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마르크스주의>>를 읽고 있습니다

우선 매번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질문글만 올리는 것 같아 매우 죄송스럽습니다. 항상 관심가져주시고 답변 남겨주시는 분들께 매우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요즘 프레드릭 제임슨의 <<후기 마르크스주의>>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제 석사 학위 논문 주제가 아도르노 미학이었는데, 아도르노의 1차 저작만 독해하고 여타 아도르노의 철학에 대한 책은 읽지 않았더니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움이 있더군요.

"벤야민은 현재의 상황에서 대단한 의미를 지니는 한 텍스트에서 "온 힘을 기울여 '재현'의 문제와 새롭게 맞서는 것이 철학적인 글쓰기의 고유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 문제 - 즉 철학적인 '제시'나 '재현'의 문제, 텍스트의 흐름 속에서 철학적 개념들을 피력하는 형식의 문제, 또한 이런 형식들이 갖는 전통적인 장르들의 문제(벤야민은 스피노자의 사이비유크리트적인 '증명방식'과 19세기의 거대한 체계, 신비사상을 전달하는 비의적인 에세이, 스콜라 철학의 논물들을 언급한다) - 는 이제 아도르노에게서 다시 부각되어 ('재현'에 대한 마르크스 자신의 숨겨진 지적을 인용하면서) 온갖 진리와 비진리를 지닌 철학적 개념들을 '작동시키는' 실마리며 열쇠가 된다. (국문본 기준 133 쪽.)

스피노자의 증명이라 함은 곧 신 존재 증명을 뜻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맥락에서 그러한 증명 방식이 "사이비유크리트적"이라 함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맥락상 그러한 증명 방식이 철학적으로 유의미하거나, 아니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기보다는 무언가 어물쩡 넘어가는 듯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렇게 독해되는군요. "유크리트"이라는 단어를 미천한 지식으로 구글링을 해보니 우레탄 바닥 시공 같은것만 나오구요..

혹시 유클리드적인...?을 뜻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맥락상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타깝게도 번역하신 분이 개인적으로 불호하는 선생님이신데, 영문본을 갖고 있지 않은 관계로 원문 대조는 못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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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문을 가져왔습니다:

'It is an innate peculiarity of philosophical writing', Walter Benjamin once said, in a statement which will be of the greatest significance for us in the present context, 'to confront anew, with every radical turn in thought, the question of Darstellung.' This question - that of philosophical presentation or representation, of the very form of the laying out of philosophical conceptuality in the time of the text, as well as of the traditional genres of that form (Benjamin mentions the Spinozan pseudo-Euclidean 'demonstration', the great nineteenth-century system, the esoteric essay by whicb mystical doctrine is transmitted, and the scholastic tractatus) - will now return again in Adorno as the clue and the key to the ways by which the ph ilosoph ical concept, with all its truths and untruths, can be 'set in motion' (to quote Marx's own oblique reference to his Darstelbmg).

여기서 유크리트란 우리 모두가 아는 유클리드가 맞네요. 아마 스피노자의 유클리드 방법론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스피노자가 유클리드의 기하학에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간단한 논의는 진태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제3강 요약 - yhk9297 님의 게시물 #2 여기서 됐습니다. 이 포스팅의 맥락에 맞게 말하자면, 스피노자의 증명방식이라 하면 마치 수학책처럼 공리/정의로부터 시작해 논리적으로 따라오는 명제들만을 채택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상적으로는) 정의와 공리에 동의하기만 하면, 그 후에 나오는 모든 명제들은 무조건 동의해야한다 -- 이게 스피노자가 유클리드로부터 받은 정신입니다. 벤야민과 마르크스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이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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