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의 형이상학 서설을 읽으면서 든 생각

칸트가 비판을 쓰고 마음 고생을 꽤 한 것 같습니다. 칸정도 되는 철학자가 사람들이 비판 어렵다, 뭔소린지 모르겠다하니까 서설 써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읽다보면 부분 부분 "내가 비판에서 대체 언제 그렇게 말했어, 니네가 오해한 거야" 이런 뉘앙스를 풍기는 말들이 눈에 밟힙니다. 특히 자신의 철학을 로크 같은 관념론이 아님을 부정하면서 초월적 관념론 대신 비판적 관념론이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고 하는 부분은 철학자의 비애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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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형이상학 서설』을 읽을 때 동일한 생각을 했어요. 칸트뿐만 아니라, 모든 철학 전공자들이 글을 쓸 때마다 비슷한 비애(?)를 느끼는 것 같아요. 철학은 학문 특성상 정량적으로 규격화되기 어렵고, 해석자의 관점에 영향을 강하게 받고, 평가 기준도 다양하니, 글에 대한 평가에서 항상 논란이 벌어지죠. 특히,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모두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외부인의 관점으로 보면 무엇이 학계에서 권위가 있는 주장이고 무엇이 엉터리인지가 잘 구분이 안 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이번에 <안될과학> 데카르트 편 영상에 잘못된 정보가 많아서 아쉽다는 댓글을 썼더니, 온갖 사람들이 와서 "피해망상"이라느니, "데카르트 빠"라느니 하는 이상한 공격들을 하더라고요. 대학 세계에서 학문적으로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데, 기껏 공부를 해도 비전공자들의 이런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받아야 하는 게 진짜 철학 전공자들의 비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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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댓글들 보고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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