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슨의 그간 행보를 잘 알지 못해서 (머쓱하네요;) 말씀하시는 것이 어떤 식의 발전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흥미로운 지적이네요!
두 측면에서의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 자연과학의 방법론과 유비된 철학 방법론은 ‘미래’라기엔 이미 현재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근 20년간의 실험철학의 발전은 물론, 사고실험을 양적 실험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Kölbel 2021 또한 이와 같은 인식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또한 제 관심사가 윌리엄슨에 따르면 이미 ‘모델 구축’이 만연한 분야와 관련이 있기도 해서, 윌리엄슨이 대체 어떤 분야들에서 모델 구축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철학의 실천에서는 이미 가설-반증의 기본적인 과학적 입증 방식이 취해지고 있어 보입니다. 그것을 자연과학에 유비해 이해하는, 말하자면 메타철학이 새로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모델 구축의 강조는 일종의 전기 비트겐슈타인적 관점을 계승, 확장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승되는 부분은 실재에 관한 담론이 (언어의 모형으로 기능하는) 모조 세계에 관한 담론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하자면 그림 이론의 부분입니다.
반면 확장되는 부분은 그림 이론이 적용되는 대상입니다. 전기 비트겐슈타인적 관점에서 그림은 세계의 대상에 관한 것이었지만, 윌리엄슨이 제2장에서 암시하는 관점은 우리가 세계 내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이론적 대상들에관한 이론에까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으로 자기 눈을 그린 그림을 보며 자신의 눈을 사고하는 것처럼요.
여하간 이런 관점이 맞다면, 윌리엄슨의 주장은 파격적이라기보다는… 뭔가 당혹스러운 것이 될 것 같습니다. 왜, 엄청 동의하고 싶지는 않는데 뻔한 말 같고, 아무도 지금까지 딱히 안 말했던 그런 말이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