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정체성(personal identity) 문제 해결함, 반박가능ㅇㅇ?

죄송합니다. 제목은 어그로였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꽤? 새롭고? 기깔나는? 이론을 만들어보았는데,
뭔가 제가 대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건지 아니면 제가 실수로 참신한 생각을 해내고야만 것인지 헷갈려서 여러분들의 혹독한 비판을 기다리고자 합니다. 초고입니다. 여러분들이 비판해주시면 그걸 바탕으로 발전 한번 시켜보겠습니다. 형식을 잘 못 갖춘 것(인용등)에 대해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 그리고 제가 영어로 쓸 때는 이미 반영했지만 종종 사용되는 '속성을 만들어낸다, 산출한다'라는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거 같습니다.

  • 배열과 구성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것도 영어본에선 반영이 되었는데, 한국어본에선 반영을 못했습니다.

  • 뭔가 복잡하게 이런저런 이야기 많이했는데 요약하자면, "성리학의 성 개념이 정체성이다 이 서양녀석들아" 이겁니다. 물론 명시적으로 그런 말은 안썼습니다만.. 재밌을 겁니다.

요약
인간의 몸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속성은 이러한 몸에 기반하고 있다. 나는 몸의 구성과 물리적, 정신적 속성을 연결하는 초내재적 관계R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이러한 관계R이 필연적으로 각 부분을 일정한 방식으로 결집하고 지속하는 조정력(coordination)과 이를 바탕으로 특정 물질 구성이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관성(coherence)를 가진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나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가진 관계R이 각 개체에게 있어 고유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는 이 관계R이 인간을 포함한 개별자의 정체성의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 주장 위에서 시간 속에서의 인간 정체성 지속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은 특히 양상 우연성(modal coincidence)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의 정신 견해나 몸 견해에 비해 눈에 띠는 장점을 가진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나는 먼저 물질적 구성과 속성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2장에서 나는 엄격한 물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물질적 구성과 속성이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일치한다는 입장은 특히 환원의 비대칭성과 모순된다. 3장에서 나는 물질적 구성과 속성이 서로 다른 것을 전제하면서도 양자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있을지에 대해 탐구한다. 여기에서 나는 수반론을 먼저 검토하는데, 물질적 구성과 속성 사이의 수반 관계는 이 양자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양자 사이의 형이상학적 중요성에 대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어서 나는 물질적 구성과 속성 사이의 필연적 관계에 대한 근거(ground)에 해당하는 초내재적 관계 R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4장에서나는 이러한 초내내적 관계R의 형이상학적 지위에 대해 설명하고 이러한 개념이 반드시 물질적 부분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지속 시켜주는 조정력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물질적 구성이 해당 세계 내에서 어떠한 속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 결정해주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그리고 이 조정력과 일관성의 내용은 우연적일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개별자의 존재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포함한 관계R을 함축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개별자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포함한 관계R을 가진다. 5장에서 나는 이러한 관계R이 개별자에게 고유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관계R이 개별자에 따라 고유하다는 것과 관련된 우려들을 다루는데 이때 우리는 지금까지 중심적으로 다루었던 구성(composition)과 구분되는 constitution 문제를 간략히 다룰 것이다. 일련의 논증 과정은 관계R이 개별자에게 고유하다는 것을 변호해낸다. 이어서 나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별자의 고유한 관계R이 그 개별자의 정체성임을 주장한다. 특히 나는 물질적 구성이나 속성들은 어떤 개체의 정체성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이에 비해 관계R은 그 개체의 정체성 개념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R은 그 개체에 고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 나는 기존의 정신 견해와 몸 견해와 내가 새로 제시한 관계R 중심의 정체성 개념을 비교한다. 내가 대안적으로 제시하는 정체성 개념은 양상 우연성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모든 정체성 이론에 어려운 도전이 되는 fission 문제에 대한 일관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 장점을 가진다.

인간 정체성(personal identity)와 관련된 다양한 issues이 있다. 이 보고서에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 정체성의 지속 문제이다. Harold Noonan이 이야기한 대로, 시간의 흐름 속의 인간 정체성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giving an account of the logically necessary and sufficient conditions for a person identified at one time being the same person as a person identified at another time” (Noonan 2003). 나는 이러한 지속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우선 특정 시간 안에서의 동일성 개념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 J Lowe가 말한대로, “It is an error to suppose that diachronic and synchronic identity are different sorts of identity and so demand different identity criteria.”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 속에 지속되는 정체성의 기준은 특정한 시점에서 개체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조건들의 연속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Lowe 2012) 만약 우리가 어떤 시점의 어떤 개체가 그 개체인 이유와 관련 없이 그 정체성의 지속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정체성의 지속과 정체성의 증거들의 지속 사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신분증이나 지문은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실증적인 증거는 될 수 있으나, 그 사람의 형이상학적인 정체성을 보증해주는데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러한 개념은 정체성의 지속을 설명하는데 활용될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 정체성을 구성하는가? 나는 특정한 방식으로 그 개인 인간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묶어주고 유지해주는 관계R이 곧 인간 정체성이라고 주장한다. 어째서 그런가? 먼저 나는 인간의 몸이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몸은 다양한 물리적 정신적 속성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들의 단순한 합이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살펴볼테지만, 물질의 단순한 집합은 필연적으로 정체성 개념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들을 완전히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상상 속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 이렇게 재구성된 물질들이 여전히 나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른 한편, 정신 상태 또한 정체성을 설명함에 있어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즉, 특정한 정신 상태가 특정한 개체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데 어려움을 가진다. 예를 들어, 내가 나의 정신을 복사하여 다른 여러 몸에 위치 시켰다고 해보자. 이제 누가 나인가? 만약 정신 상태와 정체성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나는 내가 여럿 존재하고 있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체성 개념은 일대일 개념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 정체성 개념과 특정한 조건이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는 것은 정체성 문제를 다루는 모든 학자들이 마주하는 도전이다. (Duncan 2018). 나는 나의 대안적 제안이 이러한 양상 우연과 관련하여 장점을 가진다고 가진다. 자 이제 관계R이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보자. 여기 원자들(atoms)가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원자들이 가지는 속성에 따라 다양한 원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118개의 원소가 알려져 있다.) 여기에 H라는 원소 2개와 O이라는 원소가 있다고 해보자. 우리는 이 원소들이 결합하여 특정한 물질, 즉 H2O를 구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구분되는 원자들이 특정한 배열을 가진 물질로 결합될 수 있는 이유는 구성요소의 내부나 외부에 특정한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속성을 결합의 원리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런데 이 결합의 원리가 개별자들 너머에 보편자로서 존재하는 것인지 (실재론) 개별적인 것들에게 반복해서 나타나는 패턴들의 유사성을 지칭하는 것인지 (유명론) 상관없이, 발현될 때에는 결국엔 개별자들을 통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H와 O 원소들도 결국 이들을 구성하는 다른 입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이 결합을 위한 결합의 원리가 있어야 함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H2O 등의 물질이 축적되거나 다른 물질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특정한 속성들이 새롭게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H2O는 범람할 수 없지만, 충분히 많은 수의 H2O는 범람할 수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여러 방식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개체를 형성한다. 이러한 결합에도 결합의 원리가 있어야 한다. 다시 언급할테지만, 물질들의 단순한 나열이 결합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질들의 단순한 나열이 특정한 개체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점토 더미가 그렇다. 그러나 이 경우도, 단순한 나열이 더미를 만든다는 단순한 원리가 적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도 여러 물질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결합의 원리가 있다. 이러한 결합의 원리가 개별자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밝힐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각 개별자들을 존재하도록 하는 결합의 원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인간 개별자들은 고유한 결합의 원리를 지니고 있다. 나는 이러한 결합의 원리가 곧 개인을 구성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특히 다른 것과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묶어주고 유지해주는 원리인 관계R이며, 이것이 인간의 정체성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 개념은 물질과 달리 추상적이다. 그러나 물질들과 실질적인 의미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관계는 물질들의 배열에 깊숙이 관여한다. 아래서 좀 더 논증할테지만, 물질의 배열이 물질의 배열이 기반하는 여러 기능들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 관계는 결국 정신활동의 존재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인간 정체성은 신체도 정신도 아니라 특정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존속하게 하는 원리이다.

