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인이 "필수적으로"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무언가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요. 뭐 먹고 살려면 기본적인 고등 교육+ 대학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모든 공부는 전적으로 자신의 필요/욕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와 교양은 모두 괜찮은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2)
다만 "삶의 의미"를 철학 책을 통해 찾겠다....라는 것 역시 꽤 좋은 목표이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지만, 이게 "공부"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전 물음표를 표합니다.
여러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가 무엇이라 말하지만, 그게 정답일까요? 애당초 철학은 "자신이 정답이라 믿는 것"을 주장하는 활동에 가깝다고 전 생각합니다. 철학자 본인은 자신의 주장이 정답이라 믿으니, 그리 주장하겠죠. 나름의 근거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개개인들에게 "정말로 삶의 의미인가?"라고 묻는다면, 전 조금 미심쩍습니다. 물론 쇼펜하우어를 읽고, 플라톤을 읽고, 불경을 읽고 나름의 위안과 삶의 방향성을 찾는다면 그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런 임시방편이라는 생각이에요.
진짜 답은 결국 본인이 찾아야하고, 본인이 확신을 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어디까지나 남의 확신이며, 남이 간 길을 보여줄 뿐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교양서에 대해 살짝 경계하는 것이, 마치 그게 "진리"인 것처럼 말한다는 점이죠. 그러면 누군가는 그걸 정말 진리라 여기고 따라가겠지만...이건 (고의적이진 않겠지만) 일종의 사기처럼 저에겐 느껴지는 겁니다.
(막말로 쇼펜하우어처럼 살아간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서, 철학자는 책임을 질 수 있나요?)
(2)
철학이 개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일종의 "형이상학적 헛소리"에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 같아요.
올빼미에도 자주 올라오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은 스스로 고민하다가, 스스로가 만든 형이상학적 덫에 걸려서 도무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왕왕 보았습니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정답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스스로 만든 형이상학적 함정에 빠져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 개념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 개념이 적용되는 사례를 분명히 하는 것. 이런 모든 "철학적 활동"은 분명 이런 자신이 만든/남이 만든 형이상학적 함정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3)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중 개개인보다는 일종의 "제도"에 있어서 철학이 효용을 가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계몽주의라는 것이 당시 개개인들에게 "유용했냐?" 물어본다면, 저는 갸우뚱할겁니다.
하지만 결국 계몽주의가 주장했던 성-속의 분리, 삼권분립, 인권 같은 "철학적 개념"들은 제도 속으로 들어왔고, 그 제도 속에서 일종의 "집합적 의도성"을 가지고 "적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저는 여깁니다. 그게 당대의 대중 개개인에게 유익하진 않았더라도요.
그렇기에 철학은 나름의 (사회적) 가치가 있다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