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
6월 12, 2023, 3:2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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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올빼미에서 몇 번 이야기되었던 주제네요. 저는 철학이 행복의 문제나 그밖의 여러 가지 인생의 실존적 문제에 대해 답을 줄 수 없다 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는 철학 공부가 삶에 큰 즐거움이 되는 경우도 있기야 하지만, 철학을 통해 인생의 방향이나 목적을 고민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런 문제는 종교나 문학이나 예술을 통해 고민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아래에 이와 관련된 올빼미의 이전 글들이 있습니다.
(1) 해당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철학 전공자들의 컨센선스인가?
아마도 많은 전공자분들이 위의 교수님이 하신 말씀에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철학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대답을 내려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제가 최근에 기독교인들과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나 맡게된 게 있는데, 그 강의에서 처음으로 이야기한 내용도 이 점이었습니다. 강의안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현대철학은 종종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준다. 현대철학을 통해 실존, 타자, 무의식, 사회, 폭력, 정의, 법 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를 가진 사람들 중 대부분은 20세기 이후에 출판된 고전적 철학 텍스트를 실제로 읽고 나서는 허무해한다. 가령,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는다고 해서 죽음과 불안을 바라보는 대단한 실존적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읽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주장을 마치 컴퓨터처럼 논리적으로 …
철학만큼 소문과 신화가 무성한 곳도 없다고 생각한다. 철학에 대한 이미지는 스펙트럼이 퍽 다양하다. 누군가는 철학이 아무 짝에도 쓸데없는 학문이라거나,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는 자연과학에 비추어볼 때 곧 도태될 시대에 뒤처진 학문이라는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누군가는 철학과를 ‘취업 안 되는 학과’와 동의어로 생각한다. 한편 철학에 대해 선망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이 나의 주목을 끈다. 이들은 철학 전공자에게 심오하다거나 지혜롭다는 수식어를 붙이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보고 있을 법한 현자의 아우라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철학자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부여하는가?
이는 그들이 철학에 모종의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이들은 철학자를 선망하는 만큼 암암리에 철학자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한다. 예컨대 이들은 철학자들이 뒤죽박죽인 세상에 대해 촌철살인의 한 마디를 던지거나,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등불이 되는 귀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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