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중국으로의 전래와 동북아 불교의 형성
중앙아시아를 거쳐서 중국으로 드디어 불경이 번역되어서, 동북아 불교가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동북아 불교의 특징은 (1) 인도에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불성'이라는 개념이 심각하게 고려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동북아에서 '불성'/'도성' 등의 개념은, 개별 인간에게 존재하는 어떠한 궁극적 실재의 한 부분이라는 방식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과연 '불성' 개념이 정말로 이렇게 강한 형이상학적 주장이였는지 의문스러워 합니다. 왜냐하면 '불성'의 산스크리트 원어는 단순히 '부처가 될 가능성' 정도의 표현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할 가능성' 정도의 의미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여튼 불성에 대한 강한 형이상학적 해석의 배경에는 (2) 중국 전통 사상인 도가/도교와의 교섭이 있습니다. 초창기 불경은 필연적으로 도교적 용어로 자신들의 개념을 번역했습니다. 그러나보니 번역 경전들을 읽은 중국인들에게는 일종의 '독자적인 이해'가 생겨버렸습니다. 대표적인게 (2-1) 공성에 대한 이해입니다. 앞서 말했듯, 나가르주나느 어떠한 최소 단위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공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게 유무라는 도교적 개념과 섞이다보니, 공이 모든 실체에 기반이 되는 '궁극적인 초월성'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어버렸습니다. 또 (2-2) 이 공성이 불성과 섞여서 하나의 단단한 형이상학적 기반이 되고 (2-3) 이 공성 개념이 도가의 구원론과 연결되어서, 공은 '언어 일반으로는 말할 수 없으며' '기로 인해 감응하는 자발적인 것' 정도의 의미가 추가되었습니다.
a) 고역 시기 ; 구마라습(구마라지바)의 번역 이전에 있었던 번역을 '고역'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이때의 번역은 주로 반야계 경전과 수식관 등의 명상법 위주였습니다. 또한 번역 용어에서 현학의 냄새가 강하게 나고, 이때는 불교 승려와 현학 명사 간의 구분이 없었던 시기입니다. 학술적으로는 이 시기에 있었던 불교를 격의 불교라고 지칭합니다.
대표적인 승려로는 지겸, 축법호, 안세고 등이 있습니다.
b) 구역 시기 - 구마라습과 그의 제자들 ; 이제 구마라습이 번역을 시작합니다. 구마라습은 중요한 대승 경전인 중론 등은 물론, 아비달마 논서인 성실론 등도 번역했습니다. 구마라습의 번역을 기점으로, 기존의 격의불교를 비판하면서, 도교와는 구분되는 '진정한 불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승려는 승조, 도생, 혜원 등이 있습니다.
c) 구역 시기 2 - 불성론의 등장 ; 법현, 진제와 보리유지 등의 승려들이 불성론과 관련된 저작을 번역하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유-무-공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의가, 불성 - 심 - 인식 능력 등에 대한 논의로 전환됩니다.
이때의 중요한 논쟁으로는 1. 신멸-신불멸 논쟁과 2. 불성 논쟁이 있습니다. 1. 신멸-신불멸 논쟁은 영혼(신)이 죽으면 사라지는가, 아니면 안 사라지는가를 둘러싼 논쟁입니다. 흥미롭게도, 여기서 불교는 신불멸을 주장, 반대로 유교는 신멸을 주장했습니다. 2. 불성 논쟁은 불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결이 무수히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2.1. 불성을 모두가 가지고 있는가? 2.2. 불성을 가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입니다.
이때 형성된 종파들이 열반종과 성실종, 지론종 등 입니다.
d) 중국 불교의 형성기 - 불성 사상 중에서, 모든 개인 안에 불성이 있고, 이는 곧 부처/진리의 일부분이라는 주장이 대두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굉장히 급진적인 형태의 수행과 실천 방식을 주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선종/삼계교/정토종이 있습니다.
e) 중국 불교의 형성기 2 - 이제 기존 열반종/성실종/지론종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중국 고유의 불교 종파들이 형성됩니다. 이들의 특징은 1. 하나의 경전이 불교 가르침의 정점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모든 견해를 통일하려는 교판적 특성과 2.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강한 도교의 영향을 들 수 있습니다.
이때를 대표하는 종파로는, 길장의 삼론종, 지의의 천태종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