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언제 쯤부터 봐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제목이 너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제가 지금 시르베크 서양철학사를 읽고 있습니다. 지금 플라톤까지 읽었는데요. 플라톤편을 읽어보니 소크라테스가 얼마나 말을 잘했길래 첫 재판에서 거의 반반이 나왔을까? 왜 플라톤은 대화형식으로 책을 썼을까?가 궁금해져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한 번 읽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원래는 제가 근대철학 그중에서도 실존주의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읽게 된 거라 설마 중간에 딴 길로 빠지겠어 하고 이 책을 다 읽고 실존주의 관련 책을 읽으려 했습니다만 이렇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제가 물어 보고 싶은 바는 서양철학사를 다 읽고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을지, 아니면 지금 플라톤을 읽은 시점에 읽을지 회원님들의 의견이 궁금해서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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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대 철학 정도라면, 서양 철학사는 안 읽고 읽으셔도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이나 논리학 저술 정도는 예외적이지만) 플라톤 철학은 (<테아이테토스>나 <파르메니데스> 같은 후기 형이상학을 다루는 대화편을 제외하면) 수월하게 읽히는 듯 합니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나 <고르기아스> 같은 초중기 작품은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어도, 그 자체로 문학 책처럼 즐기기 충분합니다.

다만 중세부터는 그러한 초심자에 대한 '가독성'이 상당히 낮아지므로, 다른 입문서를 읽고 가시는 것이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될 듯합니다.

(2)

그런 의미에서 저는 플라톤 책만큼은 초심자에게는 항상 천병희 역을 추천합니다.

학술적으로는 정암학당본에 밀릴 수도 있고, 번역어에 있어서 엄밀성이 결여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가독성이나 문학적 독서에 있어서는 천병희본이 훨씬 낫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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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원전을 보아야 한다."라고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플라톤의 대화편은 철학 입문자라도 큰 어려움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전공자분들만큼 거기서 깊은 행간의 의미나 맥락을 이끌어내기는 어렵겠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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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천병희선생님 역본으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번 도전해봐야겠네요!

원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게 정석입니다. 보통 처음이라 입문서를 읽더라도 왔다갔다하면서 원전에 시간을 더 많이 쓰는 게 정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플라톤 경우는 몇 개 저작 빼고는 (파르메니데스, 소피스트 등) 읽는데 입문에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니 원전 위주로 시작하셔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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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라톤을 읽으실거면 <알키비아데스>도 강추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를 비롯한 플라톤 철학의 주요 주제들이 대거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쉽고 문학적으로도 정말로 아름다운 책입니다. 책소개를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플라톤 철학 입문으로 쓰이는 원전입니다. 게다가 현대 최고의 지성이라할 수 있는 미셸푸코가 주요 참고문헌으로 탐독했을정도로 철학사적으로도 유의미한 책입니다. 주제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재밌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와 별개로 제가 읽어본 플라톤 대화편 중 가장 쉬운 책은 <이온>이었습니다. 다만 재미가 없습니다.

아 그리고 제 프로필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알키비아데스입니다 ㅋㅋ

(2) 저는 정치사회 철학이 전공인데, 주위 일반인들이 "도대체 넌 뭘 공부하는거야? 나도 읽어볼래"라고 말하면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책장에서 꺼내서 줍니다. 그래서 이 책만 한 5번은 구매한 것 같네요! 찾아보니 지금 제 책장에는 정작 없네요. 지금 박사중인 대학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강독을 진행하고 있는데, 첫 시간에 에리히프롬을 읽히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현대 정치사회 철학의 대주제를 잘 담고 있으며, 현대의 철학서치곤 상당히 쉬운 편에 속하기 때문이에요. 관심있으신 실존주의와도 상당히 주제가 비슷하기에 재밌게 읽으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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