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 혹은 해답

(0) 처음에 질문 카테고리에 이 글을 올리려고 했어요. 아래와 같이요.

(1) 철학은 인생의 근원적 허무함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1. 위 문장의 전제를 부정한다. 즉, 인생은 허무하다는 것은 증명될 수 없고, 형이상학적인 무의미한 명제임을 보인다.

  2. 철학은 논리적으로 수행되는 학적인 탐구일 뿐이고, 위 명제에 대한 답 같은 것은 오히려 종교의 영역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위 질문은 부적절하다.

  3. 일부 철학자들이 그런 주제를 깊이 의식하고 있었다고 할 수는 있다. 니체라든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저작을 읽고 나서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어쩌면 그러한 계속적인 의문, 회의와 탐구의 과정 자체가 허무함을 대하는 바른 자세일 수 있다. 혹시 그 과정에서 허무함은 역설적으로 극복될지도 모른다.....

  4. 인생의 의미는 좀 더 나이가 많이 들어서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젊은 분 같은데, 아직은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곳에 쓰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이다.

  5. 허무를 싸워 이기자는 생각보다 그것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생각하라. 허무와 더 강하게 적대시할수록 허무는 더 강해질 뿐이다.

이런 대답도 모두 훌륭한 것이겠지요...하지만 제가 바라는 답은...

(2)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 이상하게도 무언가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철학이 우리에게 모든 답을 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을 도와줄 수는 있는 거겠지요.

(3) 그리고 그에 대해 위에 써놓은 답변 예시를 포함해서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그러한 탐구는 우리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어요. 허무란 이러한 의미에 의하여 우리를 다른 단계로 인도하도록 설계된 퍼즐의 한조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4) 정말 이 글, 낙서에 지나지 않는 것 같지만, 혹시라도 #인생의_의미와_허무 라는 질문을 가지고 이 포럼을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글에서 아주 미세하게나마 도움을 얻으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여기에 포스팅해봅니다.

모두 잘 지내셔요...

6개의 좋아요

풍족한 사람들에게 삶의 허무함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지만 허무는 상실과 연결돼있다는 것을 쉽게 잊어버린다. 이것은 존재론하고 연결된 것 같다.(당연히 하이데거로부터 시작된 존재론은 실존주의로 불리니까) 이중적이게도 우리는 우리에게 나타나고 주어진 존재를 싫어하면서도 좋아한다. 니체가 "존경속에는 경멸이 이따!"라고 말했던 것 처럼,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싫어했을때 나타나는 나의 판단이 그저 하나의 틈이 있는 확률에 불과한 것 처럼, 우리는 우리앞에 나타나있는, 존재가 있는 것으로 생기를 느낀다. 허무는 존재가 없다. 우리 앞에 있고 우리가 존재의 모습을 하고 존재를 대함에도 존재가 없다. 이걸 뭐라 표현했더라,, 어...그....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