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의 역설의 재미있는 응용 (Feat. 48시간 무수면자의 정신상태)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서 올려봅니다. 다만 제목에도 적어놨듯이 제가 지금 48시간째 깨어있는 상태인지라 어처구니없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 감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modal operator (x가 용납하지 않음): N을 가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용납이란 개인적 신념, 특히 어떤 도덕적 신념에 따른 용납입니다.

전제1: ~Na는 x가 a를 용납한다는 것을 뜻한다.
간단한 DNE입니다. 용납하지 않지 않으면 용납한다는 얘기입니다.

술어p: x가 행위 P를 한다. 여기서 P는 어떤 가능한 행위도 될 수 있으며, 무언가를 용납하지 않는 것 또한 포함됩니다.

전제2: A -> ◇NA, 여기서 A는 어떠한 formula도 가능합니다.

전제3: ~◇N(p & ~Np).
사실 여기서의 modal operator N에서는 N(p & q) -> Np & Nq를 할 수는 없죠. p와 q가 둘 다 일어나는 건 용납하지 않지만 그 중 하나만 일어나는 건 용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이걸 전제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 전제는 x가 합리적인 사람이기 위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x는 자신이 용납하는(~N)일인 것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전제 2를 통해 (p & ~Np) -> ◇N(p & ~Np)를 얻고,
다시 ((p & ~Np) -> ◇N(p & ~Np)) -> (~◇N(p & ~Np) -> ~(p & ~Np))를 얻음으로서。 *"(A ->B) -> (~B -> ~A)"는 논리적 참이므로

전건 긍정을 통해 ~◇N(p & ~Np) -> ~(p & ~Np)를 얻어낸 뒤

전제 3과의 전건 긍정을 통해~(p & ~Np)를 얻어냅니다.

demorgen으로 ~p v ~~Np를 얻고, DNE로 ~p v Np, 다시 논리적 동치인 p -> Np을 얻습니다.

따라서, x는 합리적인 사람이기 위해서 자신이 하는 그 어떠한 일도 용납하지 말아야 하는군요. 흠좀무......

저는 잠자러 가겠습니다. 내일 몇 시에나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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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역설은 상당히 흥미롭죠. 여기서도 되게 재밌는 주제가 될 것 같아요. 예전에 피치 역설로 포스팅을 하나 하려다 만 글이 있는데 만지작 거리게 되는군요 ㅋㅋ

재밌는 생각이십니다만, 전체적으로 이 얘기가 맞는지 아닌지 검토하려면 우선 연산자 'N'의 논리를 먼저 제시해주셔야 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뭔가 아다리가 안 맞는 부분이 있어서(제가 이 표현을 좋아합니다) 따라가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산자 'N'은 표준양상논리의 기본적인 도출규칙과 기본적인 공리꼴의 지배를 받지 않는 연산자인 것 같다는 점입니다.(표현은 좀 부정확하네요)

여기서의 modal operator N에서는 N(p & q) -> Np & Nq를 할 수는 없죠

라고 하셨는데, 표준적인 양상논리체계의 가장 기본적인 공리꼴과 추론규칙은 명제논리의 공리체계(기본 공리꼴과 전건긍정식 추론규칙)에 다음 두 개

K-axiom 꼴, 즉 N(p->q)->(Np->Nq)
필연화규칙 : p // Np

가 추가된 것이고, 이걸 받아들인다면 N(p&q)->(Np&Nq)는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의도된 해석을 고려하면 이는 참이 아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뭔가 근본적인 공리나 추론규칙과 이 연산자 'N'이 잘 안 맞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죠. 이 부분이 좀 더 분명해져야 역설이 발생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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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사례네요! 저는 여기서 제시된 양상 연산자 N이 매우 빡센 역할을 수행하는 것 같습니다 ... 그런 면에서 전제3을 받아들여야 할지 잘 판단이 서질 않네요.

이를테면 인식논리에서 전제3에 상응하는 식이라고 할 수 있는

~◇K(p&~Kp)

같은 경우에는 나름 수긍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안쪽의 p&~Kp를 따질 경우,

철수는 고기를 먹지만, 나는 철수가 고기를 먹는걸 모른다.

같은 무어의 역설에 봉착하게 되는 것 같으니까요.

반면에 p&~Np의 경우,

철수는 고기를 먹고, 나는 철수가 고기를 먹는 것을 용납한다.

