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의 시간의식 이론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오늘 후설전집에 관한 질문을 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친절히 답장을 보내주셔서 매우 기쁘다는 감정이 앞서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일단 후설의 시간의식 이론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며 이에 관련하여 몇가지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서광사의 <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과 한길사의 <시간의식>의 번역적 질적 차이가 있나요 (서광사 번역만 읽은 상태)

springer 출판사의 <베르나우 수고>와 <C 원고간>의 이론적 차이와 독어본 독해에 관한 조언

현상학(후설&하이데거)에서 다루는 시간개념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11장에 나오는 시간론에서 부터 기원하였다면 그 변천이 어떻게 현상학상에서 작업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1번 질문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해 보세요^^

2번 질문에 대해서는...."Edmund Husserl's Freiburg Years: 1916-1938"(Yale University Press)라는 책의 Chapter 7에서 'The Bernau Manuscripts And The C-Manuscripts on Time'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독어본 독해에 대해서는...베르나우 수고는 현재 Husserliana 33권으로 " Edmund HUSSERL : Die Bernauer Manuskripte über das Zeitbewusstsein"라는 제목의 책으로 간행되어 있고, C-Manuskripte는 Husserliana-Materialien 제8권으로 Späte Texte über Zeitkonstitution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구할 수 있습니다. 둘 다 무척 어려운 책들로 압니다만, 독일어 원서 독해가 어려울 때는 Husserl Studies 20(2004)에 실린 Dan Zahavi의 'Time and Consciousness in the Bernau Manuscripts'를 참고해도 좋을 것 같아요. (C 원고는 영어 번역본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정된 정답이나 교과서적 요약이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 주제를 연구하는 사람마다 설명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주 피상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존재를 우리의 정신에 근거하여 설명하는 '주관적 시간론'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b) 그는 '미래', '현재', '과거'의 시간적 흐름이 '기다림', '목격함', '기억함'이라는 정신 작용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주장하죠. (c) 특별히, 그는 이러한 세 정신 작용 중에서도 '목격함'이라는 현재의 작용에 우선권을 두려고 하죠.

(a') 후설도 아우구스티누스 전통에 있는 일종의 '주관적 시간론'을 주장합니다. (b') 그도 아우구스티누스처럼 '예지', '근원 인상', '파지'라는 세 가지 정신 작용을 통해 시간의 잇따름을 해명하죠. (c') 이때, 세 가지 정신 작용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항상 동시적으로 수행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대상이 우리에게 주어지게 될 모습을 항상 불명확하게나마 '예지'하면서, 그 대상이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던 모습을 '파지'하는 가운데, 그 대상의 지금-국면을 '근원인상'의 형태로 의식한다는 거죠. 한 마디로, 우리의 모든 현재 의식에는 미래의 계기와 과거의 계기가 동시적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게 후설의 핵심 주장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후설을 서로 비교할 때는 이런 점들에 주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후설이 직접 아우구스티누스의 텍스트를 꼼꼼하게 연구하거나 인용한 것이 아닌 이상, 아우구스티누스와 후설의 상응 관계를 너무 확대 해석해서, 그 두 인물 사이에 13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사상사적 계보가 확고하게 성립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둘 모두가 '주관적 시간론'이라는 관점에서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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