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천아카데미 추계 강좌] 철학의 길, 제6강: 비교철학

1. “야, 너네 나라에도 철학이 있어?”

이승종: 서양의 젊은이들과 세계무대에서 어울릴 때, 자기가 속해 있는 전통, 자기가 배운 중요한 문화적·정신적 자산을 서양의 친구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 또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업신여김을 받아요.

제가 유학 시절에 체험한 겁니다. “야, 너네 나라에도 철학이 있어?” 이런 식이에요. 거기에다 주먹으로 응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합리적으로,

“그럼, 있지! 우리나라의 국기를 봐. 태극이 가운데 있고, 팔괘의 중요한 네 괘가 있는데, 너 이거 알아? 이게 다 하나하나 뜻이 있는 거야. 너네 나라 국기에 이런 거 있어?”

이런 식으로, 이 정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자랑이 아니라,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죠. 서로 배울 게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체험한 건, 서양인들이 동양에 대해서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적인 게 있어서, 자기들이 지배했던 나라라고 생각해서, “너네 그런 거 있어?”라는 식으로 나오더라고요. 서슴지 않고요. “너네, 시진핑이 그러던데, 중국의 속국이었다며?” 거기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응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기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겠죠.


아이작 뉴턴

2. “과학 말고 다른 지식이 있으면 알려다오.”

이승종: 근대성의 한 가운데에 근대의 과학혁명이 놓여 있죠. 뉴턴의 고전물리학이 자연을 이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죠.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과 뉴턴의 고전역학에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걸 보면 답변이 쉽게 찾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뉴턴 물리학은 자연을 수학으로 이해합니다. 그 다음에, 수학은 양(quantity)을 다루죠. 질(quality)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도 미적분이라는 수학적인 기법을 적용하죠. 이것 역시 뉴턴이 스스로 만들어낸 겁니다. 자기의 동역학을 근거짓기 위해서요.

이러한 자연이해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모든 학문들의 모델이 되기 시작합니다. 서로 그걸 따라하려고 하죠. 예컨대, 정치철학의 중요한 고전이 된 홉스의 『리바이어던』* 등 여러 작품들이 고전물리학을 모델 삼아서 [자신들의 분야를] 과학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져 옵니다. 현대의 과학주의도 출발점은 뉴턴의 혁혁한 성공입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겠죠.

그러다 보니까,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완전한 불신 풍조가 팽배해집니다. 아까 박오병 선생님께서 거론하신 영성의 문제라든가 수행의 문제, 이런 것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버리고 있어요.

제가 유학을 가서 들었던 첫 강의가 과학철학 학부 수업이었는데… 여름방학 때는 대학원 수업은 없었고, 제가 유학을 가서 짐은 푼 게 여름방학이었기 때문에, 철학과 교수님이 여름방학 수강생들을 위해 개설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과학철학 시간에 선생님이 하시는 첫 말씀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과학 말고 다른 지식이 있으면 알려다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무도 거기에 대해서 토를 달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과학철학이 중요한 거야. 왜냐하면 유일한 학문인 과학을 주제로 다루거든!”

이렇게 선생님이 이야기를 풀어 가시는데, 여하튼 이게 다 근대성의 산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근대성이 눈 부신 빛을 발휘했고, 거기에 드리워진 그늘로 모든 영적인 문제들, 삶의 의미라든가 가치 이런 문제들이 빠른 속도로 실종된 거죠. 그래서 근대 이전과 이후의 인류가 전적으로 달라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철학의 길 6강(1) : 비교철학

00:00-00:41 들어가는 말
00:42-34:07 비교철학 배우기와 짓기
34:08-39:43 ‘2인칭 사유’를 중심으로 유가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39:44-41:19 ‘인(仁),’ ‘의(義),’ ‘예(禮)’ 같은 유가의 가치가 2인칭 사유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41:20-44:14 유가철학은 인간의 사회적 맥락(문맥)과 분리된 사태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 구성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44:15-46:27 유가철학은 인간의 사회적 맥락(문맥)과 분리된 사태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사회 구성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46:28-51:49 ‘해체’를 중심으로 불교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51:50-57:02 『장자』, 「소요유」에 대한 소개
57:03-58:52 Jean Sibelius, Symphony No. 2

철학의 길 6강(2) : 비교철학

00:00-08:12 수강생과의 질문과 대답: 영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까요?
08:13-13:36 수강생과의 질문과 대답: 동양철학과 서양철학 중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을까요?
13:37-16:32 헤세의 소설에 자주 나타나는 선/악, 미/추, 성/속의 합일이라는 주제도 해체의 관점에서 설명될 수 있을까요?
16:33-18:48. 역사 속 인물 싯다르타와 소설 속 인물 싯다르타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18:49-21:53 우상의 파괴 작업 이후에 ‘침묵’이 남는다는 말이 어떠한 의미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21:54-29:15 데리다, 장자, 들뢰즈가 만나면 서로 싸우지 않을까요?
29:16-30:59 해체주의와 자연주의가 양립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할까요?
31:00-33:11 해체주의와 (차이의) 형이상학이 양립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할까요?
33:12-36:28 자연주의와 (차이의) 형이상학이 양립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할까요?
36:29-43:02 동양철학은 어떻게 해야 구태의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43:03-43:54 동양철학이 현대철학에 대해 무엇을 새롭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43:55-48:27 어떤 동양 고전 혹은 동양 철학자가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을까요?
48:28-49:24 동양철학을 현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자로는 누가 있을까요?
49:25-51:22 동양철학 연구와 수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51:23-55:04 수행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55:05-56:31 수행을 통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으셨나요?
56:32-59:06 추천하시는 수행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59:07-1:00:49 수강생과의 질문과 대답: 동양철학이 ‘구태의연’하다는 표현은 부적절하지 않을까요?
1:00:50-1:04:51 수강생과의 질문과 대답: 서양의 근대화 과정에서 사유의 ‘단절’이 있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철학의 길 6강(1) : 비교철학

철학의 길 6강(2) : 비교철학


  • 엄밀히 말하면, 홉스는 뉴턴 이전의 인물이기 때문에 뉴턴의 고전역학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홉스 역시 미립자들 사이의 충돌을 통해 물체의 운동을 설명하고자 한 당대 자연과학을 모델로 삼아 자신의 정치철학을 전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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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학 시절이라 하시니 시간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제가 요근래 겪는 것과는 꽤 차이가 있네요.
전 항상 특정 문화권에 대한 "애호가"가 그 문화권에서 태어난 사람에 비해 전통에 대해선 훨씬 잘 알고 있었다...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 그 문화라는 것도 현재를 사는 사람한테는 전통이 된,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겠죠.)

이 부분에서 묘한 오리엔탈리즘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정보를 문헌으로 얻었으니, 더 잘 알지만 그게 현실 속에서 살아오면서 느낀 것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깐요. (다만 한 문화권 개인의 경험이 문화권 일반의 경험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도...사실 조금 조심스럽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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