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수학에 흥미가 있어서 수학 관련 내용들을 취미로 찾아보다가 매우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는 수학애서 최고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집합론과 수리논리학에 흥미가 생겨 인터넷을 통해 조금씩 취미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공부하려고 하니, 제 검색 능력의 부족 때문인지 만족스러운 정보를 찾지 못 하고 있었고, 그러던 중에 이 커뮤니티를 알게 되어서 전공자 선배님들께 도움을 요청하고자 가입했습니다.
0.철학이나 논리학을 공부할 때 보통 어떤 순서로 공부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1.철학에서 통용되는 '명제'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논리학에서 통용되는 '명제'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3.수리논리학 분야에서 '명제'는 'well formed formula'를 의미한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올바르게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4.수리논리학에서 '원자명제'의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원자명제라는 개념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5.'추론'과 '논증'의 엄밀한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6.외연과 내연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정의를 비롯하여 기본적으로 배우는 내용이 무엇인지가요.
7.수리논리학에서 '진리값'은 어떻게 정의되어, 어떻게 판단하게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8.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정확히 어느 경우에, 어느 대상들에 대해서 존재하는 관계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9.'조건문'의 정의가 궁금합니다.
10.이외에 철학과 수리논리학 쪽에서 사용되는 기본적인 용어가 있다면 그 용어들에 관한 정의를 알고 싶습니다.
-1. 몇 가지 논리학 교재를 비교해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교재로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질문의 내용을 보니 개념 정의를 잘 잡아주는 교재가 잘 맞으실 것 같습니다. 어떤 교재를 고르실진 모르겠지만, 앤서니 그렐링이 쓴 『철학적 논리학』을 부교재로 참고하시면 논리적 혹은 언어철학적 개념에 관한 일반적인 논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2판은 제 기억으로 오타나 오역이 조금 있었던 걸로 아는데 최근에 나온 3판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순서라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병행한다는 선택지 밖에 없거든요. 논리학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철학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일반적인 철학과 커리큘럼상 기초 논리학은 보통 2학년 과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전공수업을 슬슬 듣기 시작하는 타이밍에 같이 시작하도록 되어 있는 셈이죠.
철학과 논리학이 서로 다른 명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자들이 명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생각할 때 체계적으로 주어진 논리학과 잘 들어 맞는지를 고려하겠죠. 저는 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방식으로 쓰면, 명제란 참/거짓의 진릿값을 갖는 문장(혹은 진술)이 표현하는 바라고 이해됩니다. 즉, 참/거짓의 진릿값을 갖는 문장의 뜻이며, 따라서 추상적 존재자로 보통 여겨집니다. 수학에서의 수처럼요.
1에서 설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장, 진술, 명제 같은 것들의 구분을 일단 하고 나면 논리학의 체계 안에서는 그냥 교환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Well formed formula'는 우리말로 보통 '적형식'으로 번역됩니다. 적형식은 문법적 개념입니다. 즉, 주어진 논리 언어가 갖고 있는 문장 형성 규칙에 따라 적절히 조합된 것들을 적형식이라고 합니다.