이러한 관계R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러한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선 먼저 이 개념이 위치하고 있는 좀 더 넓은 형이상학적 배경이 필요하다. 여기서 내가 출발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정신적 속성들이 물질적 속성들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입장들이다. 즉, 정신적 속성과 물질적 속성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에 대해선 다양한 형이상학적 입장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단 나는 물질들의 관계가 비물질적인 속성들의 존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물질들의 어떠한 관계가 정신적 속성을 발현시키는가? 이 질문을 좀 더 포괄적인 질문을 경유하여 다루도록 하자. 물질들의 어떠한 관계가 물질의 속성을 발현시키는가? 특정한 물질이 특정한 속성을 발현시키려면 그들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 물질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되어야 한다. 구성의 한 축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개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종류(type)과 양에 해당하는 구성 요소이다.
다른 한편, 특정한 속성을 발현 시키기 위해서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세기와 유연성과 같은 철(steel)의 성질은 그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변경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arbon의 양을 조절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구성의 변화는 철을 이루고 있는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 방식도 포함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철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은 구성 물질의 타입과 양 그리고 그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이제 이 상호작용을 좀 더 조명해보자. 어떠한 조건하에서 두 개 이상의 물질의 구성이 추가적인 성질을 만들어내는가? 먼저 물질적 구성 요소 자체가 곧 속성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꽤나 명쾌한 답변을 준다: 특정한 구성이 어째서 특정한 속성을 생겨나게 할 수 있는가? 그 구성 요소들의 배열이 곧 그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어떤 대상을 서술하는 여러 속성들을 그것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배열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색은 물체가 어떻게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붉은 물체는 주로 빨간색의 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기 때문에 붉은색을 띤다. 이는 해당 물체의 물질의 분자 배열에 기인한 것이다. 어떤 물체의 붉은색이라는 속성은 결국 이를 야기하는 분자 배열과 동일하다. 즉 붉은색은 특정 분자 배열이다. 이러한 설명은 정신적 속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고통이라는 속성은 몸을 이루고 있는 C-fiber의 발화와 존재론적으로 일치한다고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어떠한 물체가 가지는 여러 속성들이 결국엔 보다 근본적인 물리적 속성들의 관계(특히 물질들의 배열)로 환원될 수 있으며, 양자는 엄격한 의미에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질 구성과 속성의 동일성은 양자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함축하는데, 이것은 너무 강한 주장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고통이라는 속성이 C신경 섬유의 발화가 아니라 다른 물리적 배열과 연결되는 경우를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하여, 배열과 속성 사이의 동일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데이비슨식의 무법칙적 일원론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도 있다. 데이빗슨
개별적인 속성은 개별적인 물리적 배열과 동일한 것이다. 즉 고통이라는 속성의 유형이 특정한 신경발화 유형과 필연적으로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이론가들은 여전히 어떤 사물이 가지는 속성이 특정한 그 물질의 특정한 구성과 존재론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특정한 속성과 물질적 배열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물리적 배열이 어떻게 속성을 발생시키는지 물을 때 관심을 두는 것은 특정 물리적 배열과 특정 속성 간의 관계이다. 이와 같은 점을 김재권이 들고 있는 예시를 참고하여 살펴보자. 김재권의 논의와 나의 논의는 조금 다르지만, 사용할만큼 유사하다.
무법칙적 일원론에 따르면 물리적 배열은 어떠한 속성 N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무법칙적 일원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답변의 전부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물리적 배열과 어떠한 속성 N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이다. 이러한 설명은 우리가 찾고 있는 질문 자체를 답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비판은 다음과 같은 관련된 지적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무법칙적 일원론은 물리적 배열과 속성이 동일한 것이라고 가정하며, 이를 정식화하면 P1 reduces to P2 only if P1=P2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런데 Van Reil(2014)에 따르면, 동일론은 환원의 비대칭적 관계와 모순된다. “만약 P1가 P2로 환원되면, P2는 P1로 환원되지 못한다.” 그런데 P1=P2라면 어떻게 이러한 비대칭성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P2가 P1으로 환원될 수 없는 개념적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단서를 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은 이러한 단서에 해당하는데, 개별자 동일론은 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어려움에 기대어 물리적 배열과 어떤 속성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리적 배열과 속성은 존재론적인 차이를 가진다. 그렇지만 물리적 배열과 속성이 어느정도 독립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속성들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이것은 심각한 이론적 결점이다 (Markosian, 1998, 22-23). 그러므로 나는 물리적 배열을 통해 생겨난 속성 개념이 존재론적으로 무해하다(ontologically innocent)고 볼 것을 제안한다. (Armstrong, 1997, 12, Lewis 1991, 81) 즉, 물질의 배열로 생겨난 속성은 이를 구성하는 부분들을 초월하고 있는 것(over and above)이 아니다. 이러한 속성은 존재론적으로 말해서 물질적 배열로부터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come for free) 예를 들어, 인간의 유기체적인 구성이 인간됨이라는 속성을 만들어낸다고 해보자. 이때 인간됨은 인간의 유기체적 구성으로부터 무료로 온다고 보면 충분하지 그 구성들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것이라 간주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접근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선, 배열과 속성을 존재론적으로 분리했을 때 생길 수 있는 개념적 비대함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지적하는데 만족하도록 하겠다.
그러나 여전히 양자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남아있다. 먼저 물리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만들어내는 이유가 그 개체를 구성하는 부분들의 단순한 존재 (the mere existence of the relata)라고 보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특정한 내적 성격을 가진 구성물들이 단순히 존재하기만 하면 특정한 속성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물리적 구성물들이 그 생산된 것에 해당하는 속성보다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가지는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없어 보인다. 정당화를 제시하지 않고 둘 중에 하나를 골라서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ad hoc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Cameron 2014) 예를 들어서, 철을 구성하는 물질들의 구성이 단단함을 만들어냈을 때, 철의 구성과 단단함 중에서 무엇이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가지는가? 둘이 어째서 긴밀하게 연결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면 철의 구성이 형이상학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ad hoc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속성이 물질의 배열에 기반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초내재적 관계, 즉 관계 R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반과 관련된 다양한 관계들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단순한 존재는 소크라테스 싱글튼을 반드시 만들어낸다. 그런데 추가적으로 이유가 제시되지 않으면 소크라테스 싱글튼이 소크라테스의 존재로부터 무료로 주어지는 점심 같은 개념이라는 것을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소크라테스 singleton의 존재도 반드시 소크라테스의 존재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자 사이의 비대칭적 관계를 설명하면서 소크라테스가 소크라테스 singleton보다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하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기반은 “그 구성원임이기 때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나의 논의를 물질적 배열과 속성 사이의 기반 관계에 국한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

