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전 윌리엄슨의 이 글도 그닥 중립적으로 쓰여진 것 같지 않아요 ㅋㅋㅋㅋ. 저 언급조차, 윌리엄슨이 지지하는 분석 형이상학이 결국 승리했고, 그것에 반대했던 브랜덤-로티는 패자에 불과하다는 (간접적인) 선언이니깐요.
어떤 의미에서, 브랜덤-로티로 인해 확립된 철학사의 적자라는 자리를, 자신이 가지고 오고 싶다는 불순한 욕망에서 이런 글을 쓴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과연 10년 후에도 이 평가가 유지될까? 묻는다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분석 형이상학은 물론, 이 형이상학을 지탱하던 형식적 툴들은 (앞으로의) 철학 커리큘럼의 일부가 될테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기세등등할 수 있을지는 퀘스천너블합니다.
(2)
사실 이 부분조차 전 회의적입니다. 이제 분석 철학조차, 분석 철학(들)이라 불러야 하는 시점에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별 과학의 철학들은 이미 외부의 철학 영역들(언어철학/심리철학/형이상학 등)을 언급하지 않고, 심지어는 때로는 과학철학조차 언급하지 않으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심리철학적/인식론적/도덕철학적 주제들도 어떠한 중심적 논의가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지고 있죠.
어떤 의미에서 분석 형이상학과 실험 철학 등이 "유행"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들만이 스스로 자신이 "거대 이론"으로 불리고 싶은 야망이 있어서 그런거 아닐까,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많고 다양한 학자들은 그저 자신들이 궁금한 주제에 관해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철학 전통 내에 있는 모든 도구들을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 뿐이죠.
이 도구에는 기존 철학 전통에 만든 온갖 것들이 포함되겠죠. 일상 언어 학파에서 제시한 언어 분석, 인지과학과 함께 들어온 경험적 연구들, 분석 형이상학/논리학 흐름을 통해 들어온 보다 엄격한 형식적 도구들.
그렇다면, 이제 역사에는 아무런 패턴이 없게 된 것 아닐까요?
사실 저한테는 이게 그렇게 낯설지는 않아요. 저는 항상 예술/미학에 대한 분석철학적 접근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이 접근은 양쪽 모두에게 버림 받았죠. 분석 철학에서도 변방, 예술에 대한 이론에서도 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