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랜선신학교 여름 강좌: 현대철학으로 가는 길(개강 예정)

랜선신학교 여름 강좌 <현대철학으로 가는 길>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8월 중에 개강 예정입니다.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가다머를 중심으로, 근대철학에서 현대철학으로의 이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현대철학의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현대철학을 성립시킨 주요 인물들이 누구인지를 소개하는 강의입니다. ‘현대철학’이라는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하였지만, (강의의 주축을 이루는 철학자들의 이름을 통해 이미 드러나듯이) 주로 ‘현대 대륙철학’의 등장과 발전이 다루어집니다. 현대 대륙철학에 입문하시려는 분들을 위해 주요 철학자들의 입장, 체계, 저술, 영향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드리는 것이 이번 강의의 목표입니다.

​물론, 아무리 ‘입문’이라고 하더라도 현대 대륙철학의 전문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강의인 만큼 내용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매 강의는 2시간이라는 꽤 긴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 1시간은 해당 회 차의 철학자가 제시한 입장을 개괄하고, 후반부 1시간은 그 철학자가 쓴 텍스트의 주요 단락들을 직접 읽으면서 해설합니다. 따라서 대략 12시간이나 되는 동영상 강의 전체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대 대륙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평소에 관련된 내용들을 자주 찾아보신 분들이라면, 이번 강의를 통해 그 내용들을 체계적으로 엮어보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강의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저는 ‘반성철학(philosophy of reflection)’이라는 개념으로 근대철학에서 현대철학으로의 이행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정리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반성철학’은 17-19세기의 철학을 포괄적으로 지칭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는 명칭입니다. 우리의 의식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반성하여 의심할 수 없는 인식적 토대에 도달하고자 하는 작업이 당대의 철학에서 흔히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이후의 현대 대륙철학은 (비록 각각의 구체적인 강조점은 다르더라도) 모두 반성철학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 속에서 등장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강의에서는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가다머 사이의 영향 관계를 반성철학에 대한 수용과 비판의 관점에서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반성철학’이라는 하나의 중심을 잡게 되면, 얼핏 서로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여섯 명의 철학자들이 실제로는 공통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2) 저는 그림, 표, 예화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철학자들의 입장을 구체화하고자 하였습니다. 철학이 난해한 이유 중 하나는 철학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때로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대타존재’, ‘즉자존재’, ‘지향성’, ‘순수 자아’, ‘현존재’ 같은 개념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철학 사전의 정의만으로는 제대로 해명되기 어렵습니다. 개념들의 구체적인 용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개념들의 나열만으로 설명이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강의에서는 그림, 표, 예화 등을 통해 추상적인 개념들을 최대한 일상의 구체적 이야기로 번역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난해한 개념들에 가로막혀 현대철학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을 겪으신 분들이라면, 이번 강의를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3) 저는 해당 회 차의 철학자가 쓴 텍스트에서 중요한 단락들을 발췌하여 강독해드리고자 하였습니다. 현대철학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 중에서는 철학의 고전적 텍스트들을 직접 읽어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줄로 압니다. 그러나 단순히 철학자들에 대한 정리된 해설을 듣는다고 해서 곧바로 그 철학자가 쓴 텍스트가 독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의 고전적인 텍스트를 읽기 위해서는 이미 제시된 해설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텍스트에 근거하고 있는지, 그 텍스트는 실제로 어떠한 문체로 쓰여 있는지, 그 문체는 왜 그렇게 의도된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이해가 다시 필요합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세부 사항을 다루기 위해서는 훨씬 더 집중적인 강독이 이루어져야겠지만, 철학자에 대한 해설이 그 철학자의 텍스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대략적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텍스트 독해의 감각을 어느 정도는 느끼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강의에서는 매 회 차마다 철학자에 대한 해설과 텍스트에 대한 발췌 강독이 함께 진행됩니다. 