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규칙과 공리의 명확한 차이가 뭔가요

요즘 양상논리를 공부중인데, 양상논리체계의 일반적인 s5체계에 대해, ㅁ을 필연양화사로 간주할 때, 명제 p에 대해서,

ㅁp->p가 일반적인 공리고
p->ㅁp는 양상논리체계의 추론 규칙인 필연화 규칙이라 하더라고요.

그런데 어떤 체계에 대해 공리는 항상 참이고 추론규칙도 항상 이용가능하니
임의의 명제 p가 참이면 결국 공리와 추론규칙으로 인해 ㅁp가 동치로써 참이 되는 듯 보입니다.

그럼 양상논리체계 하에서 참인 명제는 항상 필연참과 동치로 이해되는데 제가 뭘 잘못이해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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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는 양화사가 아닙니다! 양화사처럼 해석할 수는 있지만요.
필연화 규칙은 처음 보면 굉장히 당황스럽죠. 저도 그렇고 아직도 설명하려고 하면 매끄럽게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아마 이해를 제대로 못했다는 뜻이겠지요.

아마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연연역 체계의 추론규칙공리 체계의 추론규칙이 갖는 논리적 성질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연역 체계의 추론 규칙은 진리 보존성(truth preservation)을 갖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추론의 전제가 참이면 추론 규칙에 따라 도출된 명제도 참이 보존된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공리체계의 추론 규칙은 진리보존적이지 않습니다. 타당성 보존적(validity preservation)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여기서 "타당성"이라는 용어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타당하다"라는 술어가 논증에 사용되면 그 논증의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경우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즉, 해당 논증의 올바른 연역 논증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의미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타당하다"라는 술어가 개별 명제에 사용되면 그 명제가 특정 체계에 대해서 논리적 참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 정도로 이해를 하시면 됩니다. 예컨대 의미론적으로 p가 타당하다면 모든 해석에 대해 p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론적으로 p가 타당하다면 p가 어떤 공리체계의 정리(theorem)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설명은 제가 해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을 수 있습니다)

즉, 공리체계에서의 타당성, 즉 정리성(theoremhood)을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추론 규칙을 이해하시면 좀 도움이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뭐, 논리적 참(logical truth)을 보존하는 규칙으로 이해를 하면 어떨까합니다.

다른 한 가지 차이점을 더 집어보자면, 자연연역의 규칙들은 전제로부터의 추론을 허용하는 반면에 (조건증명법 같은 것을 적용할 수 있죠) 공리체계의 규칙은 항상 정리로부터의 추론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앞에 나온 것이 공리체계의 정리일 때에만 공리체계의 추론규칙을 적용시킬 수 있죠.

좋은 설명이었는지 모르겠네요 ㅠ 같이 공부해나가봅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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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형식규칙이 정리로부터 이용가능하다는건,

양상논리 s5를 예로들면,

정리 s가 있다면 추론규칙에 의해 ㅁs가 될테고 그렇다변 또 공리에 의해 s가 유도 가능하니

정리 s가 참
-> ㅁs (필연화규칙에 의해)
-> s (임의의 명제 p에대해, ㅁp->p라는 양상체계 공리에 의해)

결과적으로 s iff ㅁs
아닌가요. 뭔가 제가 이해가 안되서 착각하고 있는듯한데 어느지점인지 명확히 몰라 자꾸 질문드립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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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s가 참
-> ㅁs (필연화규칙에 의해)
-> s (임의의 명제 p에대해, ㅁp->p라는 양상체계 공리에 의해)

"참이다"라는 술어는 의미론적 술어입니다. 공리체계에서는 "s가 참이다"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아 보이네요.
지금 쓰신 논증은 s가 참이라는 것을 전제로 두는 일종의 조건증명법이죠?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공리체계의 추론규칙은 조건증명을 적용할 수 없는 규칙입니다. 오직 s가 해당 공리체계에서 정리일 때만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죠. 즉 제시하신 논증은 1열에서 2열로 넘어갈 때 필연화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잘못된 논증입니다.
적절하게 적용된 사례는 아마 다음과 같은 꼴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자주쓰이는 공리의 대입예인 'P->(Q->P)'를 예로 들어보죠.

  1. P->(Q->P) (p가 정리이다 <=> p는 1) 공리이거나, 2) 공리로부터 추론규칙을 통해 도출된 문장이다)
  2. □(P->(Q->P)) (1, 필연화)
  3. □(P->(Q->P) -> (P->(Q->P)) (T공리의 대입예)
  4. P->(Q->p) (2,3 전건긍정)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아마 그렇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필연화 규칙을 적용한 대상이 정리였고, 건전성 정리를 전제하고 말하자면 필연적으로 참인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약간 조심스럽지만, 필연화규칙은 필연적 참인 문장의 앞에 '□'를 붙여주는 규칙이라고 보시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일차 술어논리의 공리체계에도 비슷한 규칙이 있습니다.
p ├ ∀xp
이런 규칙이죠.

'S가 참이다' 라는 문장이 적절하지 않는다고 하니

대신 s가 정리이다로 말을 바꿔 다시
ㅁs iff s가 유도되면 어차피 그게 그거 아니냐고 여줘보려 했는데
S가 정리이다 역시 말씀하신 조건증명법인 것처럼 보여 질문드리려다 말았네요.

그렇다면 같은 맥락으로 어떤 명제 p가 거짓임 드러내기 위해 귀류법을 시도하려 할 때도, 전제를 p로 참으로 낸 후 여기서 팔연화를 적용하려하면 이건 잘못된 적용이겠죠??

이게 기호논리학이 논리 연결사나 양화사 규칙들만 알면 되는게 아니였네요.. 논증이 이뤄지기 위한 제약조건 같은 것들도 따로 있었군요..

