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철학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항상 어렵지만 좋은 글들 많이 잘 읽고 있습니다.

철학공부에 대한 전공자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올려봅니다!

  • 일반인이 철학을 공부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인생론 같은걸 설파하는 가벼운 철학책, 가벼운 인문학강연 등만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전공자분들의 글을 종종 읽을 때가 있었는데, 그러한 글을 쓰신 이유는 좀 더 깊은 레벨의 철학을 일반인들도 공부하면 좋겠다, 알았으면 좋겠다 생각하셨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대개 철학공부를 스스로 하는 일반인은

  1. 철학이 재미있다, 2) 교양 목적 3) 삶의 의미를 찾아서
    정도의 이유가 많을 것 같습니다.

대개 철학에 무관심한 층에게 라이트한 철학서가 어필하는건
삶의 의미를 알게 해주겠다, 인 것 같은데요.

철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다? 는 생각은 대개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전공자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자연과학이나 공학처럼 대중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가 유용하니 문제 없지만,
인문학은 그 연구 자체가 인간의 삶을 실용적으로 발전시키는게 아니니까,
그러한 연구결과가 대중에게 어느정도 공유되면서 어떠한 정신적 가치를 줄 수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누구나 철학을 공부하면 얻는 유익이 있을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싶은데
어떤 유익이 있느냐?하면 잘 얘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견을 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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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철학전공도 아니지만, 직업으로서 철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취미로 철학을 한다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취미로 철학을 한다는 것이 그냥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좋아서 혹은 자기 나름의 어떤 철학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어서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철없는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전공자와 즐거움 혹은 의미를 찾기위해서 하는자가 있다고 할때, 이 두 가지가 실질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이상한건 오히려 마치 두 가지가 대립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가령 어떤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철학과에는 철학자가 없다>라고 이야기할 때, 저는 실질적으로 대립할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서 대립시키고 있는 한 예로 보입니다. (물론 철학기술자와 철학자를 구분하는 이승종 교수의 의견은 존중합니다.)

누군가는 그냥 습관적으로 하고 있을 것입니다. 혹은 지금까지 했던 생각이 과연 정당한지 반성하는 마음에서 처음부터 다시 하려고도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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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직접적으로 상업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매우 어려운 학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비전공자들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문학전공자들만 읽지는 않습니다. 철학은 사람과 사람을 둘러싼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도구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나 사회문제의 기저에는 철학적 담론이 기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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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전공자인 입장이지만 몇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주제라 의견을 남겨봅니다.

전공자로서 학계에 몸담은 분들이 대중의 이해도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에는 1) 자신의 연구 분야, 성과가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함 2) 학계와 대중의 괴리가 심화되어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거나 심지어는 오용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1)의 경우에는 인문학의 위기로 대표되는 철학과의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교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기인할 것입니다. 2)의 경우엔 철학의 세분화와 전문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문제일 것입니다.

이러한 원인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여 대중에게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지적하신 대로 '왜 철학과 같은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적절한 답변을 제시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전문적인 철학을 주제로 한 컨텐츠가 여럿 생산되고 있긴 하지만 (대학 외부 강의, 잡지, 블로그, 팟캐스트 등)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비전공자는 대부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철학을 찾는 것이지 철학을 둘러싼 학문적, 현실적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올바른 철학을 대중화한다고 해서 1)과 2)의 문제가 해결되긴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이 철학을 배우는 것의 효용에 더해 상아탑을 넘어 철학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것의 효용도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철학적 지식을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목적을 위해 그러한 실천을 정당화하기에는 현대 철학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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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반인이 "필수적으로"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무언가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요. 뭐 먹고 살려면 기본적인 고등 교육+ 대학 교육을 받아야겠지만,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모든 공부는 전적으로 자신의 필요/욕구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와 교양은 모두 괜찮은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2)

다만 "삶의 의미"를 철학 책을 통해 찾겠다....라는 것 역시 꽤 좋은 목표이고, 철학을 공부하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지만, 이게 "공부"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전 물음표를 표합니다.

여러 철학자들이 삶의 의미가 무엇이라 말하지만, 그게 정답일까요? 애당초 철학은 "자신이 정답이라 믿는 것"을 주장하는 활동에 가깝다고 전 생각합니다. 철학자 본인은 자신의 주장이 정답이라 믿으니, 그리 주장하겠죠. 나름의 근거도 있고요.

하지만 그게 개개인들에게 "정말로 삶의 의미인가?"라고 묻는다면, 전 조금 미심쩍습니다. 물론 쇼펜하우어를 읽고, 플라톤을 읽고, 불경을 읽고 나름의 위안과 삶의 방향성을 찾는다면 그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런 임시방편이라는 생각이에요.

진짜 답은 결국 본인이 찾아야하고, 본인이 확신을 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철학은 어디까지나 남의 확신이며, 남이 간 길을 보여줄 뿐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교양서에 대해 살짝 경계하는 것이, 마치 그게 "진리"인 것처럼 말한다는 점이죠. 그러면 누군가는 그걸 정말 진리라 여기고 따라가겠지만...이건 (고의적이진 않겠지만) 일종의 사기처럼 저에겐 느껴지는 겁니다.
(막말로 쇼펜하우어처럼 살아간 누군가의 인생에 대해서, 철학자는 책임을 질 수 있나요?)

(2)

철학이 개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일종의 "형이상학적 헛소리"에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 같아요.

올빼미에도 자주 올라오지만, 삶의 의미를 찾는 분들은 스스로 고민하다가, 스스로가 만든 형이상학적 덫에 걸려서 도무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왕왕 보았습니다.