현대철학의 고전적 텍스트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계셨다면, 이번 강의를 통해 철학 텍스트를 읽을 때 주목해야 하는 사항이 무엇인지를 체득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사실, 저는 아직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 신분이다 보니, 이렇게 ‘강의’를 맡게 될 때마다 항상 부담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제가 무엇인가를 강의할 수 있을 만큼 제 분야를 깊고 넓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사과정 학생이 외부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시선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그렇지만 제가 기회가 닿는 한 적극적으로 강의를 맡으려 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 바깥에서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꽤 많은데도 그분들의 수요를 채워드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철학 전문 연구자 분들이 주로 대학 내부에서 전공 과목으로 철학을 가르치시다 보니, (신학생이나 예술 관련 종사자 등) 전공에 준하는 수준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하시는 대학 외부의 분들께는 학술적 철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열려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술적 철학의 지식을 전문 연구자들만큼이나 절실하게 필요로 하시는 분들께, 또 그 지식들을 진지하게 찾아볼 의향이 있으신 분들께, 교양 서적에서 소개되는 피상적 철학을 넘어서 정말로 전문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학술적 철학으로 건너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드리는 일이 의미 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철학 연구자에게도 일종의 자립이 필요하다는 자각입니다. 솔직히, 저는 대학 내부의 학술 활동만으로는 연구나 생계를 이어나갈 수가 없습니다. 논문 한 편을 게재하기 위해 심사비와 게재료를 합쳐 거의 20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내더라도, 저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제 연구 내용을 홍보하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제 후원자가 되어줄 수 있는 분들을 모집하고, 제가 가진 철학적 지식을 일종의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저의 연구나 생계를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사과정에 처음 입학하였을 때부터 힘이 닿는 한 외부 강의를 적극적으로 맡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대학원생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 것이 주제넘게 보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로서는 제 지식을 판매하지 않고서 순전히 대학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학술 활동만으로 연구와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 랜선신학교 <현대철학으로 가는 길> 강의를 통해 제가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많은 분들과 나누길 원합니다. 특별히, 이번 강의가 현대철학을 진지하게 공부하시고자 하는 분들께 유익한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연구자로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철학적 주제들이 어떠한 점에서 의미 있는지를 즐겁게 소개해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서양철학사 특강>도 랜선신학교에서 이번에 다시 개강되었습니다. 8월 22일까지 랜선신학교 홈페이지(https://www.lantheo.com/)에서 신청이 가능합니다. 지난 번 수강신청에서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클래스룸 수강 최대인원을 넘겼던 강의입니다. 특별히, 수강생 분들께서 긍정적인 후기를 많이 남겨주신 덕분에, 이번 강의도 랜선신학교를 통해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수강생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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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주제넘긴 커녕 모든 학자 분들이 지향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석사과정생이라도 엄연히 스칼러로 통하는데다 (그래서 저는 한자어권만의 "-학도"라는 정체불명 단어가 참 싫습니다), 윤 선생님의 연구자로서 치열함과 문제의식은 이미 많은 기성 학자들을 능가하시는 수준이라고 보이는 건 제 시각만은 아닐텐데요. 말씀하신 첫번째 이유의 직접적 수요 대상 중 하나라고 느끼는 사람으로서 두가지 이유 설명 모두 너무 좋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칸트·헤겔도 과외로 생계를 유지했었는데 지금 시대는 1대多 후원자를 얻기에 최적의 환경이니 더욱 적극적으로 정통 철학의 매개 역할을 해주시길 응원드립니다. 이미 염두에 두고 계실 것 같지만,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와 기타 언어로 전세계 독·청자들을 지향해주시면 더 좋겠구요! 저번에 놓쳤던 서양철학사 강의 바로 신청했습니다. (기간이 짧으니 빨리 봐야겠네요 :smiling_face_with_tear:) 정보로서의 지식보다는 반표상주의 등 윤 선생님만의 관점들과 기획들이 어떻게 독특하게 적용되는지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편이라, 새로 내놓으시는 강의와 앞으로의 컨텐츠도 꾸준히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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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취지의 강의 너무 감사합니다 :smiley:
주변에 홍보 많이 해야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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