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처럼 필페이퍼에서 뉴 저널 아티클을 열심히 긁어대다가 제목이 예뻐서 다운받은 페이퍼인데요:
https://philpapers.org/rec/ELDSOV
내려받고 얼마 지나 파일을 확인하는데, 처음부터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 잔뜩 등장합니다:
초록에 등장하는 이름들 중, 저는 이 중 기껏해야 래디먼 정도의 이름을 아는 정도였는데요, 후딱 본문을 스키밍하는데 정말이지 아는 이름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라투르 정도가 그나마 아는 이름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러고서야 다시 올라가 키워드를 봅니다:
에? 비판적 실재론, 행위자적 실재론, … 깨달았습니다. 이건 소위 ‘대륙철학을 흡수한 영미 학계’ 논문이구나. 라투르, 래디먼의 이름이 나오지만 이 논문을 이른바 ‘과학철학’ 논문이라 부르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있는 것 같고, 정확히 이 진영을 뭐라고 불러야할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논문이 Synthese의 최신 논문이라는 것인데요. 소위 ‘메인 스트림 분석철학’을 대표한다고 생각되는 학술지에서 이 진영의 논문을 게재했다는 것이 사뭇 새로왔습니다. 나름 ‘존재론’ 논문인데, 콰인도, 카르납도, 루이스도 사이더도 등장하지 않는 클린한 ‘저쪽 진영’ 논문.
이 논문의 존재가 어떤 의미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STS를 바탕으로 한 ‘저쪽 진영’이 영미 철학계의 메인스트림으로 다가가는 것일 수도 있겠고, Synthese가 보다 포용적인 행보를 보이기로 결심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더 지나보면 그 의의가 잘 파악되리라 기대합니다.
(지금은 비블리오그라피를 읽고 있는데, 대부분의 인용된 저작들이 단행본 또는 북 챕터라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Synthese에서 출간된 2021년의 논문 두 편 정도가 예외적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이미 Synthese는 체질 조정을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OOO 논문을 Synthese에서 보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