삶의 의미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이는) 정답이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스스로 만든 형이상학적 함정에 빠져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 개념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 개념이 적용되는 사례를 분명히 하는 것. 이런 모든 "철학적 활동"은 분명 이런 자신이 만든/남이 만든 형이상학적 함정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생각합니다.

(3)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중 개개인보다는 일종의 "제도"에 있어서 철학이 효용을 가진다고, 저는 생각해요. 계몽주의라는 것이 당시 개개인들에게 "유용했냐?" 물어본다면, 저는 갸우뚱할겁니다.

하지만 결국 계몽주의가 주장했던 성-속의 분리, 삼권분립, 인권 같은 "철학적 개념"들은 제도 속으로 들어왔고, 그 제도 속에서 일종의 "집합적 의도성"을 가지고 "적어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저는 여깁니다. 그게 당대의 대중 개개인에게 유익하진 않았더라도요.

그렇기에 철학은 나름의 (사회적) 가치가 있다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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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는 것과 철학을 하는 것은 다른 것입니다. 철학을 하는 것은 내 스스로가 철학적 사유를 하는 것입니다.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내 스스로의 철학적 사유를 잘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쌓는 것,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철학적 사유의 역사를 아는 것입니다. 철학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스스로의 철학적 사유는 못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철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철학은, 또는 적어도 철학의 일부는 삶을 영위할 때 필연적으로 조우하게 되는, 해결 방정식이 주어져 있지 않은,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하는, 도피하거나 우회할 수 없는 문제 상황들에서 내가 내리는 결정이 더 좋은 결정이 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좋은'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그 의미들을 열거하고 그 의미들 간의 우선순위를 논쟁하는 것도 철학을 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철학적 사유의 가장 좋은 점은 나를 더 주체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주체적이라는 것은 반성적이라는 것, 나도 모르게 내 뇌리에 각인된 믿음과 가치의 체계들에 따라서 조건반사적인 판단을 내리는 습관에서 벗어난다는 것, 개똥 철학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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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에 전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진 않습니다. 동의하는 이유는, 저 역시 답을 정해놓고 주장을 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주로 반박을 할 때에도, 순수히 직관에 의존해서 구멍이 있을 곳을 찾고, 그 곳에 구멍이 있다고 주장할 논리들을 찾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가끔 철학자들의 논리를 보면 설득이 될 때가 있더라고요. 특히 인생 철학에 대해 논하게 된다면... 전 개인적으로 스피노자의 <에티카> 4장과 5장에 의외로 영향을 받은 편입니다. 4장과 5장을 엄밀하게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살아갈 때 "<에티카>에 나온 내용들이라면 여기서 어떤 생각을 해야할까?" 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에티카>를 읽기 전에 제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물어본다면, 전 아니라고 하고 싶네요. 그래서 위에 주장에는 반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100% 동의합니다. 사실 책이라는 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의 깊이가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독자 입장에서는, 특히 철학에 관심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저자의 깊이를 판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교양서를 조금은 경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배우려고 책을 고르는 사람들마저도 마음만 먹으면 교양서를 쓸 수 있는 게 현실이니깐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Mandala 님과 저와 철학 관심사가 거의 겹치지 않아서 그런지, 메타 철학이나 일반적인 얘기를 위주로 나누게 되는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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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공이 공학 쪽이고, 생업도 전공을 따라갔습니다. 철학 책은 심심풀이로 출퇴근하면서 슬슬 보는 수준이고 가끔 삘 꽂히는 책이 있으면 시간을 내서 읽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를 먹다 보니, 이거 공부할 시간에(그래도 철학과 전공과목 syllabus에 지정도서로 지정되어 있는 것이나 plato.standford.edu 을 봅니다.) 업무 공부나 전공 공부를 더 심화하는 게 제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단순히 취미나 기호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더 나아가 이게 내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생각해볼 때가 많죠.

처음 떠올린 건 철학을 공부하면 논증이나 논리 구조에 민감해진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선호하는 철학은 주장을 할 떄 근거가 명확하고 상식적인 쪽입니다. 일을 할 때도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본업에만 충실히 하더라도 그 정도의 논리를 세우는 능력은 가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서는 운동선수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에 비유해서 답해보렵니다. 농구선수가 농구를 열심히 하면 일정 수준의 근육은 발달시킬 수 있을 겁니다. (허벅지 근육이 는다던가, 슈팅에 필요한 근육이 자연 발달한다던가) 그러나 많은 농구선수들은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따로 해줍니다. 이처럼 철학은 매우 순도 높고 난이도 있게 논리를 쓰면서 공부를 해야합니다. 이런 게 본업보다 좀더 고난이도이다보니, 본업에 필요한 논리 능력을 더욱 효과적으로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철학을 하면 습관이 안 좋아진다고 체감한 것도 있습니다. 그건 단어의 의미를 명확화하는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게 철학적 논쟁에서는 매우 중요한데, 업무를 할 때는 논의를 질질 끌게 되는, 본의 아니게 비생산적인 회의를 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적당히 알아먹고 자비의 원칙을 최대한 발휘해야지, 그건 그렇게 쓰면 안됩니다라던가 아까랑 다른 의미로 쓰고 계십니다라고 말하는건 대개 비효율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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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철학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유익이 있을까라는 물음에 저는 제 자신에게는 현실적인 유익은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지금 하고 있는 생업에 도움이 된다거나, 생각의 깊이를 키울 수 있다거나 하는 것은 굳이 철학말고도 다른 어려운 학문들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가끔 철학책을 볼 때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철학자의 사유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는 것,

“정말 이 사람은 맨날 이런 생각만 하고 살았단 말인가?” 등등 이유없는 호기심을 한 번 충족시켜보는 과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뜻밖에도 생업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거나, 사고근육이 키워졌다는 것은 정말 망외(望外)의 득이고, 예상 외의 횡재와 같은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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