두 요소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은 ad hoc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비판할 수 있다. grounding이 그 자체로 자립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속성에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부여하는 근거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는 무한퇴행의 늪에 빠지거나, 또 다른 ad hoc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두 요소 중에 무엇이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가지는 설명해주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의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이러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소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성공적일 수 있다. 심지어, 내가 볼 때, 적극적인 제시에 수반되는 이러한 형이상학적 어려움은 두 속성 중에 하나를 임의적으로 골라서 형이상학적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사정이 낫다. 왜냐하면 전자는 추가적인 탐구를 통해 이론적으로 더 정교해지고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발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물질의 배열과 속성의 양상적 관계가 양자를 이어주는 어떤 근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철의 구성성분들의 배열과 단단함이라는 속성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양자를 이어주는 화학적 법칙에 의해서 연결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러한 화학적 법칙은 각 부분들의 내적 특성들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러한 화학적 법칙은 Carbon이 가지는 내재적 성격과 다른 것으로, Carbon의 양이 단단함에 영향을 준다는 자연적 질서를 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만약 나의 말이 맞다면, 우리가 어떤 개별자를 볼 때, 그 개별자 안에는 물질적 구성, 속성, 그리고 이 양자를 이어주는 관계R이 있다. 이것은 존재론적으로 너무 비대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오히려 이러한 구도는 특정한 물질적 구성이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가 없다면 오히려 물질적 구성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자의적으로 속성과 연결될 수 있으며, 이것은 세계를 터무니없이 복잡하고 랜덤하게 만든다.
그런데 Cameron은 이러한 근거가 모든 가능 세계에서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타당하다. 또한 우리 실재 세계 내에서도 근거가 작동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벽돌의 배열이 집을 구성하는 경우와 인간의 유기체적 부분들이 정신적 속성을 구성하는 경우, 그 연결의 이유는 매우 상이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집을 이루는 벽돌이 벽돌인 채로 유지되는 것이 분명하지만, 후자의 경우, 정신을 이루는 부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지 아니면 융합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는지 확실하지 않다. (William Seager 2016과 Hassel Morsh 2018의 입장 차이를 보라.) 어떠한 대상을 이루는 물질적 부분들과 연결된 속성이 어떠한 법칙에 따라 결합되어 특정한 속성을 만들어내는지는 다양한 학문부분에서 추가적으로 연구해야 할 주제이다. 이 지점에서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초내재적 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요청이다.

전통적인 형이상학의 논의들을 이러한 구도와의 연관 안에서 검토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Cameron도 아리스토텔레스의 보편자 개념이 내가 앞서 이야기한 내적 관계와의 연관 안에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검토는 지금 내가 이 보고서에서 다루고 있는 관계R이 어떤 이론적 위치를 차지하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존재론에 따르면, 물질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리는 가능태와 현실태 개념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특정한 속성을 발현 시키는 물질들의 배열은 특정한 속성을 가능성으로 내재하고 있는 가능태이고, 어떠한 결과로서 등장하는 속성은 현실태 해당한다. 물론 이 현실태로서의 속성은 또 다른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또 일종의 물질 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개념과의 관계안에서 일종의 가능태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여러 존재자의 존재론적 위치를 완전한 목적을 중심으로 하는 우주적 질서 안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가능태에서 현실태로의 이행은 완전한 목적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요컨대, 아리스토텔레스는 특정한 물질의 배열이 특정한 속성으로 이어지는 grounding을 우주적 질서와의 연관 안에서 정초하고자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구도가 거의 믿을 수 없을만큼 거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에 이와 유사한 시도가 없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시도를 진지하게 다룰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선 다음의 글을 참조하라.)
중국의 중세 시대에도, 그 용어의 차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배열이 산출하는 속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론이 정교하게 발전하였다. 대표적으로 주희가 제시한 리기론이 있다. 주희는 기초적인 질료에 해당하는 것을, 비록 양자가 동일한 개념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기라고 불렀으며, 기의 배열이 곧 성을 낳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는 서양의 전통적 의미에서의 물질은 아닌데, 왜냐하면 주희는 현대는 panpsychologists처럼 이러한 기에 정신적 속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속성이 물질적 속성과 함께 존재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리이다. 리는, 결코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principle로 번역할 수 있다. 우리가 여기서 주희의 복잡한 형이상학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는 전혀 없지만, 그가 이러한 리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바의 일부에 주목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희에 따르면, 원리(리)는 물질(기)의 배열을 일정한 방식으로 유지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리는 부분들을 일정한 방식으로 통합하고 유지하는 조정력(coordination)을 포함한다. 각기 다른 부분들은 리로 인하여 일정한 형태를 갖추게 되고 이를 통해 다른 것들과 특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성질을 띄게 된다. 이를테면, 부황은 리에 따라 특정한 배열된 기이며 인간이 섭취했을 때 열을 발생시키는 성을 가지고 있다. 부채는 마찬가지로 부채의 리를 가지고 있어서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되어 일정한 조건 하에서 바람을 일으킨다. 우리는 특정 개체가 타자와의 접촉하여 상호작용하는 이 역량을 연결성(coherence)라고 부를 수 있다. 주희가 특히 초점을 맞추는 것은 리가 물질들을 특정한 형태로 결집 시키고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역할을 통해 다른 것들과 특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속성 발현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나는 리와 관련하여 주희가 제시하는 믿기 힘든 다른 거대한 형이상학적 체계들을 모두 덜어내더라도, 이러한 아이디어에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주희의 아이디어를 빌려와서 관계R이 가지는 성격을 구체화해볼 수 있다. 요컨대, 물질적 배열이 특정한 방식의 속성을 가지는 근거는 물질적 배열이 다른 존재자와 특정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특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존속하는 결합의 원리 때문이다.
이러한 리의 성격은 grounding과 관련된 superinternal한 관계 R이 모두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것이 과학적 탐구를 통해 점차 명확히 알려지고 있는 자연적 법칙이든, 아리스토텔레스식의 가능태-현실태의 관계인지, 아니면 주희의 리인지 상관없이, 물질의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발현 시키도록 하는 결합의 원리는 반드시 조정력(coordination)을 포함한다. 물질의 배열이 특정한 형태를 유지하고 존속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특정한 속성을 발현할 기체를 가질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최소 조건이다. 이 조건은 어떠한 것이 다른 세계 안에서 다른 근거를 가질 수 있음을 허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건은 어떤 가능 세계 안에서도 유지된다는 점에 주목하자.
나아가, 관계R은 배열을 통해 개체에게 다른 대상과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힘을 준다. (Jaworski 2016: 57) 눈덩이를 예로 들어보자. 눈덩이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배열은 눈동이에게 특정한 형태를 부여한다. 이러한 눈동이의 공간적 형태는 평평한 표면을 굴러갈 힘을 준다. (Heil 2003) 물론 속성과 물질적 배열을 경유하는 것이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이아몬드를 생각해보자. 다이아몬드를 이루고 있는 Carbon 분자의 tetrahedral 배열은 다이아몬드에 유리를 긁을 수 있을 수 있다는 단단한 속성도 부여한다. (Jaworsk 2016) 이때 다이아몬드의 형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오히려 구성 내용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어떠한 개체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적 배열은 구체적인 형태와 구성 내용을 결정하며, 이러한 factors에 기반하여 다른 것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힘, 즉 coherence을 부여한다.
물론, 어떠한 형태 혹은 구성 관계가 어떠한 힘과 연결되는지는 가능 세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물리적 배열에 따라, 타자와의 상호작용의 역량이 달라진다는 아이디어는 모든 가능 세계에 적용될 수 있어 보인다. 아래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때 물리적 배열과 타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역량이 엄격한 의미에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양자 사이의 연결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물리적 배열을 가진 개체라도 연결될 수 있는 속성의 범위가 다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입장이 설득력 있다면, 내가 주목하는 관계R은, 필연적으로, 물질적 배열이 일정한 방식으로 존속하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체에게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즉 관계R은 특정한 물질적 배열이 타자와 어떠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범위를 결정한다.
요약하건데, 모든 개체는 물질적 배열을 통해 존재하며 그 배열을 기반으로 타자와 상호작용하여 특정한 속성을 가진다. 물질적 배열이 일정기간 동안 유지되는 능력을 조정력 (coordination)이라고 하고, 그 배열에 기반하여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역량을 일관성(coherence)라 한다. 여기서 일관성은 타자와의 연결(상호작용)이 그 개체의 속성에 있어 핵심적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모든 개체는 필연적으로 조정력과 일관성을 허락하는 초내재적 관계(superinternal relation) R을 가진다. 이 관계R은 어떤 개체의 물질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근거(groudning)에 해당한다. 이 근거에 해당하는 모델로 전통적으로 신, 이데아, 에이도스, 성리학식 성(性), 스피노자식 자연, 힘에의 의지의 투쟁 결과 등 다양한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이 가장 설득력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나는 어떤 모델이든 상관없이 이 초내재적 관계는, 필연적으로, 조정력과 일관성을 포함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나아가 어떤 모델이든 상관없이 이 초내재적 관계는 반드시 개별자를 통해서 구체화된다는 것도 지적한다.
이 지점에서 다시 위에서 제시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물질들의 어떠한 관계가 정신적 속성을 발현시키는가? 나는 인간의 정신적 속성이 지금까지 살펴본 물질적 배열과 속성 간의 관계 구도에서 예외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가 요구하는 바는 단순히 정신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에 수반하고 있으며, 그 수반 관계를 연결해주는 근거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보자면, 결국 물질의 일정한 배열을 존속 시키는 관계R이 특정 개체에게 있어 물리적 배열과 정신적 속성 사이의 연결의 근거이다. 다시 말해, 관계R을 통하여 물질적 배열은 정신적 속성의 근거가 된다. 이러한 주장은 정신적 속성이 물리적 배열이나, 어떠한 물질적 속성으로 환원될 것을 요구하지 않으며, 정신적 속성이 고유한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런 이해는 물리적 속성과 정신적 속성 사이의 근거를 설명하는 현대 철학의 여러 입장들과도 양립 가능하다. 이때, 관계R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 결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이 에세이의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 근거를 관계R이라고함으로써, 나는 이 연결의 근거가 두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명백히 하고 있다. 즉, 정신적 속성이 발현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틀에 해당하는 물리적 배열들이 일정한 조정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개체의 다양한 정신활동은 물리적 배열이 관계 R을 통해 결정한 타자와 상호 작용하는 일련의 방식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c신경 섬유는 인간 유기체의 복잡한 형태와 구성을 통해, 외부에 충격이 있을 때, 발화하여 뇌에 신호를 주는 작용을 하며, 이 작용은 그 개체에게 고통이라는 정신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유기체적 시스템을 구성하는 물리적 배열과 고통이라는 정신 속성은 양자를 연결해주는 근거로서의 관계R을 통해 매개된다. 관계 R은 이렇게 물리적 배열과 정신적 속성이 매개되도록 하는 질서를 포함하고 있다.