요컨대, 일반적인 1차 술어 논리에서 'xF' 라든가 'a~F' 같은 것은 적형식이 아닙니다. 형성 규칙을 제대로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적형식이 모두 명제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Fx'는 적형식이긴하지만, 이 문자는 아무런 뜻을 갖지 않습니다. 애초에 'F'가 무슨 술어를 표현하는지도 주어져 있지 않고, 그 해석이 주어져 있다고 해도, 예컨대 'X는 난다'라는 식으로 주어져 있다고 해도 이 문장은 진릿값을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자명제는 진릿값을 부여할 수 있는 최소 단위를 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명제논리에서는 'A', 'B', 'C'처럼 알파벳 대문자 기호들에 다 진릿값이 부여되니 원자명제는 이것들이 되구요, 술어논리의 경우 '(x)Fx', '(∃x)Fx', 'Fa' 등이 그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와 같은 연산자나 두 개의 원자 명제에 대해 진리연결사를 붙여 다른 명제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들을 복합명제라고 합니다. 딱히 이 개념을 도입한 이유랄 게 있을까 싶긴 합니다. 저는 논리학의 역할 중에 하나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의 논리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라고 보는데, 우리 언어에 그런 문장들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원자' 명제라고 이름을 붙인 건 아마 논리학 체계가 갖고 있는 진리함수성(truth-functionality) 때문에 강조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진리함수성이란 복합명제의 진릿값은 진리연결사의 의미와 원자명제의 진릿값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속성입니다. 최초의 원자명제의 진릿값이 주어지면 복합명제의 진릿값이 모두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동의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논증은 하나 이상의 진술 혹은 명제들이 다른 하나의 진술 혹은 명제를 뒷받침 하기 위해 제시된 일련의 진술 혹은 명제들이라고 정의될 수 있습니다. 추론의 경우 제가 이해하기로는 하나의 마음 상태로부터 다른 마음 상태로 이행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 어떤 돈이 내 돈이 아니라면 남의 돈이다. 따라서 이 돈은 남의 돈이다.'라는 것을 봅시다. 앞의 두 진술은 맨 마지막 진술을 뒷받침 하기 위해 도입된 것들입니다. 전자가 후자를 지지(sustatin)하는 관계죠. 이 진술들 혹은 명제들은 논증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믿고 있었고 '어떤 돈이 내 돈이 아니라면 남의 돈이다'라는 믿음도 갖고 있을 때, 그로부터 '이 돈은 남의 돈이다'라는 새로운 믿음을 형성했다면 이 과정은 추론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모든 추론은 논증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지각적 경험으로부터 어떤 명제적 믿음을 얻을 때 그 과정을 추론이라고 하기도 할 텐데, 그걸 받아들이게 되면 모든 추론이 논증의 형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외연과 내포는 의미의 두 차원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어떤 언어적 표현이 실제로 적용되는 대상들의 집합을 외연이라고 하고, 그 집합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을 내포라고 보통 말합니다. 진술의 경우 외연은 진릿값, 내포는 명제가 됩니다.
진릿값의 정의는 없습니다. 이진성(bivalence)을 받아들이는 체계에서 진릿값은 그냥 T 혹은 F이구요,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철학자들의 몫입니다. 진리론이라는 형이상학적 논의의 한 부분이죠. 형식적으로는 단순명제들에 부여되는 값이구요, 따라서 논리학 안에서는 그걸 "판단"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떤 명제가 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경험적인 문제구요, 어떤 명제가 참인지 아닌지를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인식론적 문제일 겁니다.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기본적으로 진술 혹은 명제 간의 관계입니다. 'P→Q'가 참이라고 할 때, P는 Q의 충분조건, Q는 P의 필요조건입니다. '중간고사를 잘 보면 B+ 이상을 받을 것이다'가 참이면, 중간고사를 잘 보는 것이 B+ 이상을 받는 것의 충분조건이구요, 'A0 이상을 받으려면 기말고사를 잘 봐야 한다'가 참이면 기말고사를 잘 보는 것이 A0를 받는 것의 필요조건이 됩니다. (첫 번째 명제는 '중간good → B+ 이상', 두 번째 명제는 'A0 이상 → 기말good'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조건문이라는 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철학적 논쟁거리입니다. 조건문 일반에 관한 거라면 특히요. 하지만 그것과 관련된 철학적 문제를 배제한다면, 궁극적으로 조건문이라는 건 그냥 '만일 ~라면 ~이다' 혹은 영어로 'if ~ then ~', 조건문 기호 'p→q'이고, 그걸 이해한다는 건 그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p→q'가 무엇이냐? 조건문의 진리표를 이해하면 이해한 것입니다.
그걸 다 포괄해서 기술할 수는 없습니다. 공부를 계속 하시다보면 나름대로 개념이 잡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리학적 개념 같은 건 1회독으로 마스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풀이 연습과 실제 텍스트를 읽을 때 적용해보는 시도들이 반복되어야 좀 숙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