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후설, 하이데거: 파울 고르너의 "Phenomenological Interpretations of Kant in Husserl and Heidegger"에 대한 단상

파울 고르너의 "Phenomenological Interpretations of Kant in Husserl and Heidegger"를 읽었는데, 칸트, 후설, 하이데거의 관계에 대해 요약을 깔끔하게 잘 해둔 논문이네요. 칸트와 후설은 모두 '초월론적 관념론'을 주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결점이 있고, 칸트와 하이데거는 특수 형이상학의 가능 조건으로서 '일반 형이상학' 혹은 '존재론'에 대해 탐구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결점이 있다고 설명하는 글입니다. 매우 평이한 어조로 쓰여 있는 데다, 후설과 하이데거의 칸트 해석 이외에도 그들의 사유 전반을 친절하게 요약해 주고 있어서, 칸트의 초월철학이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으로 어떻게 계승되고 발전되었는지 알아보시려는 분들에게 유익하겠네요.

다만, 완전히 만족스러운 글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a) 글이 칸트, 후설, 하이데거의 사유에 대한 교과서적 소개 위주로 되어 있어서 '창의적'이거나 '비판적' 측면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b) 전기 하이데거의 칸트 해석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후기 하이데거의 칸트 해석은 고려되어 있지 않고, (c) 후설에 비해 하이데거의 칸트 해석 부분은 지나치게 『칸트와 형이상학의 문제』의 책 구성과 내용을 따라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제가 이 논문의 심사자였으면 '수정 후 게재'를 줬을 것 같네요. 논문이 뚜렷한 결론 없이 "후설은 칸트를 이렇게 해석했고, 하이데거는 칸트를 이렇게 해석했다."로만 끝나서요. 아무리 A Companion to Kant에 수록된 글이라고는 하지만, 아무 결론이 없다 보니 글을 쓰다만 느낌이 납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요약에 대해서는 많은 동의가 됩니다. 특별히, 후설의 칸트 해석 부분이 아주 일목요연해서 좋아요. 칸트와 후설이 같은 '초월론적 관념론'이라는 사조 안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들 사이에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5가지 항목으로 아주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거든요. 한눈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기에 유익합니다. (이와 유사하게 이소 케른의 『후설과 칸트』라는 저작도 체계적으로 두 철학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기는 하는데, 부피가 너무 두꺼운 책이라 한눈에 보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르너의 논문과 케른의 책이 주장하는 내용에 공통점이 많으니, 고르너의 논문을 먼저 읽고 케른의 책으로 들어간다면 좀 더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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