이 관계R이 물질적 배열이 일정한 방식으로 존속하게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개체에게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는 역할 말고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직 열려있다. 이 관계 R의 구체적인 지위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관계 R은 이데아나 신의 명령처럼 물질적 배열 외부에 존재하는가? 아니면 아리스토텔레스적 실체나 성리학의 리처럼 물질의 내부에 위치하는가? 이 관계 R은 유종에 대응하여 실재하는 보편자인가? 아니면 개별자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으며 다만 어느 정도의 유사성만을 가지는가? 우리는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이는 이 논문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관계R은 항상 개별자를 통해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초내재적 특성에 해당하는 R이 나를 구성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나는 정신적 속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속성들을 가진다. 이러한 관계R은 나라는 개체의 기반이 되는 물질들을 배열함으로써 속성들이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이러한 R이 활동을 멈추면 나를 구성하는 물질들의 배열도 더 이상 조정력을 갖지 못하고 흩어져 사라지기 시작하며, 타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역량을 잃어 버리고, 이윽고 나도 나로서 존재하기를 멈춘다. 이때, 이러한 관계R은 나라는 개별자를 통해서만 구체화될 수 있다.
이러한 관계R은 개별자들에게 있어서 고유한가? 같은 실재계 안에서 관계R이 서로 다른 질료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배열하면, 완전히 똑같은 기능을 하게 되며, 이들은 시공간적인 점유를 제외하면 완전히 똑같은 속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시시각각 같은 실재계 내에서 특정한 물질적 배열과 특정한 속성 사이의 연결 관계가 변화하는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고 본다. 이 경우는 다른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가 생겨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경우, 관계R은 서로 다른 질료들에게 있어서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는가? 즉 관계R은 서로 다른 개별자들에게 있어서 완전히 동일한가? 이를테면 우리는 두 개의 H2O를 가질 수 있다. 이 둘을 구성하는 관계R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이유가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물질적 배열과 속성 사이의 연결과 관련된 coherence 측면에만 집중하여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관계R이 가지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물질들을 일정한 방식으로 결합시키는 것이다. 결합과 관련해서 보자면 각각의 H2O에 작용하는 조정력은 독립적이다. 즉, 서로 다른 질료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배열하는 관계R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각 개체에게 있어 관계R은 특히 조정력에 있어 그 관련된 질료 상의 차이 때문에 고유하다.
반대로 동일한 물질들에 대하여 동일한 조정력을 공유하고 있는 두 개체가 존재하는 경우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같은 시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점토 더미와 동상(이를테면 점토로 만든 아리스토텔레스의 흉상)이 있다고 해보자. 이 둘은 적어도 일정 시간 동안 정확하게 동일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속 기간 동안 동일한 조정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다른 가능한 속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라이프니치의 동일성 법칙에 따르면, 서로 다른 개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동상이 압축되어 형태를 잃게 되면 동상은 더 이상 동상일 수 없으나, 점토는 계속해서 점토로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동상은 코 형태를 잃어도 계속 같은 동상일 수 있으나, 점토는 그럴 수 없다. (Bennett 2004) 그러나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나는 위에서 물질적 배열이 속성을 결정한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적어도 일정 기간 동안 점토 더미와 동상이 가지는 물질적 배열이 동일한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같은 실재계에서, 점토와 동상은 서로 다른 속성을 가져서는 안될 것처럼 보인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렇다. 점토 더미와 동상의 물질적 배열은 똑같으나, 이 물질적 배열과 속성을 연결하는 방에는 차이가 있다. 이것은 비유하자면, 순열 집합과 조합 집합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순열 집합과 조합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일치할 수 있으나, 순열 집합의 경우, 요소들의 순서가 결정되어 있고, 이에 비해서 조합 집합의 경우, 요소들을 순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a,b,c}라는 집합에서 순열로 선택한 {a,b,c}와 {b,a,c}는 서로 다른 집합이지만, 조합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양자는 같은 집합이다. 이를 점토와 동상에 적용해보면, 점토의 R은 물질적 요소들의 배열 순서와 상관없이 충분히 근접한 정도로 결합되어 있는 바가 특정 속성과 연결되는 방식을 포함하며, 동상의 R은 이와 달리 물질들이 배열된 방식, 즉 고정된 구조를 포함하고 있다. 물질적 배열이 동일하더라도, 물질적 배열과 속성의 연결에 해당하는 coherence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점토와 동상은 서로 다른 R을 가지며 이에 따라 서로 다른 modality 가지는 것이다. 이 경우, 점토와 동상을 이루는 부분들 사이의 조정력은 동일할 수 있으나, 여전히 coherence 상에 차이가 생겨 서로 다른 개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점토의 경우, 중요한 것은 그것의 구조라기보다 물질적 요소들의 근접적 축적이므로 뭉개져도 그 부분이 탈락하지만 않는다면 계속 점토로서 타자와 상호 작용을 유지될 수 있다. 반대로, 동상의 경우, 중요한 것은 그것의 구조이기 때문에 물질적 요소가 동일하더라도 특정한 구조가 훼손되면 더 이상 동상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요컨대, 관계R은 모든 개체에게 고유하다. 이러한 고유함은 관계R이 관계 맺는 질료의 고유성과 관계R이 관계 맺는 특정 배열과 속성과의 연결 방식의 고유성에 따라 결정된다. ( 물론, 여기에 실제로 동상과 점토라는 두 개체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결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잠정적으로 생각해보건데, 물질적 구성이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범위는 그 물질적 배열의 관계R에 의해 결정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단 하나의 점토로된 동상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개의 개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하나의 개별자가 가지는 여러 속성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묶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관계R이 개별적인 개체의 동일성의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어째서 그런가? 지금까지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개별자 안에는 그 물질적 구성과 그 물질적 구성에 기반하고 있는 일련의 속성,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해주는 고유한 관계R이 있음을 보았다. 이것은 개별자의 존재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라 나오는 것이다. 먼저, 우리가 이 개별자의 속성을 곧 개별자라고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 우리는 물질적 속성과 속성 사이의 연결이 임의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우리에게 속성만 주어져 있다면, 우리는 이 속성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필연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나의 몸은 특정한 관계R을 통해 나의 정신 상태를 발현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정신 상태를 보고, 내가 나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물질적 구성과 전혀 다른 관계R의 조합이 나의 정신 상태와 구분되지 않는 또 다른 정신 속성들을 발현 시킬 수 있지 않은가?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속성만으로 어떤 개별자의 동일성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입장은 같은 정체성을 가진 개체가 여럿인 경우를 허용하며, 이는 일대일 관계에 해당하는 정체성 개념 자체에 의해서 기각된다. 이제 물질적 구성이 곧 그 개별자라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이때 물질적 구성을 그 개별자라고 할 수 없다. 우리에게 똑같은 물질적 구성이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전혀 다른 방식의 속성을 발현하는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가능 세계에서는 c신경섬유의 발화가 기쁨이라는 정신 속성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나와 똑같은 물질적 구성을 가지고 있으나, 나와 완전히 다른 속성을 발현하는 존재를 나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관계R을 생각해보자. 만약 관계R이 동일하다면, 그 관계R이 물질적 구성과 속성을 연결해주는 것이며, 이 관계R은 특정한 물질과의 관계에 있어서 고유한 것이므로, 다른 속성이나 물질적 구성이 연결되는 경우를 상상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여기 하나의 H2O가 있다고 해보자. 이 H2O의 관계R은 H2O의 물질적 구성과 그 가능한 속성을 고정해줄 뿐만 아니라, 이 H2O를 이루고 있는 분자와 결착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질료로 이루어진 H2O와 이 H2O를 구별한다. 즉 관계R은 어떤 개별자가 존재한다면, 반드시 존재하며, 그 개별자에 고정된다. 