앞서 말씀하신 것들은 논리학 교과서에 다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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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s가 정리이다로 말을 바꿔 다시
ㅁs iff s가 유도되면 어차피 그게 그거 아니냐고 여줘보려 했는데
S가 정리이다 역시 말씀하신 조건증명법인 것처럼 보여 질문드리려다 말았네요.

'□s <-> s'가 따라 나오려면 쉽게 생각했을 때
'□s->s'와 's->□s'가 모두 증명열에 등장해야겠죠? 그리고 이 두 개가 있으면 '□s <-> s'를 끌어낼 수 있다는 규칙도 필요할겁니다. (적어도 최초의 공리시스템에서는 주어지지 않은 규칙이니 보조규칙으로 도입을 해야겠죠) 위에 플란팅가님이 말씀하신대로 's->□s'는 s와 필연화규칙으로부터 따라나오는 정리가 아닙니다. 이 둘을 이어주는 건 연역정리라는 메타논리적 정리인데, 양상명제논리의 공리체계에서는 이 연역정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유도는 일반적으론 안 되는 것이죠.

대충 어떤 지점에서 혼동이 생기는 지 좀 알 것 같긴합니다. 지금 다루고 있는 것은 양상명제논리의 증명론적 체계인데, 'p가 참이다'라는 개념은 증명론적 개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두 개가 자꾸 섞여서 등장하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리체계라는 건 아주 간단합니다. 몇 가지 공리 스키마들이 있고, 형식적인 규칙이 있을 뿐입니다. 간단히 전건긍정식의 예를 보여드리죠.

  1. P
  2. P->Q
  3. Q

전건긍정식의 규칙은 증명열에서 ●꼴이 등장하고 ●->△꼴이 등장하면 새로운 증명열에 △을 쓸 수 있다는 규칙입니다. 그게 전부죠. 이 규칙이 진리보존적 규칙이라는 것은 전건긍정식의 정의에 의한 게 아닙니다.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죠.
마찬가지로 필연화 규칙도 증명열에서 ●꼴이 등장했다면 새로운 증명열에 □●을 쓸 수 있다는 규칙이고 그게 전부입니다.
다만 공리체계에서 증명열에 올 수 있는 것은 공리이거나 공리로부터 추론규칙을 통해 도출된 정리이기 때문에 증명열에 등장한 명제에 대해 필연화 규칙을 적용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S5체계내에 어떤 정리s가 있어서

1.S
2.ㅁs(1, 필연화)

이건 타당한 논증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ㅁs역시 정리 s로 부터 나온거나 ㅁs도 정리 아닌가요?

그렇다면

1'. ㅁs (정리)
2'. ㅁs->s (s5체계 공리에 의해)
3'. s (1,2 전건긍정)

이게 제가 지금 혼동하는 부분인건데
S로부터 ㅁs가 새로운 증명절에 나오고,

마찬가지로ㅁs로부터 s가 새로운 증명절에 나오는 것이

s->ㅁs, ㅁs->s를 각각 보여준것 아닌가요.

이게 자꾸 이해가 될듯 하면서 같은 내용이 혼동되어 같은 내용의 질문을 계속 드리는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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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계속 말씀드리는 건,

  1. ├S
  2. ├□S
  3. ├S->□S

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증명열 3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저게 따라 나오려면 적어도 "p ├ q 이면 ┣ p->q" 가 성립한다는 메타정리가 필요한데, 이 체계에서는 이런 정리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S"로부터 "□S"를 추론규칙에 따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하여도 그것으로부터 "S->□S"가 이 체계의 정리라는 게 따라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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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야 간신히 이해가 됩니다 ㅜ

맨 처음 말씀해주신 것에서 자연연역체계 추론규칙과 공리체계 추론규칙이 가지는 논리적 성질을 햇깔려서 생기은 문제라고 말씀하신것도 아깐 무슨뜻인지 흐릿하게 이해되었는데,

1,2,3에서 3이 안되는걸 말씀하신 것 같네요. 그러면

(pㅏq)->(ㅏp->q)는
일반적인 명제논리의 정리가 되나요?

저는 예전에 논리학교재로 아카넷의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를 봤었는데
ㅏ기호라던지 추론규칙 등등 이런 형식논리 관련하여 얕게 다루고 있어 자연연역체계라던지 등등 형식논리 개념어를 잘 모르고 논리 연결사나 양화사만 아는 상황이긴 합니다.
->와 ㅏ차이도
조건문은 두 명제의 진리값 순서쌍을 하나의 진리값에 대응시키는 함수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ㅏ는 그게 아니란 것만 얼추 이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오늘 얘기 나눈것들과 관련한 개념들 혹은 규칙들을 다루는 개념서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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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ㅏq)->(ㅏp->q)

이 정리는 "연역 정리(deduction theorem)"라고 불립니다. @Raccoon 님이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이건 메타정리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명제논리의 정리는 아닙니다.

연역 정리 같은 기초 메타정리는 대부분의 본격적인 논리학 교과서에서 다뤄집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위 리스트에서 최소한 벤슨 메이츠, Ted Sider 교재에선 연역 정리 증명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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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곳저곳에서 자료 찾아보면서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아마 수리논리학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wildbunny님 말씀대로 벤슨 메이츠, Ted Sider 교재에도 나오는데, 후자의 제 1장, 그리고 양상 명제논리 부분의 필연화 규칙에 대한 설명도 읽어볼 만합니다.

그리고 양상논리에 접근하시기전에 명제논리, 일차술어논리의 메타이론부터 먼저 한 번 꼼꼼하게 공부해보시기를 권합니다.(혹은 병행) 양상논리의 의미론은 명제논리, 일차술어논리의 의미론을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의미론적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략적으로라도 파악을 해야 전체적인 그림에 가까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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