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 책을 읽고 일기를 쓰다가 해결할수 없는 질문이 생겨서 글 남깁니다.
언어는 해석 가능성이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a와b 라는 표현을 해석할때
어떠한 a 와 어떠하지 않은 b 혹은 어떠한 a와 어떠한 b 로 해석할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이를 방지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와 같이 어떠a&b 혹은 어떠(a&b) 로 나눠서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복수의 해석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기호를 이용해 표현한 컴퓨터언어적인 언어는 반드시 하나의 해석가능성만 지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검색을 해도 제가 이해할수 있는 선의 정보가 안나오길래 질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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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해결가능성만을 지니는 체계를 확인했습니다
YOUN
2월 18, 2024, 1:44오후
3
글쎄요? 어떤 체계를 생각하시고 계신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언어의 무한한 해석 가능성은 언어철학에서 중요한 문제거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이와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1) 지시체 불가투시성(콰인), 귀납의 새로운 문제(굿맨), 모형 이론적 논증(퍼트남), 규칙 따르기에 대한 회의적 역설(크립켄슈타인), 게리멘더링 논증(브랜덤)은, 물론 서로 다른 맥락에서 등장하였고 세부적인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치하는 논의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주어진 사태 S에 대해서 무한한 수의 해석 I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가령,
1, 2, 3, 4, 5 …
위의 수열을 주어진 사태 S라고 해봅시다. 이 수열이 어떤 수열의 일부분인지에 대해서는 무한하게 많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수열이
(I1) 1, 2, 3, 4, 5, 6, 7, 8 ... n
같은 자연수 수열의 일부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이 수열이
(I2) 1, 2, 3, 4, 5, 4, 3, 2, 1, 2, 3, 4, 5, 4, 3, …
처럼 1부터 5까지 1씩 증가했다가 1씩 감소하기를 반복하는 수열의 일부분이라고 해석할 수…
당장 비트겐슈타인-크립키의 소위 '회의적 역설(skeptical paradox)'이 서로 완전히 상반되는 언어철학적 진영들 사이에서 얼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는지만 보더라도 이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죠.
지시 이론에 근거해서 언어의 의미를 확정하려는 크립키류의 주류 언어철학에서도, 언어적 실천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비트겐슈타인류의 언어철학에서도, "하나의 해결 가능성만 지니는 체계가 있다!"라는 주장을 쉽게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서로 약간 다르지만요.)
아마 글쓴이 님께서 정말로 그런 체계를 제시하실 수 있다면, 오늘날 언어철학계의 판도를 뒤집으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솔직히 현재의 저로서는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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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n
2월 18, 2024, 4:54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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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님께서는 언어의 해석가능성을 의미론적 유일성(문장 T가 의미할 수 있는 사태는 유일한가? 즉, T는 categorical 한가?)의 측면이 아닌 형태론적 유일성(문장 T를 문법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은 유일한가? 즉, T는 unique parsable 한가?)의 측면에서 말씀하고 계신 것 같네요. 전자에 관해서는 @YOUN 님이 말씀하셨다시피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철학자가 많고, 후자에 관해서는 Polish notation이나 Lojban 등 문법적 중의성을 제거한 언어가 여럿 개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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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링크가 가리키는 위키백과 항목에서는 문장 말고 이론 이 정언적(단언적, categorical)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설명하고 있네요. 문장이 정언적이라는 말은 "그 문장을 서술하는 데 쓰인 이론이 정언적이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나요?
이론은 문장 집합으로 정의되므로 그런 식으로 재기술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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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트집 잡기라고 보실 수도 있는데, 문장은 문장의 집합과 구별되니 저라면 위에서 제가 말한 것처럼 부연할 듯해요. 개별 문장이 문장의 집합은 아니니까요. 근데 이 정도는 독자에게 알아서 적당히 이해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 문장이 속한 이론이 정언적이다."라고 이해해도 되겠네요.
dimen
2월 19, 2024, 10:19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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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_nap 님이 말씀하신 바와 거의 겹치는데, {T}가 정언적이라는 의미에서 쓴 표현입니다.
음, {T}
는 문장이 하나뿐인 이론 아닌가요? @kurtgodel 님이 그런 이론만 염두에 두시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아니면 제가 뭘 놓치고 있나요?
dimen
2월 19, 2024, 11:40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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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인간의 언어 습득은 유한한 크기의 문장 집합의 사용을 익히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유한한 수의 문장은 접속사 ∧를 통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 가능하므로 사실상 언어의 해석 문제는 문장의 해석 문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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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en 님이 여기서 말씀하신 '하나의 문장'은 어느 한 이론에 속하는 유한개의 문장을 접속사 ∧
로 연결한 문장이잖아요? 제가 이에 대한 댓글을 쓰다가 의문점이 생겼어요.
이론 Thy
에 속하는 문장 S
가 정언적이라는 말은, 다음을 성립시키는 0
이상의 정수 n
이 존재한다는 뜻인가요?
이 정의는 "문장 S
가 속하는 이론 Thy
가 정언적이다."라는 제 정의와 논리적으로 동등(동치, equivalent)한가요?
아니면 이론 Thy
에 속하는 문장 S
가 정언적이라는 말은, 다음을 성립시키는 집합 Thy'
이 존재한다는 뜻인가요?
Thy'
은 Thy
의 부분 집합이다.
Thy'
에 속하는 모든 문장과 S
를 접속사 ∧
로 연결한 문장 S'
만으로 이뤄진 이론 {S'}
이 정언적이다.
이 정의는 제 정의와 논리적으로 동등한가요?
"문장 T
가 정언적이다."라는 말의 뜻을 이렇게만 설명하면, 문장 T
는 논리곱(연언, conjunction)이 들어 있지 않은 단순 명제일 수도 있어요.
dimen
2월 19, 2024, 2:2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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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불휘 님의 정의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그 문장을 서술하는 데 쓰인 이론이 정언적이다"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그 문장을 서술하는 데 쓰인 이론이 정언적이다."라는 말은 의미가 불명료합니다. 그래서 이를 다음과 같이 수정하겠습니다.
위의 두 사항이 명확히 밝혀져 있을 때, '그 문장이 속한 이론'을 가리키려고 "그 문장을 서술하는 데 쓰인 이론"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 표현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위와 같이 고치겠습니다. 제가 형식 언어와 이론을 헷갈렸어요.
생략 없이 다시 말하자면, 형식 언어 L
의 이론 Thy
에 속하는 문장 S
가 정언적이라는 말은 Thy
가 정언적이라는 뜻입니다. 이게 제가 제안한 정의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로 미뤄 "문장 T
가 정언적이다."라는 진술의 뜻은 (제 예상과 달리)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그 문장이 무슨 형식 언어의 문장이고, 무슨 이론에 속하는지 밝힌 다음, 그 이론이 정언적이라고 진술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