이것은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개별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의 부분을 결합하고 가능한 속성의 범위를 결정하는 고유한 관계R이 있다. 따라서 나는 관계R을 personal identity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더 나아가 이 관계R의 연속이 personal identity의 지속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적 구성이 관계R을 통해 일종의 조정력(coordination)을 갖게 되어 특정한 일관성(coherence)을 갖추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 인간으로서 존재한다. 만약 조정력과 일관성을 가능하게 하는 특정한 개체의 관계R가 특정 시점에서 그 개체의 정체성에 해당한다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속하는지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극단적인 두 가지 모델이 가능하다. (아마 이 둘 사이의 어떤 모델도 가능할 것이다.) 첫 번째 모델은 개별 인간의 관계R이 발생 시점부터 소멸될 때까지 동일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R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래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전개 시켜나가면서 조정력과 일관성을 시공간 속에서 발휘 시켜 나간다.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체 개념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두 번째 모델은 관계R은 발생하면서 소멸될 때까지 상황과 상호작용하면서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정체성의 지속은 동일한 내용의 관계R이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조정력과 일관성을 발휘하는 관계R이 긴밀하게 연속되는 것에 해당한다.
나는 이 두 모델 중 무엇이 더 설득력 있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나는 잠정적으로 나의 인간 정체성이 지속된다는 것은 물질적 배열을 통해 나의 조정력과 일관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결론 내린다. 왜냐하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드러나는 개별자의 상태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현상적으로 경험되는 물질적 배열과 그에 따른 여러 속성들 이면에 있는 어떠한 결합의 원리가 그 개별자의 지속 전반에 걸친 잠재적 변화 이력을 미리 포함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나의 인식 범위 밖에 놓여있다.
이제 이러한 결론에 근거하여, 인간 정체성의 지속에 대해 설명해보자. 물질적인 부분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부분들은 다른 부분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허용해야 한다. 다행히, 관계R은 그 구성 물질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 이 물질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 시키고 그 결합이 특정한 속성과 연결되는 근거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이기 때문에 물질을 경유해서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물질의 대체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특정한 주기에 걸쳐 완전히 대체되는 것을 알고 있다. 이때 나의 몸을 통해 발현되는 관계R은 몸의 구성 물질이 완전히 대체되더라도 유지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물질이 대체되는 과정 속에서 특정한 결합을 존속시키는 조정력과 이를 바탕으로 발휘되는 일관성의 연속이다. 또한 인간 정체성은 동일한 인간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다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내가 지금 집중하는 것은 동일한 관계R이 아니라 각 상황 속에서 변화해나가는 관계R의 연속성이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 수정되어 세포분열을 일으킬 때의 개체와 활기왕성한 대학생 때의 개체와 늙어서 정신을 잃어버려 식물상태가 된 개체는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차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만약 한 개체가 특정 시점 t1에서 가진 조정력과 일관성이 다른 시점 t2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 내용의 상당한 변화에도 그 개체가 시간 속에서 동일한 것으로 지속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관계R은 조정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한계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 즉 t1에서 발휘되는 관계R이 t2에서 발휘되는 관계R로 연속될 때, 그 연속은 개체의 기존 조정력이 유지되는 내의 변화만 허용해야 한다. 다만, 어떤 개체가 그 개체로서 유지하는 조정력이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의 힘을 가져야 하는지는 실증적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그 인간으로서의 조정력은 팔, 다리를 제거한다고 완전히 파괴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모든 부분이 온전하게 연결되어 있더라도 그 유기적인 관계 메커니즘이 작동하기를 멈추면 조정력이 상실되는 것처럼 보인다. 부분들 사이의 조정력이 유지되기 위하여 어느 정도로 긴밀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하는지는 실증 과학을 통해 더 상세히 연구되어야 할 주제이다.
이제 이러한 입장이 다른 경쟁 이론들보다 나은 점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이 이론이 특정 개체와 그것의 정체성 사이를 필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필연적 연결 때문에, Merrick (1998)이 제시한 modal coincidence 문제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이 점을 정체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두 이론인 정신 견해와 몸 견해와의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이러한 종류의 입장들은 그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나, 결국 특정한 내용(심리적 내용 혹은 유기체의 구성)을 정체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그런데, 특정한 내용이 어째서 정체성과 연결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이 둘의 연결에 대한 잘 갖추어진 grounding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Merricks가 지적한대로, 만약 기준으로 제시되는 특정한 내용이 인간 정체성과 필연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양상 우연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정신상태를 가지지 않는 인간이나 전혀 다른 양상의 물리적 배열을 가진 인간을 상상할 수 있으므로, 정신 견해와 몸 견해는 모두 modal coincidence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비해 관계R은 모든 개체가 존재할 때 고유하게 가지는 것으로, 그 존재에 있어 필연적인 개념이다. 조정력을 가지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으며, 이 조정력은 다시 필연적으로 일관성과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관계R은 어떤 개별자를 고유하고 존재하도록 하는 원리로서, 물이 H2O인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과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 다른 이 이론의 장점은 fission의 위협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fission 문제를 살펴보자. 정신 견해와 몸 견해는 정체성의 기준으로 실질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내용들이 분할되었을 때, 그 정체성의 연속을 어디에 배정해야 하는지와 관련된 혼란을 겪게 된다. 이를테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기체의 세포는 다른 세포로 대체된다.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나의 몸은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구성될 것이다. 만약 내가 이전의 세포를 잘 모아두었다가, 특정 시점에 내 몸을 정확히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눈 뒤, 모아둔 세포로 오른쪽에는 왼쪽과 정확히 동일한 구성의 몸을 제공하고, 왼쪽에는 오른쪽과 정확히 동일한 구성의 몸을 제공한다면, 나는 누구인가? 이러한 fission 문제는 실질적인 내용을 정체성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모든 이론에게 어려운 도전이다. 관계R의 경우는 어떤가? 관계R은 특정 개체가 그 개체로 유지될 수 있도록 부분들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조정력을 포함한다. 이 조정력은 실질적인 분할을 허용하지 않는다. 만약 어떠한 개체를 분할하여 두 개의 개체가 된다면, 이전의 개체는 본인의 조정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조정력을 가진 두 개의 개체가 된다. 테세우스 배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테세우스의 배에서 판자를 하나씩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Reassembly라는 배를 하나 만들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테세우스의 배에서 갈아끼운 낡은 판자들을 버리지 않고 그걸로 다시 테세우스의 배와 똑같이 생긴 배를 만들어 Replacement라는 배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이제 Reassembly와 Replacement, 배 두 척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면 둘 중에 테세우스의 배는 무엇인가? 우리는 조정력과 일관성의 연속을 기준으로 이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 Reassembly는 그 물질적 부분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조정력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이로써 다른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역량에 해당하는 일관성을 보존하엿으므로, 이전의 테세우스의 배와 동일한 것이다. 