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관심있는 쪽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저도 실존적인 주제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아직 많이 개척된 분야는 아니지만, 몇몇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Analytic Existentialism이라는 테마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라는 번역서로 출간된 책의 저자 데이빗 베네이타(David Benatar)가 있고, 많이 알려진 철학자는 아니지만 베리슬라브 마루쉬치(Berislave Marušić)라는 철학자가 Analytic Existentialism이라는 논문집을 편집 중에 있습니다.
분석적 전통의 철학자들도 실존적 주제에 관해 글을 쓴 사람들이 없진 않습니다. 토마스 네이글(Thomas Nagel)이나 리처드 테일러(Richard Taylor) 같은 철학자들의 글은 철학입문 수업에서도 많이 쓰이구요.따지고보면 한 때 유명했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도 굳이 아니라고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 과거에 아서 단토(Arthur Danto)가 사르트르에 대해 쓴 책도 있는 것 같네요. (단토가 분석철학자일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리고, 저는 분석철학이 하나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나드 윌리엄스의 말을 빌리자면, 분석철학은 논증과 구분, 그리고 적당히 분명하게 말하는 것을 추구하는 철학하기의 한 방식이지, 그것만의 독특한 주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존주의자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보는 것도 독서계의 없던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저도 언젠가 야스퍼스를 촘촘히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