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mbti

MBTI 유행은 지나갔지만..
몇일전 친구에게 이런짤을 받게 되었습니다..ㅎㅎ


아마 제가 INFJ인데... 절친들과 술을 많이 마시면 철학 이야기를 해서
이런 짤을 보낸 듯 합니다 ㅋㅋ

아무튼 이런 짤을 받으니.. 이곳에서 철학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보통 어떤 MBTI를 가지고 있으실지 궁금하더군요..
다들 MBTI가 어떻게 되시고... 어떤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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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는 많은 한국인이 '혈액형 결정론'을 'MBTI 결정론'으로 대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둘 다 이상해요.

저는 8년 전에 대학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INTJ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논리학과 형식 철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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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으로 I 비율이 높을 것을 생각하면… 이렇게 투표를 돌려버리는 게 역시 낫습니다 (안심하세요 익명입니다):

  • ESTJ
  • ESTP
  • ESFJ
  • ESFP
  • ENTJ
  • ENTP
  • ENFJ
  • ENFP
  • ISTJ
  • ISTP
  • ISFJ
  • ISFP
  • INTJ
  • INTP
  • INFJ
  • IN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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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매우 흥미롭네요. 저는 MBTI를 심리학에서 정설로 쓰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통계적으로 쓰기엔 유의미하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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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결과는 제가 수학 커뮤니티에서 본 것과 거의 같네요.

영문 위키백과의 MBTI 항목에는 한국과 중국에서의 인기에 관한 절이 있습니다.

From https://www.independent.co.uk/voices/myers-briggs-psychology-test-garbage-b2200663.html:

Since then dozens of scientists have pointed out that Myers-Briggs is pseudoscience. There is no peer-reviewed, statistically significant, double-blind research demonstrating that it works.

MBTI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주장도 의심해 봐야겠군요.

대체 왜 젊은 한국인들이 성격 유형에 관한 사이비 과학을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게 궁금한 분들은 다음 레딧 댓글을 한번 보시길 바라요.

From https://www.reddit.com/r/korea/s/pSmCq5t7jC: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구분한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소속감을 준다는 점에서 유행했다고
생각합니다ㅎㅎ 나만 이런 줄 알았는 데,
쟤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하는 느낌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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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할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꽤나 흥미로운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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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INFJ입니다만 반갑네요~

MBTI가 유행하는 현상을 꼭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저의 진술이 MBTI로 사람을 쉽게 재단내리려하는 경향이 심화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MBTI는 하다못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났을 때 던져보는 ‘신변잡기’ 용도로도 이롭게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철학하는 사람들은 응당히 ‘남들이 한 번 씹어먹고 버리는 주제에 대해서도 파고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고 저도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그토록 복잡한 인간을 단순히 16가지로 분류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이 무슨 메이플스토리 전직처럼 나는 듀얼블레이드고 너는 캐논슈터고...뭐 이렇게 딱 잘라서 정의내릴 수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을 항상 품을 필요도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항상 양면성이 존재하듯이, MBTI를 적당히 유쾌하게 받아들이되, 그러나 또 적당히 거리를 두는게 가장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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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히려 인간이란 그토록 복잡하기 때문에 16가지로라도 분류할 수 있음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근대철학의 유산(?) 이긴 하지만 카테고라이징은 우리 삶에 꽤나 유용한 것 같아요. 그토록 복잡한 현상의 일들을 단 몇가지 범주로 일축시킨 칸트, 아리스토텔레스 등등을 미루어 짐작해볼때, 카테고라이징은 철학자의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사회과학 계열 연구자 분들은 ISFJ, ISTJ가 많았는데 철학-인문학 분야 커뮤니티라 N 성향이 강해지는 것을 보면, 관심 분야에 따라 성향이 영향을 받는 재귀적인게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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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한국인의 MBTI 분포는 다음과 같습니다:


[송미리, 박보민, 강새하늘, 김명준. (2021). 한국인 대표 표본의 MBTI 유형 분포 연구 : 2012 - 2020년 자료를 바탕으로. 심리유형과 인간발달(구 한국심리유형학회지), 22(2), 19-41.]

