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님은 일목요연한 조망에 대한 오해를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게 신의 관점을 상정한다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일단 지난 논의에서 YOUN님이 언어에 대한 메타적인 기술 자체를 반대하시는 건 아니라는 점을 인지했고, 다른 측면에서 그런 주장을 반박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YOUN님이 언어게임의 일목요연한 조망에 대해 오해하시는 까닭은, 그것이 언어 전체에 대한 어떤 관점을 전제한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오해를 없애고자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트겐슈타인 철학에서 ‘전회’라고 지적될 만한 사건은, 세간에 알려진 것은 단 두 번뿐이지만, 그것보다 몇 번 더 있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중기에서 후기로의 이행인 1937년 즈음에 일어났습니다. 위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중기 철학은 “방법의 발견”으로 특징지어진다는 말을 넌지시 했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새로운 철학적 방법, ‘The Method’를 발견하고는, 이제 철학은 단지 Skill의 문제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상황은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약 제조법을 획득한 것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각각의 질병에 대해서, 그리고 각각의 환자에 대해서 치료약을 만드는 일은, 한 번에 하나씩 해야 하는 작업이겠지만, 결국 방법은 동일하죠. 그러나 1938년 2월 23일에, 비트겐슈타인은, 후에 『탐구』 §133절 직후에 들어오게 되는, “단 하나의 철학적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다양한 치료법들이 있는 것처럼 여러 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이라는 구절을 썼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89~133의 초고를 쓴 것이 1936년 말에서 1937년 초입니다. 그런데 그 초고에 저 구절은 빠져 있습니다. 이것이 어떤 차이를 가져오는 걸까요? 방법의 단일함은 관점의 단일함을 전제합니다. 그러니까 중기 철학의 비트겐슈타인은 이미 언어에 대해서 하나의 이상적인 관점을 상정해 놓았고, 그 관점에 맞게 언어의 질서를 배열하면 철학적 작업은 끝나게 되는 겁니다. 그게 Skill이란 말로 비트겐슈타인이 뜻한 것이겠죠. 그러나 후기 철학은, 우리가 언어에 대해서 그런 단일하고도 이상적인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합니다. 그럼에도 비트겐슈타인은 “일목요연한 조망”이라는 표현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일까요? 그 일목요연한 조망이라는 것은 특정 표현이 사용되는 여러 언어게임들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언어의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도 가능하고, 또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위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의 거의 대부분의 작업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일거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각 표현들이 어떤 쓰임을 갖는지를 살펴보고 기술하고, 그 언어게임의 문법을 검토하고 하는 작업으로 진행되죠. 우리가 특정 표현에 대해, 예컨대 의도에 대해 그런 작업을 하면 우리는 의도에 관련된 언어게임들에 대한 일목요연한 조망을 얻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의도에 관해서는 철학적 문제들이 소멸하겠죠. 그러나 그것이 전부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 전체에 대해서 우리가 특정한 관점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딱히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위에서 제기한 이야기의 흐름대로라면, 후기에 와서는 더더욱 반대하겠죠. 이게 어떻게 신의 관점을 상정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형이상학자들과의 직관 차이를 말씀하신다면, 저는 언어게임에 대한 직관이 어긋나는 사람은 사람인지의 여부가 논란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럼 그 대상을 저의 철학적 고찰에서 왜 고려해야 하는지 설득이 되지 않습니다. 계산이랑 마찬가지인 겁니다. 모순적인 계산 체계를 사용하는 걸 계산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걸 계산이라고 안 부릅니다. 그게 계산의 언어게임의 문법인 겁니다. 이게 차이가 나 버리면, 그 사람이랑 계산 이야기를 뭐하러 하고 앉아 있을 겁니까? 언어게임은 '우리'가 하는 겁니다.
드디어 YOUN님의 모든 논제를 반박했습니다. 소감을 짧게 밝히자면, 저는 이 문제가 정말로 진지한 논쟁거리가 되는지조차 잘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의 텍스트 곳곳에서 제 주장에 대한 정당화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데요. 저는 가능하다면 이 글로 모든 논쟁을 끝내고 싶기에, 주어진 시간 안에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좋은 논의를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딱히 그렇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태클, 반박, 비판 언제든지 환영입니다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웬만하면 이 글이 마지막이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런 것도 있고요. 이 글이 설득에 실패한다면, 더 설득할 자신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