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하이데거와 그리스도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 보고 있는데, 존 맥쿼리의 『하이데거와 기독교』에 대한 강학순 교수님의 해제에 재미있는 내용이 있네요. 특별히, 하이데거가 뢰비트에게 쓴 편지에서 자신을 스스로 "기독교 신학자"라고 표현했다는 점이 참 놀랍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과장이 들어간 표현이라 생각하긴 하지만요.) 긴 내용이지만 인용해 봅니다.
"신학적인 유래가 없었다면 아마도 나는 결코 존재 사유의 길에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래한다는 것은 언제나 미래로 머문다"고 말하면서, 하이데거는 그러한 신학적 유래가 항상 미래로 남아 자신의 철학적 사유에 영향을 미쳐왔다고 술회했다. 그는 1921년 제자 뢰비트(K. Löwith)에게 보낸 서신에서, 자신은 철학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기독교 신학자"이며, "자신의 철학은 신을 기다리는 것"이라 했고, 1966년 9월 23일에 행한 <슈피겔Der Spiegel>지와의 인터뷰에서 "오직 신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신학자 융엘(Eberhard Jüngel)은, "칸트, 헤겔 이후로 하이데거처럼 신학에 영향을 미친 철학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불트만(R. Bultman)과 틸리히(P. Tillich)는 그들의 사상적 빚을 공개적으로 인정했고, 그의 제자들인 에벨링(Gerhard Ebeling)과 푹스(Ernst Fuchs)는 그들의 신학을 "기독교 신앙의 언어론"으로서의 "해석학적 신학"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하이데거의 철학을 자신의 신학에 접목시킨 오토(H. Otto)의 『사유와 존재, 하이데거의 길과 신학의 길』(1959)은 무엇보다도 하이데거의 사유가 전경에 놓여 있다.
가톨릭 신학자들 중에서 칼 라너(K. Rahner)는 그가 많은 교수들을 만났지만, 한 분의 스승인 하이데거가 있다고 말했다. 가다머(H-G. Gadamer)는 그의 기념 강연에서 "하이데거의 사유를 일깨우고 생생하게 살아있게 한 것은 기독교였다. 그것은 고대의 초월성이었고 그를 통해 이야기된 현대적인 세속성은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이와 같이 하이데거의 사유는 기독교에서 영감을 받아서 출발했고, 또한 그의 철학은 신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강학순, 「해제: 하이데거와 기독교」, 『하이데거와 기독교』, 존 맥쿼리 지음, 강학순 옮김, 한들출판사, 2006, 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