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장난기 많을 것 같아 보이는 윌리엄 래퍼포트
꺼무위키를 뒤적이다가 '한국어 방 논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존 설의 유명한 중국어 방 논증을 확장한 것이라고 하는데, 제가 심리철학을 깊게 공부한 적은 없어서 이런 사고 실험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저는 많은 경우 꺼무위키를 꽤나 신뢰하는 편이지만 (특별히, 서브컬처 관련해서는 꺼무위키를 99% 이상 신뢰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게 학술적인 내용인 만큼 실제로 어느 논문에서 나온 내용인지 찾아보았습니다. "Syntactic Semantics: Foundations of Computational Natural-Language Understanding"라는 논문이 출처인 것 같네요.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설의 중국어 방 논증의 변형과 함께 시작해 보자. 이 변형은 "한국어 방 논증"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는 방을 제거할 것이지만 말이다.)
서울의 대학교에 있는 한국인 영문학 교수를 상상하라. 그는 영어를 듣지도 읽지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이다. 그는 자신의 명성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립시키고 유지한다: 그는 단지 뛰어난 한국어 번역본으로만 셰익스피어를 읽었다. 그의 독해에 근거하여, 물론, 그의 지적 통찰력에 근거하여, 그는 셰익스피어의 극작품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이 논문들은 영어로 번역되었고, 수많은 유명한 영어권 학술지에서 출판되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한국어 방 논증의 질문은 이것이다: 이 한국인 학자는 셰익스피어를 "이해"하는가?
Let us start with a variation of Searle’s Chinese-Room Argument, which may be called the “Korean Room Argument” (though we shall do away with the room):
Imagine a Korean professor of English literature at the University of Seoul who does not understand spoken or written English but who is, nevertheless, a world authority on Shakespeare. He has established and maintains his reputation as follows: He has only read Shakespeare in excellent Korean translations. Based on his readings and, of course, his intellectual acumen, he has written, in Korean, several articles on Shakespeare’s play. These articles have been translated for him into English and published in numerous, well-regarded, English-language, scholarly journals, where they have met with great success.
The Korean-Room-Argument question is this: Does the Korean scholar “understand” Shakespeare?
William J. Rapaport, "Syntactic semantics: Foundations of computational natural language understanding", in Asp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James H. Fetzer (ed.), Kluwer Academic Publishers, 1988, p. 114.
이 논증의 철학적 의의는 차치하고서라도, 1988년에 출판된 철학 논문에서 '한국'을 언급한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또, '과연 영어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한국인 영문학 교수가 세계적인 셰익스피어 권위자가 될 수 있을까?'하는 잡생각도 들고요. 한국어로만 공부해도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