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철학 논고》2번 명제를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요?

《논리 - 철학 논고》를 2번째 읽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읽을 때에도, 두 번째 읽을 때에도 2번대 명제들은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중 이해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태'의 정확한 범위와, '존립' , '비존립'이 무슨 뜻인지에 대한 모호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태: 요소명제가 참일 때 그것에 대응하는 것.
사실: 요소명제들의 논리적 곱[복합명제]이 참일 때 그것에 대응하는 것. (《논리 - 철학 논고》(이영철 역, 책세상. 2020) 주석)

질문 1. '검은색 책상 위에 노란색 책이 있다'는 요소명제(사태) 인가요? 요소명제는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명제라고 하는데, 이 명제는 '이 책상은 검은색이다', '그 책상 위에 있는 책은 노란색이다'(혹은 '그 책상 위에 책이 존재한다') 로 분해되지 않나요?
만약 이 명제(검은색 책상 위에 노란색 책이 있다) 가 복합명제라면, 요소명제는 '이 책상은 검은색이다' '책상 위에 책이 있다' 같은 것을 말하나요?

질문 2. '일어나는 것,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2) 가 무슨 의미인가요?
저는 이 명제를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의자 위에 고양이가 있다', '의자 밑에 강아지가 있다'라는 사태는,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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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 , :dog:

라는 사태는, 홀로는 세계에 자립(존립)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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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야 (즉 복합명제 '의자 위에 고양이가 있고, 의자 밑에 강아지가 있다.' 이어야) 세계에 자립할 수 있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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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ir: , :dog:

은 각각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통인 대상(의자)에 대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해석이 맞다면, '비존립' (비자립) 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만약 이 해석이 맞지 않다면, 2번 명제의 의미는 무엇이고, 존립은 무슨 뜻이며, 비존립은 무슨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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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중요한 지점을 짚으신 것 같습니다. '사태'와 '사실' 그리고 '존립'과 '비존립'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상의 여러 논쟁이 있습니다. 이 논쟁을 아주 철저하게 다룬 국내의 글 중 하나가 박정일 선생님의 「『논리-철학 논고』의 '부정적 사실'에 관하여」입니다. (박정일 선생님의 단행본 『논리-철학 논고 연구』에 제2장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박정일 선생님은,

존립하는 사태들 ≠ 사태들의 존립 = 사실 = 대상들의 결합

이라고 보십니다. 즉,

  • 존립하는 사태들: (문맥에 따라) 한 사실 or 모든 사실
  • 사태들의 존립: 사실 = 대상들의 결합
  • 2.04 존립하는 사태들의 총체가 세계이다 = 모든 사실들의 총체가 세계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 사태들의 비존립: 부정적 사실
    ex) [상황]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상은 갈색이다.
    "이 책상은 회색이 아니다." → 부정적 사실

이러한 도식을 바탕으로, (저는 『논고』를 아주 꼼꼼하게는 모르기 때문에) 제가 아는 선에서만 답을 드리자면,

질문 1: "요소명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전기 비트겐슈타인이 직면하게 되는 철학적 난점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구체적으로 요소명제가 무엇이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소명제들은 서로 상호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두 명제가 서로 함축하지 않고, 서로 모순되지 않고, 두 명제의 부정도 서로 모순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는데, 바로 이 점이 이후에 요소명제에 대한 생각을 폐기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가령, 『논고』의 주장대로라면 "A는 빨간색이다."와 "A는 파란색이다."라는 두 명제는 서로 배제하기 때문에 요소명제가 아니지만, 두 명제를 요소명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 둘이 어떻게 분석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기 비트겐슈타인은 바로 이 분석에서 실패하고 말았고, 그 실패 이후에 애초에 '요소명제'라는 자신의 아이디어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검은색 책상 위에 노란색 책이 있다."라는 명제는 (a) 전기 비트겐슈타인에게서 직접적으로 제시되는 요소명제의 예시가 아닐 뿐더러, (b) 애초에 '요소명제'라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당 명제가 요소명제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저로서는 전기 비트겐슈타인이 그 명제를 요소명제라고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질문 2-1: 요소명제에 대응되는 사태는 홀로 세계에 존립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실들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사태'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습니다. (램지의 번역에 담겨 있는 함의처럼, 사태는 세계를 구성하는 일종의 '원자'입니다.) 따라서 "일어나는 것, 즉 사실은 사태들의 존립이다."라는 구절은 사태1, 사태2, 사태3 같은 세계의 원자들의 존재(존립, existence)가 우리가 '사실'이라고 부르는 세계의 모습을 구성한다는 의미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질문 2-2: 사실은 긍정적 사실과 부정적 사실로 나뉘어집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사태들의 존립은 '(긍정적) 사실'이고, 사태들의 비존립은 부정적 사실입니다. 가령, 지금 내 앞에 있는 책상이 갈색인 상황에서 우리가 "이 책상은 갈색이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사태들의 존립인 '긍정적 사실'을 기술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상은 회색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참을 말한다는 점에서 분명 어떤 사태를 기술하고는 있지만, 그 사태가 존립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사태들의 비존립인 '부정적 사실'을 기술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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