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저서 중에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라고 흔히 불리는 담론은 물론 플라톤 스스로가 명명한 것은 아닙니다만, 철학사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제목이긴 하지요. 제가 알기로 '이데아론'이라는 표현 자체는 18-19세기 독일 문헌학자들에 의해서 정립된 것으로 아는데, 가장 저명한 것은 Natorp이 쓴 동명의 책입니다.
이와 별개로 철학사에서 말하는 '이데아론'이란 보통 플라톤의 중기 대화편으로 분류되는 <파이돈>, <국가>, <향연>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썰인데
아주 대충 말하자면 어떤 아름다운 것이 아름다운 이유와 같이 어떤 것이 그것인 이유를 설명하려는 이론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 세 대화편에 나타나는 방식의 이데아론은 <크라튈로스>, <파이드로스>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인데요.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들은 초기 대화편들에서 이미 이 플라톤의 형이상학적 개념들이 전제되어 있다거나 예비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저도 실은 <에우튀프론>이나 <메논>에서만큼은 거부하기 힘든 강한 냄새를 맡고는 있는데요. 이건 중요한 얘기가 아니고요.)

다만 많은 사람들은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 특히 <파르메니데스>를 기점으로 플라톤이 스스로 이데아론을 수정 또는 폐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장에 있어 <소피스트>, <정치가> 등에서 이데아에 대한 언급이 전무하다시피 한 점이 가장 큰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이데아론이 완전히 버려진 게 아니라는 입장 측의 가장 대표적이고 손쉬운 근거는 이들 대화편보다 더 후에 쓰여졌을 가능성이 큰 <티마이오스>, <필레보스> 등에서 이데아가 다시 거론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파르메니데스>에서 자기 비판을 통해 거듭나 후기에 발전적인 모습으로 개진되었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이른바 '후기 이데아론'이란 것이 있다고 여기겠죠.

만약 궁금하신 것이 플라톤의 후기 이데아론이라면
말씀드린 대화편들 그러니까 <파르메니데스>, <소피스트>, <정치가>, <필레보스>, <티마이오스> 그리고 <테아이테토스>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다만 이론적인 재기술? 이론적인 재구성을 명약관화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2차 문헌을 참고해야겠지요.
후기 이데아론에 대한 입문서 중에는 최근에 죽은 Kahn이 쓴 "Plato and the Post-Socratic Dialogue. The Return to the Philosophy of Nature" 정도가 개괄적으로나마 관련 문제들을 다 건드리고 있습니다. Conford와 Fine의 고전적인 저술들은 조금 더 어려울 것 같지만, 말씀처럼 "깊게 이해"하고 싶으시면 순차적으로 읽게 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후기 이데아론의 성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플라톤의 변증술을 어떻게 해명하는지인데요. Kahn은 원래 단일론자였지만 이 책에서 전회하여 적어도 이데아론에 있어서만큼은 발전론자의 입장을 표명합니다. (플라톤 해석에 있어 플라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단일한 이론이 있었다는 입장이 단일론이고 초기 중기 후기 발전해간다는 입장이 발전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영어 책 옆에 < > 괄호를 넣었더니 책 제목이 안 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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