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요약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철학에 관한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지만 아직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약문> 카테고리의 글들을 읽으며 조금씩 배우던 도중, 제가 요약문을 한번 작성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써보려고 하니 옴짝달싹하는 모습입니다.

혹시 요약에 관한 대략적인 방법이나 참고서가 있을까요? 지혜로운 조언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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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방법을 따로 생각해보거나 참고서를 본적은 없어요. 저도 막 처음 배울때는 요약발제 제대로 못해가면 담당 세미나 교수한테 욕먹으니까 열심히 한것뿐이에요. 요약이란것이 사실 간단한데, 철학을 주제로한 서적들이 내용이 깊고 길다보니 어려워지는 것이지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어찌됐든, 제가 방금 막 생각해 제안해드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문적 과정에 있는 사람이 쓴 요약본이 존재하는 논문을 하나 찾고, (2)그 요약본을 보지않고 스스로가 읽고 요약해보고, (3) 찾아본 요약본과 자신의 요약본을 비교해보기. 썩 나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학원 세미나에서 진행하는 방법도 (1)스스로가 요약발제하여 세미나에 들어가면 (2) 더 전문적이라 할 수 있는 교수가 그것에 대해 비판하고 교정하는 것이니 큰 차원에서 보면 동일한 과정이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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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논문이 속한 분과마다 논문의 세팅이 다르고, 철학 역시도 스타일이 다양한 편입니다. 저는 이제 특히 분석철학적 학풍을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2) 가장 핵심적인 뼈대는 (a) 문제, (b) 주장과 (c) 근거입니다.
(a) 철학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대상을 설명하는 학문입니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은 잘 설명이 되지 않는 문제들이죠. 예를 들어 언어철학의 이론들은 굉장히 단순한 문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멀쩡하고 본능적으로 활용하는 언어 표현은 어떻게 '의미'를 가지는가?

보통 이 단락에서는,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자 하는 논쟁적인 사례 혹은 논의를 하려는 용어들의 명확한 범위 설정 등이 필요합니다.

(b) 주장이 생각보다 요약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갛다." "왜냐하면 사과는 빨간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간략한 형태조차도, 주장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논문의 작성자 역시도 모호하게 써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를 뒤집어 찾아내는 것이 반박의 한 형태일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사과는 빨갛다"의 범위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여? 모든 사과는 빨갛다? 아니면 어떤 사과는 빨갛다? 사과는 (현실적으로 빨간 건 없지만 논리적으로) 빨갛다. (빨갈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사과는 인간이 보았을 때 빨갛다?" 아니면 동물이 보았을 때 빨갛다?

(c) 근거는 주장을 보충하는 내용입니다. 크게 몇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i) 사실적 증거입니다. 보통 우리가 부정할 수 없는 사례를 가져오거나, 직관적으로 옳다고 받아들여지는 사례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환시를 볼 수 있는 사례, 우리가 은유를 이해하는 사례, 우리가 언어를 활용하는 사례들은 언어철학/인식론 등에서 핵심적으로 다루어지는 사례들입니다.

(ii) 긍정형. 내 주장이 어떠한 방향에서 다른 이론들보다 문제를 더 잘 설명/해결하는지에 대한 전개입니다.

(iii) 부정형. 내가 논박하려는 주장이 어떠한 방식에서 문제를 잘 설명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전개입니다.

(d) 보통 철학 논문은 설명하는 문제에 대한 경쟁하는 이론들이 많고, 그 경쟁하는 이론들보다 '낫다'(긍정형) 혹은 경쟁하는 이론들이 잘 설명하지 못한다 (부정형)의 형태로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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