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제 사용과 심리철학적 믿음

"환각제는 형이상학적 믿음을 바꾼다"라는 제목의 심리학 논문이 나왔네요.

Timmermann, C., Kettner, H., Letheby, C. et al. Psychedelics alter metaphysical beliefs. Sci Rep 11, 22166 (202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1-01209-2

구체적으로는 환각제 사용은 물리주의/유물론 같은 입장에서 범심론/숙명론 같은 입장으로 변하는데 영향을 미쳤으며, 그 효과가 꽤 오래 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네요.

철학 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논변이지, '어떤 철학적 입장을 갖느냐'가 아니라는 입장에서 볼 때 흥미로우면서도 또 어떤 면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환각제 사용 이후 심리철학적 믿음이 변화한 피험자들에게 '어떤 이유로 믿음이 바뀌게 되셨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면 철학적으로도 좀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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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사실, 뇌에 전기 자극이 주어지거나 약물이 주입될 경우 사고 방식이 변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 그때 그 믿음의 주체가 자신의 형이상학적 믿음에 대한 '정당화'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는 참 궁금하네요. 인과적 영향으로 믿음이 변했다고 해서 그 믿음에 대한 논리적 정당화가 곧바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아무런 정당화 없이 형이상학적 믿음만 바뀌는 현상이라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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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환각제 경험을 단순한 "인과적 영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위 실험에서 사용된 약물은 환각제, 즉 우리가 평상시 경험하지 못하는 의식 상태를 경험하게 만드는 약물입니다.

여러 종류의 약물이 신경에 작용하지만 모든 종류의 약물이 환각제로 분류되는 것은 아닙니다.(예를 들어, 카페인이나 니코틴이 있죠.) 따라서, 제시된 연구 결과는, 환각제를 통한 어떠한 "의식에 주어지는 매우 특수한 경험"을 통해, 기존 심리철학적 견해 (사실 이것도 정당화된 견해인지, 정당화되었다면 어느정도 정도화된 견해인지, 아니라면 단순히 막연히 수용한 견해인지 뭐 여러 정도의 문제가 있겠지민)가 수정된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부정할 수 없는 경험은 믿음(넓은 의미의 지식을 포함하는)을 변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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