가 될텐데 저는 이게 논리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철수가 고기를 먹고 내가 그걸 용납한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는 전제는 그 자체로 공리(꼴)로 받아들이기에는 부담이 썩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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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씀이십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논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N"의 추론규칙이 사용될 일은 없어 보였기 때문에요.
다만 굳이 Raccoon님의 말씀에 답해보자면, 굳이 N을 primitive한 양상 연산자로 취급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를테면 □A에 해당하는 연산자를 "x는 A를 의무라고 여김"("(xO)A"라고 표기하겠습니다)이라고 풀이하고, NA를 (xO)~A 와 동치로 놓는다면 될 문제 같습니다.
물론 그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보기에도 전제 3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제 3: ~◇N(p & ~Np)을 풀어쓰면

"x가 (p를 하고 p를 용납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입니다.

이것은 "x가 p를 필연적으로 용납한다"를 함축하는 듯 보입니다.

글쓴이가 쓰신 "자신이 용납하는 일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수 없다"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Np & Np)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맞습니다. 다만 ~◇N(p & ~Np)는 공리꼴이 아닙니다!

~◇N(p & ~Np)가 전제인 이유는, 본문에서 썼듯이

이 전제는 x가 합리적인 사람이기 위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합리적인 x는 자신이 용납하는(~N)일인 것을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p가 "x가 행위 P를 한다"라는 명제일 때입니다. 제가 왜 p를 술어라고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정신 이상한 놈 취급하시고 p를 한 명제라고 생각해 주세요. 또한 이 x는 (x가 용납하지 않음)의 x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N(p & ~Np)"의 뜻은(만약 전제1을 수용하신다면)

(자신이 어떤 특정한 행위를 용납하고, 또한 바로 그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음

이 되겠습니다. 즉 전제3은,

'철수가 고기를 먹고 철수가 바로 그때 고기를 먹는 것을 철수가 용납한다'를 철수가 용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입니다. 제가 글을 명료하게 쓰지 못해 다소 오해가 있었던 듯 합니다.

~◇(~Np & Np)는 "p를 용납하고 동시에 용납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
wildbunny님 글의 답글에서 썼듯이, "~◇N(p & ~Np)"의 뜻은 "(자신이 어떤 특정한 행위를 용납하고, 또한 바로 그 행위를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음)이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전제 3이 어떻게 "x가 p를 필연적으로 용납한다"를 함축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것은 "(p를 하고 p를 용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음이 불가능하다"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p를 하고 p를 용납하는 것)을 용납한다"와 동치로 보입니다. (p를 하고 p를 용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가능세계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임의의 a와 b에 대해, "(a & b)를 용납한다"는 "a를 용납한다"를 함축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전제 3은 "필연적으로 p를 하는 것을 용납한다"를 함축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직관적으로 이렇게 생각되는데 2357님의 전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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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를 용납한다 -> A를 용납한다 & B를 용납한다

이게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B인 한에서만 A를 용납한다면, 우리는 (A & B)을 용납하지만 A를 용납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전제2도 좀 문제 있지 않나요?

A->◇NA

가 증명열에 등장할 수 있으면

~◇NA->~A

도 증명열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양상연산자에 대한 통상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NA->~A

도 증명열에 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본문에서 등장한 의도된 해석에 따르면

x가 P하는 것이 용납된다는 게 필연적이라면, x는 P하지 않는다.

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결론도 수용가능한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x가 P하는 것이 용납된다는 게 필연적이라면, x는 P하지 않는다

전제 1, 2, 3을 수용한다면 자신이 하는 그 어떠한 일도 용납하지 않는다 (p -> Np)

는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아마 전제 3을 수용함으로서

x가 P하는 것이 용납된다는 게 필연적이라면, x는 P하지 않는다

의 '필연적'을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연적'이 붙어있는 이상 '필연적으로 용납되는 행위는 행위할 수 없는 것밖에 없다'같은 탈출구가 있어 보이니까요.

다만 그게 전제 2의 문제일지, 전제 1의 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흠.. 그렇군요.
저는

x가 P하는 것이 용납된다는 게 필연적이라면, x는 P하지 않는다.

가 받아들일 만하다는 게 납득이 잘 안 갔습니다. x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P를 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한다는 게 참이면 그는 P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지 않나요?

그런데 어쨌든 이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제 생각에는 이 문제가
받아들일만한 전제들로부터 타당한 논증을 통해 받아들일 수 없는 귀결이 나오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역설이 아니라, 전제에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는 귀결이 나오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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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x가 (가 존재하는)모든 가능세계에서 어떤 행위(x가 하는 행위를 포함해서)를 허용한다"라는 게 조금 이상하게 들립니다. 그런 행위가 없을 거라는 얘기가 전제2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