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인식론 입문』, 2장 「인식론과 철학적 분석」 요약

2장도 역시 본문에 요약의 일부만을 올리는 대신 전문 링크를 걸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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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과 명제

개념은 (적어도 이 책에서) 속성을 가리킨다. 예컨대 지식은 사람에 귀속되는 속성이고, 정당성 개념은 믿음에 귀속되는 속성이다. 개념은 보편자이며, 개별자인 낱말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식’, ‘knowledge’, ‘savoir’ 등은 낱말이며, 공통적으로 지식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개념과 낱말의 구분과 유사하게 명제와 문장이 구분되어야 한다. 문장은 낱말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언어에 속하는 개별자인 한편, 명제는 각각의 개별 문장들이 공통으로 표현하는 바이다. ‘눈이 희다’와 ‘snow is white’는 눈이 희다는 공통된 명제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문장은 발화하거나 책에 기록되는 등 물리적으로 시공간을 갖는 반면, 명제에는 시공간적 위치가 없다. 그렇다면 참이거나 거짓인 것은 일차적으로는 명제이며(즉 명제가 진리 담지자이며), 문장은 명제를 표현하는 한에서만 파생적으로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
어떤 철학자들은 다음의 근거에 의해 진리의 일차적 담지자가 명제가 아닌 문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명제는 추상적 대상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에 인간에게 접근 불가능한 반면, 문장은 구체적으로 경험에 의해 접근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논증은 문제를 낳는다.

(1) 그런데 이런 논증은 문제를 낳는다.
(2) 그런데 이런 논증은 문제를 낳는다.

(1)과 (2)는 각각 문장 개별항(token)이고, 두 개별항은 하나의 유형(type)을 지닌다. 문장주의자(sententialist)들은 명제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문장 유형(type)에 대해서도 접근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 따라서 문장주의자들은 진리의 담지자로 문장 유형이 아닌 문장 개별항을 제시해야 하는데,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진리 모두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장 개별항은 없다. 예컨대 1+1=2, 2+2=4, 4+4=8, …… 등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연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산술을 포함하여 무한히 많은 진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무한한 수의 진리들을 모두 표현하고 있는 구체적, 물리적인 문장 개별항은 없으며 가능하지도 않다. 따라서 문장 개별항은 진리 담지자가 될 수 없다.

필연성과 가능성

필연적 명제들은 필연적으로 참이거나 거짓인 명제들이다. 이 명제들은 논리적으로 거짓일 수가 없거나 참일 수가 없는 명제들이다. 예컨대 “모든 총각은 미혼이다”나 “이 차가운 커피는 뜨겁다” 같은 명제는 각각 필연적으로 참, 거짓인 명제이다.
우연적 명제들은 필연적으로 참도 아니고 필연적으로 거짓도 아닌 명제들이다. 우연적 명제들은 우연적으로 참이거나 그르다. 예컨대 “2020년 현재 미국의 대통령은 트럼프이다”와 “박찬호는 말수가 적다”는 각각 우연적으로 참, 거짓인 명제들이다.
필연적으로 거짓이 아닌 명제들은 모두 가능적으로 참이다. 우연적 명제들은 모두 가능적으로 참이며, 필연적으로 참인 명제 또한 가능적으로 참이다.
여기서 필연적 명제들은 물리적이 아닌 논리적으로 필연성을 갖는다. “존스는 팔을 퍼덕거려 대서양을 횡단했다” 같은 명제는 자연법칙 상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명제이다. 자연법칙으로 참 거짓이 결정되는 명제들은 모두 우연적 명제들로 간주되며, 따라서 가능적으로 참이다.

논리적 함의와 필연적 동외연(coextension)

개념과 개념, 명제와 명제는 서로 필함 관계나 동치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필함과 동치는 다음처럼 정의된다.

필함(entailment)

개념 A는 개념 B를 필함한다 ↔
필연적으로, A의 예시인 것은 모두 B의 예시이기도 하다

명제 p는 명제 q를 필함한다 ↔
p가 참이면서 q가 거짓인 것은 불가능하다

동치(equivalence)

개념 A와 B는 동치이다 ↔
필연적으로, A의 예시인 것은 모두 B의 예시이기도 하다 & B의 예시인 것은 모두 A의 예시이기도 하다

두 명제 p와 q는 동치이다 ↔
p와 q가 다른 진릿값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 수 있듯, 동치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 두 개념 또는 두 명제가 서로를 필함한다는 뜻이다. 두 개념이 동치일 때 두 개념은 필연적으로 동외연적이다. 한 개념의 외연은 그 개념의 모든 예시들의 집합을 뜻한다. 즉 두 개념이 동외연적이라면, 두 개념의 예시의 집합은 동일하다. 나아가 ‘필연적인’ 동외연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으로 동치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사자는 심장을 갖는다”와 “모든 사자는 간을 갖는다”는 동외연적이지만 필연적으로 동외연적이지는 않다. 두 명제의 진릿값이 다르게 되는 일, 심장이 있으면서 간이 없는 사자가 있는 일은 자연법칙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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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토이프 책 오랜만에 복습도 되고 좋구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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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특이한 방식으로 쓰인 인식론 교과서네요. 제가 김기현 교수와 마이클 윌리엄스의 책으로 인식론을 공부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교과서들은 인식론의 여러 커다란 입장(토대론, 정합론, 내재주의, 외재주의 등)을 소개하는 걸로 논의가 전개되는 것 같은데, 이렇게 철학적 분석에 사용되는 개념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데다 '수반' 이론까지 도입해서 내용을 전개하는 책은 처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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