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에 온게 후회되신 적 있으신가요?

20살 공대생입니다. 학생 때부터 철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취업을 이유로, 그리고 책은 혼자서 읽어도 된다는 핑계로 공대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학과에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해 휴학했습니다. 다시 복학해도 열심히 할것이라는 확신도 없고, 혼자 책을 읽어도 계속 오독한다는 느낌이 들어 철학과 진학을 고민 중이지만 후회할까봐 두렵습니다. 선생님들은 철학과에 가셔서 후회되는 점이 있으셨나요?

추가로,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웬만한 논문까지 스스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기 위해서 부산대 철학과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학생끼리의 소통도 중요하니까 학교간판도 보게되네요. 조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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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니나 돈 없어서 비참해진 적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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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대학 혹은 자대 수업 청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은 열정 있는 분이 청강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내드리면 승낙하시는 것 같습니다.

(관심분야를 넓게 설정하실 마음이 없다면, 철학과의 많은 전공수업들을 다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끔씩은 "철학과가 아닌 다른 전공으로 진학해서 철학 전공 수업 5개만 집중적으로 깊게 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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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한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a) 절대 배수진 같은걸 치지 말아라.
; 무엇을 모를 때는 자신에게 가장 선택지를 많이주는 것을 고르는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단연코 철학과는 거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철학과에 진학했다가 아 쓰 이거 내가 생각하던게 아닌데? 하면 이거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b) 찍먹해봐라
; @1872-1970 님이 말하셨듯, 청강도 있고 복수전공도 있고 하다못해 여러군데에서 전공자분들이 하는 교양 철학 강의도 있습니다.
공대 다니시면서 들어보시면서 감을 잡아보세요. 그리고 아 정말 이걸 내가 하고싶다, 할 때 대학원 가도 됩니다. (어차피 대학원 가도 교수될 확률은 하늘의 별 따기니 일이년 차이며 철학이 학부전공이 아닌거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죠.)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철학교육자로서의 학계 생활을 경험하는게 대학원일텐데...의외로 여기서 많이 떨어져나갑니다. 이것도 일종의 직업생활이다보니...공부만 좋아한다고 잘 굴라가는건 아니더라고요 하핳.)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철학 공부는 한번쯤 해볼만하고 잘 맞는 사람에게는 멋진 일이지만 그렇다고 목숨 걸고 할건 아닙니다. 철학보다 삶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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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비슷하군요. 저도 1학년 때 같은 이유로 공대생이었습니다 (물론 순수수학을 가고 싶었던 욕망을 누르고 공대를 갔기 때문에 조금 다릅니다.). 그 후에 2학년 때 철학과로 전과하였죠. 칸트와 키에르케고르에 너무 큰 감명을 받았었거든요.

일단 제 조언은, 5급 면제가 아니시라면 병역 의무를 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 천천히 이것저것 접해보시면서 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 저도 그때 철학을 처음 접하고 전과를 마음먹었거든요.

현재 부산대 철학과엔 실력도 있고 지도도 잘 하시는 젊은 교수님들이 계시므로, 기초 실력을 쌓기에 좋습니다(교수들에겐 좋은 학생에 대한 목마름이 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철학 공부에서 정말 중요한 건 선생님입니다. 철학은 혼자 공부하면 늘지도 않고, XX철학이 되기 쉽습니다. 좋은 선생님, 자신과 잘 맞는 선생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학문의 세계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엔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을 따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쁜 선생님은 학문보다 권력과 출세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그런 선생님한테 배우면 나쁜 것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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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차라리 다른 과에 진학할 걸 후회한 적은 있습니다.

부산대 철학과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철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신다니 조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교수님이 많은 대학에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가령 비트겐슈타인이나 러셀 등의 학자의 연구에 관심이 있는 거라면 현대영미철학 (또는 분석철학)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많은 대학에 진학하시는 게 좋고, 아우구스티누스나 아퀴나스에 관심이 있는 거라면 서양중세철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이 많은 대학에 진학하시는 게 좋습니다. (철학과가 있는) 대부분의 대학은 철학과 홈페이지가 있고, 거기서 교수님들의 전공 분야나 수행한 연구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예컨대 분석철학 쪽을 공부하고 싶은데 해당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없는 대학도 있을 수 있으니 입학 전에 입문서를 읽어보면서 관심 분야를 파악해보고 해당 전공의 교수님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서울대에 가시는 게 각각을 전공하신 교수님들이 많다는 점에서 권장하고 싶습니다.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을 생각하고 있다면, 캠퍼스와 학과 건물의 위치를 파악해보세요.

혹시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염두에 두고 계신다면, 해당하는 학과가 철학과와 같은 캠퍼스에 있고, 거리는 가까운지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메타학문인 철학과 특성상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령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서울에 있고 자연과학캠퍼스는 수원에 있어서, 만약 철학과를 전공함과 동시에 이공계쪽 전공도 생각해두고 있다면 성균관대학교는 복수전공 또는 부전공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의 경우, 철학과와 수학과 수업이 열리는 건물이 매우 가까워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립니다.) 연강이 있는 경우에도 별 문제 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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