이에 비해 Replacement는 갈아끼운 부품들이 충분히 모인 어느 순간 물질적 배열을 통한 조정력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조정력을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때 새로운 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나의 몸을 반으로 쪼개어 두 명의 나로 만드는 경우는 어떤가? 이 경우, 나의 몸이 반으로 나누어진 순간 나의 부분들을 연결해주는 조정력은 상실되므로, 더 이상 나는 없게 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또 다른 한편, 누군가 나의 정신을 복사하여 다른 사람의 몸에 부여하여, 같은 정신 상태를 가진 존재가 두 명 있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선 두 가지 대답이 가능하다. 나는 일단 정신적 속성이 물질적 배열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 실험이 성공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복사-이식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나는 정신적 상태가 정체성의 기준이 아니라고 봄으로 여기에 아무런 혼란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나의 몸과 정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관계R이다. 이러한 관계R이 조정력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하며 연속하는 한 나는 나로서 정체성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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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길군요. 섹션별 요약과 각 요약이 어떤 결론을 내는지 써주실 수 있나요? 흔히 말하는 철학 에세이의 서론이 있으면 읽기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써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동기부여가 안되었는데, 덕분에 후딱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몸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속성은 이러한 몸에 기반하고 있다. 나는 몸의 구성과 물리적, 정신적 속성을 연결하는 초내재적 관계R이 존재하고 있음을 주장하며, 이러한 관계R이 필연적으로 각 부분을 일정한 방식으로 결집하고 지속하는 조정력(coordination)과 이를 바탕으로 특정 물질 구성이 발휘할 수 있는 속성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관성(coherence)를 가진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나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가진 관계R이 각 개체에게 있어 고유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는 이 관계R이 인간을 포함한 개별자의 정체성의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 주장 위에서 시간 속에서의 인간 정체성 지속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은 특히 양상 우연성(modal coincidence)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의 정신 견해나 몸 견해에 비해 눈에 띠는 장점을 가진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나는 먼저 물질적 구성과 속성 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2장에서 나는 엄격한 물리주의의 한계를 지적한다. 물질적 구성과 속성이 존재론적으로 완전히 일치한다는 입장은 특히 환원의 비대칭성과 모순된다. 3장에서 나는 물질적 구성과 속성이 서로 다른 것을 전제하면서도 양자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있을지에 대해 탐구한다. 여기에서 나는 수반론을 먼저 검토하는데, 물질적 구성과 속성 사이의 수반 관계는 이 양자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으로써 양자 사이의 형이상학적 중요성에 대한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어서 나는 물질적 구성과 속성 사이의 필연적 관계에 대한 근거(ground)에 해당하는 초내재적 관계 R을 요청해야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4장에서나는 이러한 초내내적 관계R의 형이상학적 지위에 대해 설명하고 이러한 개념이 반드시 물질적 부분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지속 시켜주는 조정력을 가져야 하며, 이러한 물질적 구성이 해당 세계 내에서 어떠한 속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 결정해주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그리고 이 조정력과 일관성의 내용은 우연적일 수 있지만, 필연적으로 개별자의 존재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포함한 관계R을 함축한다는 것을 지적할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개별자는 조정력과 일관성을 포함한 관계R을 가진다. 5장에서 나는 이러한 관계R이 개별자에게 고유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관계R이 개별자에 따라 고유하다는 것과 관련된 우려들을 다루는데 이때 우리는 지금까지 중심적으로 다루었던 구성(composition)과 구분되는 constitution 문제를 간략히 다룰 것이다. 일련의 논증 과정은 관계R이 개별자에게 고유하다는 것을 변호해낸다. 이어서 나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개별자의 고유한 관계R이 그 개별자의 정체성임을 주장한다. 특히 나는 물질적 구성이나 속성들은 어떤 개체의 정체성과 필연적으로 연결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이에 비해 관계R은 그 개체의 정체성 개념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관계R은 그 개체에 고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6장에서 나는 기존의 정신 견해와 몸 견해와 내가 새로 제시한 관계R 중심의 정체성 개념을 비교한다. 내가 대안적으로 제시하는 정체성 개념은 양상 우연성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모든 정체성 이론에 어려운 도전이 되는 fission 문제에 대한 일관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론적 장점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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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가 느낀 것을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제 생각에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먼저,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정체성은 '동일성(sameness)'으로서 시간에 상관없이 불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물질적 부분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지속시키는 조정력 및 물질적 구성을 속성과 연결시킴에 있어 일관성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것은 물질적 부분이 현상세계에서 계속되는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경험적 사실을 묵시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기에, 오히려 이론구성을 위하여 필연적으로 취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이라고 보입니다. 정체성의 대상이 되는 인간 구성물질들은, 미시적으로 아원자적 차원에서 보았을 때는 아원자들의 상호작용으로 변화의 과정에 있고,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도 신진대사작용이나 노화 등의 변화를 겪고 있지요. 이러한 예들도 분명 관계R이 규율하는 관계의 영역이라면, R은 이 변화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R은 상당한 정도로 불변적인 물질적 기반을 필연적으로 요청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관계R이 포괄적으로 물질의 배열과 속성을 이어주는 것이라면, R은 변화하는 '물질'과 변화하는 '속성'간의 변화하는 '관계'도 포함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2) 관계R이 Qualia의 문제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약간 의문이 듭니다. R로 Qualia를 성공적으로 환원시키거나 이 문제 자체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기획과 설명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감각질에 대해 비환원적인 관계적 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 물리적 배열과 속성의 관계에 대해 선생님께서는 이 둘이 동일한 것이 아니지만, 동시에 물질의 배열로 생겨난 속성은 물질적 배열로부터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 양자를 이어주는 것이 R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계산가능한 영역뿐 아니라 계산할 수 없는 부분도 포착할 수 있다고 주장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라 파동붕괴를 표현하는 함수와 같이 계산불가하다고 여겨지는 아원자적 영역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관계R로 환원시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을까요? 즉, 물질의 배열로 (창발적으로) 생겨난 속성들이 계산불가능한 알고리즘에 의하여 실행된 것이라면, 관계R이 이를 사후적으로 추수하지 않고서 정면으로 설명하는 이론구성을 할 수 있을지 다소 확신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4)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워낙 이런 영역에 무지해서, 제 생각들에 여러 오류가 있을 것이라 사료됩니다. 부디 좋은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선생님께서 학업에서 바라시는 것들이 잘 이루어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추운데 건강히 잘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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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배열과 속성이 동일하다면 물리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산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물리적 배열과 속성이 존재론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물리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산출할 수 있는 필연적인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초내재적 관계가 물리적 배열과 속성의 관계를 결정하게 됩니다.

