이론이 있었다는 입장이 단일론이고 초기 중기 후기 발전해간다는 입장이 발전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영어 책 옆에 < > 괄호를 넣었더니 책 제목이 안 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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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플라톤의 대화편을 이해하려면 일단 에게해를 둘러싼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역사에 대해서 파악하고 국가론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어떤 분은 철학의 핵심이 논증이라고 하는데 국가론을 읽어보면 초장의 정의란 무엇인가부터 조금만 따져봐도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논리적 허점이 많습니다. 형이상학적 논의에 관심이 있으시면 파르메니데스, 파이돈, 티마이오스를 추천드립니다. 저는 천병희 선생님 번역을 추천드립니다. 일단 대화편은 희랍어라는 언어적 장벽이 크게 있는데 일단 한국말로 뜻이 통해야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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