INTP INTJ INFP 순서대로 집계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철학+인터넷 커뮤니티이기 때문인 것… 이죠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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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성격에 대한 요약이라고 보면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회화를 할 때 중요한 성격 몇 가지를 압축해서 전달할 수 있으니깐요.

전 솔직히 MBTI가 평소에 철학 전공하는 사람들 만나면 "무슨 철학자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보는 거랑 크게 다르진 않다고 봐요. "전 x를 좋아합니다"라고 해서 그 사람의 연구가 전부 설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추 그림을 그려줄 수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을 때, 그 사람들에 대한 얼추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것이 MBTI라고 하면 충분히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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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어요. 성격 검사에 MBTI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MBTI로 학술적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인데 그것의 과학적 부정확성이 온당한 비판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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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람들이 MBTI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거나 활용하는지가 저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건 제가 지인한테 들은 경험담인데, 같은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일면식이 없는 누군가가 자신한테 "OOO 님 MBTI XXXX죠?"라고 물었대요. 그 사람의 추측은 틀렸고요.

오락 목적으로라도 사이비 심리학 성격 유형론을 활용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적이 그렇더라도, 성격 심리학자들이 어느 정도 검증한 성격 검사 말고 굳이 MBTI를 쓸 이유가 있을까요?

심리학이라는 체계안에서 자기 지시적으로 MBTI가 틀렸다고 하더라도, 위의 통계표본으로 입각해서 볼때 다른 분야에선 연구해볼만한 통계가 주어졌다고 보이는데요.

서강올빼미라고 하는 커뮤니티에서 N 성향이 비약적으로 두드러지게 되는 이유는 사회학적으로 추론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MBTI라고 하는 것은 어쨌거나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학적인 현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MBTI가 사이비다 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이 커뮤니티에서 올바른 논증은 아닙니다. 심리학 커뮤니티가 아니기 때문이죠.

가령 A라고 하는 사이비 종교가 있다고 했을때, 신학계에서는 A가 신학적으로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 논증해야하지만, 종교학에서는 무엇이 다른가 어떤 갈래인가를 주목해야 할 것이고, 사회학계에서는 사회적으로 어떤 분절과 환절 현상이 있는가에 주목해야할 것입니다. 체계는 자기지시적이니까 그 체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증에 주목해야 합니다.

"MBTI가 심리학적으로 올바른 재료인가?" 라는 논증보다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론을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것은 올바른 행위인가?" 라고 하는 논증이 선행되어야 겠습니다. 그러려면 체계와 생활세계의 관계에 대한 논증이 이루어지겠군요.

성격 심리학자들이 어느 정도 검증한 성격 검사 말고 굳이 MBTI를 쓸 이유가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MBTI 유형검사를 사용하고 있어 접근성이 좋고, 관련 문화가 퍼져있으며,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등의 이유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 이 질문은 마치, 전동칫솔이 있는데도 왜 일반 칫솔을 사용하냐는 질문과 같게 들립니다. 치위생학적으로 보면 전동칫솔이 더 뛰어난 기능을 내재하고 있는데, 접근성이라거나 비용적인 문제라거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보다 간편하게 구할 수 있는 칫솔을 사용하며 치위생을 관리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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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그것이 자칫 잘못된 믿음을 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썩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어떤 분의 MBTI에 대한 그릇된 추측(‘이분 MBTI가 ENFP겠구나!’)가 그분의 성격에 대한 그릇된 추측(‘이 분은 활력이 넘치실 것 같다!’)과 질적으로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은데, 그렇다면 누군가의 성격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도 비판해야 하나요?

둘째로, 어떤 종류의 주제에 대한 담화가 자칫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해서, 그 주제에 대한 담화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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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음 주장을 펼칠 수 있습니다.