초내재적 관계의 필요성은 물리적 배열과 속성의 양상적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물리적 배열과 속성은 양상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관계가 단순한 인과 관계는 아닙니다. 물리적 배열이 단순히 속성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물리적 배열이 다르면 속성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 배열과 속성의 양상적 관계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철의 구성성분들의 배열은 단단함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철의 구성성분들의 배열이 조금만 달라져도 단단함은 유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리적 배열과 속성의 관계는 단순한 인과 관계를 넘어서는 초내재적 관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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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새로운 형이상학적 개념을 도입하자는 제안을 접할 때, 현대 형이상학자들이 보통 제일 먼저 점검하고자 나설 사항으로는

  • 기존의 개념을 그냥 이름만 바꾼 것 아닌가?
  • 정말로 설명력을 갖는가? Ad Hoc을 피하는가?
  • 혹시 "사변 과학"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cf. 근대 생기론)

같은게 있을 법 합니다. 제가 본문을 충실히 읽지 못한 탓에 발생하는 오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하 인용문들을 정리해봤을 때 저는 "조정력", "일관성" 등 새로이 도입된 개념들에 대한 보다 풍부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본 제안의 설득력을 제고하는데 핵심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개념들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으로는

  • '조정력', '일관성' 등 개념에 대한 공리화된 이론, 형식 모형 등을 제시
  • 유사한 기존의 과학적 개념(예. 수소 결합) 및 철학적 개념(예. 물질적 구성)과 맺는 관계를 해명

하는 것 등이 있을 법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풍부해진 입장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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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너무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관계R이 일정 시점 t에서 어떠한 개체가 그 개체로 유지되도록 하는 힘을 가진다고 보지만,
이어지는 시점 t+1에서 그 개체가 시간의 흐름과 관련 없이 완전히 동일한 형태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일정 시점에서의 정체성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연속함을 통해 정체성의 지속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이 연속함은 변화를 허용합니다. 그 변화의 정도에 대해선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t1에서의 t2로 넘어갈 때 이전의 조정력이 완전히 해체되지 않을 정도라고 제시하고 있으며, 이 구체적인 정도는 실증과학에서 탐구해야할 부분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t1에서 나의 몸은 t2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때 내 몸에서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가도, 예를 들어, 유기체로서의 시스템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t2로 이어질 때 이전 시점의 조정력이 해체된 것이 아니므로 연속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어떤 개체의 유지와 변화를 수용하고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 개념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2) qualia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 논문의 목적과 다소 떨어져 있습니다. 왜냐하면 qualia와 물질적 속성을 연결하는 여러 이론들과 제 이론은 양립하며, 저는 구체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하는 많은 모델들이 있지만 그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정합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모델 중에 더 설득력 있는 모델이나 제 이론과 더 쉽게 호환되는 이론이 있을지에 대해선 추가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로, 매우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3) 아원자영역의 물질들의 상호작용이 특정한 속성으로 연결될 때에도 그 연결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관계R의 필요성은 유효하리라 봅니다. 다만, 조정력과 일관성이 이때에도 필연적으로 요구되느냐는 물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제가 볼 때, 거시적 세계와 다른 방식일지라도 미시적 물질들이 특정한 속성과 연결된다면, 조정력과 일관성은 필연적으로 요구되리라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미시물질로서 일정 수준의 존속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조정력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조정력은 경계의 고정을 함축하지 않으므로, 충분히 양립가능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설명이 말씀하신 "사후적으로" 관계R을 들어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에 해당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정면으로 무언가를 설명하는 이론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 목적에 비추어 보았을 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는 관계R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부 밝히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R이라면 조정력과 일관성을 가진다는 것을 지적하는데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의견을 통해 제가 제 생각을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습니다. 기쁘고 기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저도 이 분야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 이번 학기 세미나에서 처음 이런 주제에 대해 공부했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지적에 힘입어 멋쟁이 논문을 완성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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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제시해주신 세 가지 체크 사항을 염두에 꼭꼭 담아두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형식 모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언제든 혹독한 비판으로 저에게 성장의 기회를 주신다면 그 기쁨은 흔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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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와 구분된다는 것을 명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급은 안했으나 제가 초내재적 관계를 도입한 중요한 동기였습니다. 수정 시에 이 점을 명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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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을 읽어보니 선생님의 추가적 설명에 상당한 타당성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덕분에 저도 여러모로 생각해보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연구 논문으로 완성시키실 수 있기를 바라며,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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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에 대해선 아는 게 거의 없어 너무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건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글 안에 흥미로운 논점이 많은 것으로 보여 글을 읽으면서 든 의문점을 몇가지 서술해볼까 합니다.

