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된(?) 밈 네 장을 공유합니다
(1) ㅋㅋㅋㅋㅋㅋㅋㅋ
(2) 밈에 진지한 답을 달긴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크게 두 부류 같습니다.
(a) 그냥 탐구 자체가 즐거운 사람들. 이런 부류는 철학을 수학이나 자연과학을 하듯,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행복한 활동으로 하시더라고요.
이 분들은 딱히 병든(?) 인간이라 하긴 그렇지만, 돈을 못 번다는 점에서는 집안을 말아먹기 딱 좋죠 ㅎ.
(b) 다른 한 부류는 실존이나 삶의 의미 같은....고차원적이고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를 탐구하고자 철학으로 오신 분들이죠.
이 분들은 (행복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주제에 대해 잊지않고 계속 탐구한다는 점에서 병든 인간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위안을 삼자면, 이런 주제에 대해 인간은 살면서 한번쯤은 다 탐구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죽음이든 질병이든 살면서 모든 종류의 불운한 불행을 피할 수 있는 운 좋은 사람은 극소수니깐요. 이 분들은 언젠간 답해야할 문제를 미리부터 탐구하고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밥 벌어먹고 젊음을 즐겨야할 시기에 이러니 순서의 착오가 있다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ㅎㅎ...힌두교에서도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는 인생 최후반기에나 하고 베일런트의 심리학에서도 인간의 경제적/심리적 독립 이후 타인에 대한 배려나 영적인 탐구를 달성하게는 적절한 발달 과정이라고 하기도 하니깐요.)
너무 진지한 댓글이 될 것 같아 어색할지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철학 공부 자체가 모두 정신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거나 혹은 그 반대로 좋은 영향만을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반드시 전문적인 철학자가 되려는 사람만 하이데거나 크립키를 읽어야 한다고/읽을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나온 John Kaag의 "Sick Souls, Healthy Minds"라는 책이 있더군요. 소개자료 등을 보니 'sick soul'이나 'healthy minds'는 모두 (철학적) 지성을 가진 정신인데요, 양자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Sick Soul은 삶의 어둠과 악한 것, 죄의 문제를 강조하는 종교적인 논의 등에 주목하고, Healthy Minds는 비록 인생에 위험이 있더라도 개방적이고 활동적인 자세, 절대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이라 하죠. 전 이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낫다는 말을 하려는 의도는 없고요, 여기서 철학이 우리 정신에 여러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를 지적하고 싶었어요.
사실 우리의 지적/철학적 정신이 이 두가지 중에 어떤 태도를 가지든 세상 자체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에요. 또, 일도양단적으로 두가지 태도로 우리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여전히 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줄 수 있고,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여전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삶이든 철학에든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재미있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정치사회철학을 공부하며 제 삶이 소위 말하는 ’거짓 화해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으며, 모르던 상태보다 알게된 지금이 ‘낫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마냥 행복하지도,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적어도 행복이랑은 거리가 좀 멀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물질적 소유의 삶이나 도구적 이성에 대해 평소에 머리로 아무리 비판하더라도, 가끔은 그런 것에 끌리게 되고, 또 그런 스스로를 볼때 자괴감이 심하게 옵니다. 또 다른 예로, 돈 안되는 철학 공부를 하다보니 항상 친구들이 1차를 사주고, 예의상 2차는 제가 사는데 그 때에도 통장잔고를 확인해야하는.. 이럴때면 정말 공부를 그만두고 싶어요. 돈 없어서 공부를 관두겠다고 말했는데 붙잡은 지도교수님이 정말 미울때가 많습니다.
원래 그런 거죠 뭐. 불행하고 병든 사람들이 쓴 글이 좋은 글입니다. 에드거 앨런 포와 샤를 보들레르 같은. 밝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거부감이 들고 짜증마저 드는 저는 아무래도 병든 정신의 소유자인가 봅니다.
이 책 한번 참고해 보세요. 아마 마음에 드실 것 같네요.
소개글을 조금 인용할게요. 이 책 번역서가 8월 중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전설적인 논픽션으로 알려진 토머스 리고티의《인간종에 대한 음모》가 드디어 번역되었다. 코스믹 호러 장르의 염세적인 세계관을 담은 이 책에서 리고티는 인간을 자의식이라는 끔찍한 잉여를 지닌 무(無)에 불과하다고 보는 노르웨이의 반출생주의 철학자 삽페(Zapffe)의 파격적인 주장을 빌려와 자신만의 근본주의적 비관론을 펼쳐나간다.
ㅋㅋㅋㅋㅋㅋ 밈인데 맞는 이야기 같네요. 몸이 건강한 사람은 혈당강하제나 항진균제 같은 의약품에 대해 알기 위해 굳이 책과 논문을 찾아보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죠. 그래서 의사나 약사도 아니면서 그런 약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개 아픈 사람들인 경우가 많은데, 철학의 경우도 꼭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철학이 일종의 약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즉 일종의 pharmakon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비슷한 편입니다.
솔직히 말해 철학이 근원적 허무함을 해결해주긴커녕 괜히 삶을 혼탁하게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지배적이네요. 맑스니 니체니 하는 것들 모두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기고 합니다.
부디 평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철학이 전부는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