0 ≠ 1이라는 것은 적어도 이 커뮤니티에서 올바른 논증은 아닙니다. 수학 커뮤니티가 아니기 때문이죠.

@Sechang 님의 이후 말씀을 참고하건대, 위 말씀을 문자 그대로 이해한 바가 @Sechang 님의 본뜻은 아닌 듯합니다.

서강올빼미라고 하는 커뮤니티에서 N 성향이 비약적으로 두드러지게 되는 이유는 사회학적으로 추론해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학적 접근을 시도하려면 먼저 'N 성향'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밝힐 수 있어야겠죠. 그런데 성격 심리학자들이 MBTI의 비과학성을 경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성향을 명료하게 밝히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듯해요.

이 말씀은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도 동의해요.

저도 16 Personalites가 다른 유료 검사보다 접근성이 훨씬 더 크니까 한국과 중국에 널리 퍼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 검사도 접근성이 충분히 좋은 듯해요.

다국어로 지원되는 IPIP-NEO-120 성격 설문지래요. IPIP에 관한 레딧 댓글은 제가 앞에서 인용했어요. 이게 왜 MBTI보다 더 믿을 만하고 과학적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성격 심리학을 접한 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조심스레 추측해 보자면, 그저 우연히 16 Personalities가 유행하게 된 듯해요. 딱히 위의 IPIP-NEO-120이 덜 직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아요. 그냥 잘 안 알려진 거겠죠?

음, 제가 생각한 '잘못된 믿음'의 보기는 "활력이 넘치는 사람의 MBTI는 ENFP{이다/일 것이다}."라는 믿음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잘 모르면서 파편적인 면모만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일은 성급한 일반화라고 저는 비판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비판은 제가 앞서 말한 '잘못된 믿음'에 대한 비판과 별개입니다. 사과와 오렌지가 별개인 것처럼요.

음, 이 말씀은 저도 동의하는데 이게 제 비판에 대한 반론인지 잘 모르겠어요. 좀 더 부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말씀 자체가 이해가 잘 안 가요. 그 담화가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그 담화를 올바르거나 최소한 덜 그릇된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비판할 수 있지 않나요?

저는 정론과 사론이 갈리게 되는 지점이 학계(체계)라고 생각합니다. 학계에서도 설 > 론 > 학의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구요. 이 과정에서 관측, 분류, 패턴, 수량화, 경험법칙 등이 사용되어지구요. 그런데 이 과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사전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를 전문가들의 영역, 학계(체계) 라고 부릅니다.

제가 위와 같은 주장을 한 이유는, 물론 심리학을 전공한 분들도 계시는 자유로운 커뮤니티지만, 포럼의 목적 자체가 심리학계에서의 논증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MBTI가 하나의 가설인가 이론인가 박터지게 싸우는 곳은 심리학계이지 철학 포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0은 1이 아니다 라는 논증은 학계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학문'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생활세계로 내려와 우리에게 지식 혹은 상식으로 전유되고 있는 문화가 됩니다. 이를 공동체적 습관(Gemeinschaftshabitualität) 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 근원적 규범((Normativität) 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사실 공부를 놓은지가 오래되어 정확히 표현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결론은 0은 1이 아니다는 이미 우리 삶에 녹아있는 배경지식이라는 얘기입니다.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푸앵카레의 추측을 논증하는 곳은 아니겠죠? 왜냐하면 논증을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N성향에 대해서도 "N성향을 고백하고 있는" 사람들이 철학포럼에 많이 분포되고 있는가? 이렇게 고치면 사회문화적으로 꽤나 재미있는 사고실험이 될 수 있을것 같아요.

새로 제안해주신 유형검사도 참 감사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관습으로 고착화 된 것을 변화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이 "틀렸다" 하더라도, 이미 문화로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죠. 혈액형에서 MBTI로 넘어간 점을 지적하듯, 미디어가 생산해내는 문화적 재생산은 진리 관계의 적합성을 이미 많이 벗어나있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MBTI 문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만한 거리들이 많았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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