첫번쨰 질문은 관계R이 자연과학에서 탐구하는 자연의 법칙과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입니다. H20라는 물 분자의 결합은 경우 상온에서는 액체, 영하의 온도에서는 고체, 썹시 100도 이상에서는 기체로 존재할 것입니다. 세 경우 모두 겉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물체로 보이겠지만 과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물이라는 개체가 온도에 따라 형태를 변화한 것이라고 이해할 것입니다. 그런데 글에서 설명하신 것처럼 관계R은 자연의 법칙과는 구별되는 초내재적인 것으로 정의된다면 열역학적인 변화와 관계R이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 질문은 우리가 관계R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관계R이 개별자에게 고유한 것이고 그렇기에 개별자의 정체성의 근거가 되는 것이라면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 역시 고유한 관계를 통해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일 터인데 이들이 전자기적인 자연 법칙을 통해 결합할 경우 우리는 경험적인 관찰을 통해서는 물이라는 새로운 개별자의 속성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결합 이전의 개별자로서의 수소와 산소의 속성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수소와 산소에 내재된 관계R은 둘의 결합 안에서 사라짐으로써 두 원소의 개체성 역시 사라지게 되는 것인지 아니면 수소의 관계R과 산소의 관계R이 결합함으로써 새로운 물의 관계R을 산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만약 전자라면 물을 전기분해 할 경우 다시금 수소와 산소는 개체성을 얻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의 관계R은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서 재구성 된 것인지 후자라면 관계R과 자연법칙은 사실상 동일한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물에 소금을 용해하여 소금물을 만드는 경우 소금 Nacl은 물 안에서 나트륨 양이온(Na+)과 염소 음이온(Cl-)으로 분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이때 본문의 설명을 따르자면 수용성이라는 속성을 규정하는 관계R이 소금이라는 개체를 물 안에서 용해시켰다고 말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금이라는 개체 안에 초내재적인 관계R이 어떻게 나트륨과 염소라는 다른 개체로 분화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사실 이런 내용이 글의 논증이나 참고문헌 안에서 충분히 해명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비전공자를 대상으로도 글의 접근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질문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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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먼저 저는관계R은 과학법칙을 "포함하여" 물체와 속성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제시되는 여러 입장들이 반드시 가지는 특징들로 조정력과 일관성을 제시하며 이것은 항상 "개별자"를 통해 발현된다는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관계R과 과학법칙이 무슨 차이가 나냐는 질문에 대하여 과학법칙은 관계R의 매우 유력한 후보 중에 하나라고 대답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관계R을 개별자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학법칙이 개별자의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터무니없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관계R이 일종의 자연법칙이라고 한다면, 저는 자연법칙이 개별적 질료와 관계를 맺어 구체화된 것이 정체성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질료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자연법칙이 홀로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문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좀 더 명시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계R의 인식과 관련하여,

저는 이 질문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본문에서 이에 대해서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결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입니다. 나중에 추후적으로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관계R의 인식 문제는 매우 중요한 질문으로 보입니다. 저는
여기 어떤 개체가 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기 어떤 개체의 관계R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자들의 배열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이루어진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이 이미 관계R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이 점에 대해선 뭔가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좀 더 구체화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질문을 통해 사유할 기회를 허락해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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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코나투스 개념과 비슷한거 같은데요

안녕하세요. 다른 해야 하는 할 일을 하다가 급하게 읽은 거라서요, 제가 놓친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할 일을 하다가 읽어서가 아니라 정말 재밌었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정독하고 더 유의미한 피드백을 드리게 되면 좋겠네요. :smiley:
지금으로서 드는 생각은 두 가지 입니다.
5절 첫부분에서 언급하셨지만 만약 관계 R이 플라톤적이든 혹은 아리스토텔레스적이든 어떤 보편자라면("항상 개별자를 통해 구체화"된다고 하셨으니 만약 보편자라면 후자에 가까워보입니다), 곧 다시 말해 개별자와 따로 떨어져있는 것이라면 예화하는 다른 개별자가 동일한 나일 수 있어보입니다. 그렇기에 이 부분을 고려해주시면(보편자일 가능성은 제외한다든지) 관계R을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관계R은 어떤 개체의 물질적 배열이 특정한 속성을 가지도록 하는 근거(groudning)에 해당한다." 고 말씀해주셨는데 설명적 근거 형이상학적 근거 등 근거들 중에 정확히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면 이 또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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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피드백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복받은 사람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선, 본문에 언급한대로 관계R은 항상 질료와의 관계 안에서 드러남으로, 논리적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보편자에 해당하는 어떤 개념이 있을지라도, 그것이 질료와의 관계 안에서 구체화되기 때문에 동일한 보편자가 예화되더라도 그 질료에 따라 고유할 수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당장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좀 더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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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가 너무 길어서(…) 본문만 겨우 훑었습니다. 한 가지 의문은 이렇습니다. 제시된 대로면, 자연스러운 그림은 모든 개별자에 상응하는 원리가 존재하며, 이 원리는 물리적 속성에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어야 합니다. 만일 수반한다면, 물리적으로 동일한 서로 다른 두 개별자는 개별화될 수 없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한히 많은, 설명 불가능한 형이상학적 원초 속성들을 허용해야 하는 셈이 됩니다. 만물을 그 지성에 보전하는(!) 전능신을 상정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속성을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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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도 글이 길어서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읽으면서 몇가지 궁금한 점이 떠올라서 질문드립니다.

1 초내재적 관계라는 개념에서 초-는 super인가요 over인가요?
전자라면 내재적인 정도가 뛰어나다는, 매우 안에 있다는 그런 뜻일까요? 후자라면 내재적임을 넘어선다는 뜻이 되니 결국 외재적 관계라는 개념이 되는 것 같네요. 어느 쪽일까요...? 이 초내재적 관계라는 개념이 어느 부분에서 설명되는지, 왜 이렇게 이름지어졌는지가 궁금합니다..!
p.s. 글을 더 읽어보니, super란 뜻으로 쓰셨다고 명시하셨었네요. 그렇다면 정도가 뛰어나다는 뜻으로 쓰신 걸로 파악되는데, 안쪽 더 깊숙이 있는 관계라는 것이 무슨 뜻인가? 잘 유추가 되지 않네요. skim님의 뜻이 궁금합니다!

2 글 시작 전에 정체성이 성리학의 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제가 성 개념을 조금 찾아보니
"이를 통해 성 개념은 특정 개체가 지닌 욕구나 성향이라는 특수성에서 벗어나 모든 개체에 내재해 있는 보편성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즉 각각의 존재가 동일한 리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사람, 개, 느티나무의 본성이 서로 다르지 않고 궁극적으로 같다고 보는 것이 성리학의 본성론이다. "
이런 뜻이라고 나오는데요. 그 다음에는 또 정체성이 관계 R이라고 하셨고, 이 관계 R은 각 개별자마다 고유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모든 개체에 내재하는 보편적인 성(性)이 어째서 개별자마다 고유한 것인지, 이것이 모순인지 아니면 제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성(性) 개념에 대한 제 파악이 잘못된 것일까요?

이 의문이 풀리면 막혔던 부분들에서 더 나아가고,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답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