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적 민주주의와 제도들 - M.Paxton 2019 中

저자는 챕터3 「Agonistic Democracy and Institutions」에서 경합적 민주주의 접근법과 제도들의 관계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에 "제도에 대한 논의가 없다", "논의가 추상적이다"라는 비판이 자주 가해진다. 저자는 신제도주의의 논의를 빌려와 그러한 비판에 맞선다. 신제도주의는 형식적 제도뿐만 아니라 습관이나 문화적 규칙 따위와 같은 비형식적인 것 또한 제도로 바라보고,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비형식적 제도(e.g. a logic of appropriateness, normative norms, demonstrated behaviours)에 의존하는 경합주의자들 또한 제도에 대한 고려를 포함하고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비형식적인 제도를 어떻게 시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냐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곧, 추상적이고 규범적 수준의 것을 현실의 수준으로 어떻게 내릴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니체 베이스의 경합주의자는 오웬은 니체의 고대 그리스 모델을 참조한다. 이 모델에서 시민들은 아곤적 존중을 갖추도록 요구된다. 하지만 그것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는다. 슈미트 베이스의 경합주의자인 무페에겐 우리/그들//적 구분을 가능케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부재한다. 그녀는 동기를 부여하는 서사적 요소(motivational narrative)에 의존하여 설명하지만, 그것을 통해 메커니즘이 잘 수행된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즉, 사실상 무페의 이론은 우리/그들//적 구분의 가능성이 당연한 것으로 가정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경합주의를 현실화하기 위해 이론적 차원의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다양성을 억압하고 주변화하는 합리화와 보편화를 거부하는 많은 경합주의자들은 제도를 그러한 것의 일종이라고 여기기에, 경합적 실천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적 패러미터를 스케치하길 거부한다. 저자는 이러한 경합주의자들의 입장을 맞서 특정 제도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주변화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도, 경합주의가 갖는 이론과 현실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정 제도는 다양성을 억압하고 주변화하지 않을 수 있으면서"라는 저자의 주장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이는 앞서 언급한 신제도주의의 제도관에 따를 경우 가능하다. 신제도주의는 시민들을 행위 규칙에 의해 종속되고 규제되는 자라고 여기면서도 그것을 변화할 수 있는 자율적 주체로 여긴다. 즉, 신제도주의에 따르면 시민들은 '규칙을 따르는 자'이면서도 '규칙을 깨는 자'이다. 이러한 시민에 대한 관념은 모든 경합주의 이론에 잘 걸맞기도 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저자는 "경합주의가 갖는 이론과 현실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제도들이 무엇인지 따진다. 주지하다시피 경합주의의 핵심적 요소 셋은 경쟁, 우발성, 시민들 간의 상호의존성이다. 그러므로 다양성은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이 세 요소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취하는 형태를 따지는 것이 저자의 목표이다. 첫째, 제도적 폐쇄성과 지배적인 합리성의 재생산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그들의 자율성을 강화시켜야만 한다. 이를 통해 "아곤적 존중"과 같은 것들이 시민들에게 체현되고 사회 전반에 뿌리 잡는다. 이로써 사회 내의 경쟁과 정치적 우발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율화되고 강화된 권리를 갖춘 시민들의 에토스만으로 공백을 메울 수는 없다. 여가, 교육, 판단 능력 등 또한 시민들의 민주적 실천(시민 참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적 고려도 필요하다. 이러한 실천으로서의 자유는 정부 차원의 실천과 긴밀히 연결되야만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둘째가 도출된다. 둘째, 시민 참여는 드물게 이루어지면 안 되고, 활발히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한 그것이 단발성 이벤트의 형식을 취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설명을 위해 선호 투표제, 시민 참여형 예산 등의 예를 들고 있지만 제도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는 파트2의 챕터 6과 7을 봐야 한다.


저자가 꽤나 괜찮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그 실체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안도 어렴풋이 제안하고 있으니 대단하다. 하지만 그 제안을 통해 경합적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강한다고 하여 지주형의 비판을 피할 수 있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처: M.Paxton 2019, pp. 7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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