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ans - Can there be Vague Objects?

게티어 뺨 치는 한 페이지 짜리 논문입니다. 수식으로 뒤덮여있긴 하지만,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네요:

a가 b와 모호하게 동일하다고 해보자. b는 a와 모호하게 동일한 성질을 갖고 있다. a는 a와 확실하게 동일한 성질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a와 b는 라이프니츠의 법칙에 의해 동일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a와 b는 확실하게 동일하지 않다. a와 b는 모호하지 않게 동일하지 않다. 이는 모순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호성은 논리학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

흥미로운 논점이네요. 평소에 모호성을 좋아하지 않던 저로써는 좋은 소식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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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원문을 봐야 논리 전개가 이해가 더 잘될 듯하네요.


원문은 여기 있습니다: https://sites.ualberta.ca/~francisp/Phil428.526/EvansVagueObjects7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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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까 저도 봤는데 아마 제가 양상 논리부터 배워야 식을 이해할 것 같아요. 아직은 제 배경지식이 부족하네요.

나중에 연습 목적으로 증명 보조기를 이용해 형식화할 만한 논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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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의 논리전개가 masked man fallacy같단 인상을 받아서 SEP를 슬쩍 봤는데 애초에 공격대상이 형이상학적 속성으로서의 모호성이었네요. 흥미롭지만 이쪽은 심연일 것 같아서 도망갑니다ㄷㄷ
https://plato.stanford.edu/entries/vagueness/#AllVag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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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론을 언급하시다니 흥미롭네요. 사실 이 논문을 읽은 이유가 신뢰주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거든요 (일단 염두에 두는 건 골드만의 신뢰주의입니다.). 신뢰주의는 인지 과정 같은 것을 정당화의 기반이라고 보는데, 인지 과정은 아무래도 모호성의 문제에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신뢰주의는 모호성을 받아들여야하는데, 에반스의 주장을 어떻게 잘 만지면 신뢰주의에게도 비슷한 반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물론 위에 말씀하신 masked man fallacy랑은 다른 얘기겠지만요.

지금 생각하는 건 epistemic status입니다. 두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이번에 새를 보는데, 한 명은 정당화가 되는 거리에서, 한 명은 모호한 정당화가 되는 거리에서 본다면, 이 둘은 동일한 epistemic status를 가질 수 있는가? 라는 거죠. 이렇게 되면 각 사람의 epistemic status 을 에반스의 a와 b로 두면 뭔가 반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한 시간 전에 생각해낸 거라 명료하지도 않고 빈틈도 많겠지만, 일단 써놓을게요. 여기서 혹시라도 토론의 장이 열리면 그거대로 도움이 되고, 아니더라도 한 번 쓰면서 정리가 되니깐 도움이 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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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결론이

이렇게 나는게 맞나요?

(1) 과 (5')은 Inconsistent하기에 (1)이 참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는거 아닌가요?

즉, 'a가 b와 모호하게 동일하다'는 것은 거짓이다. 따라서 '모호하면서 동일하다'라는 명제는 거짓이다 정도의 결론이 도출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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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호하게 동일한 a와 b는 없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동일성 statement는 있을 수가 없는거죠. 그리고 저 수식 전 단락 발췌를 봅시다 (이제 논문의 모든 부분을 스크린샷으로 올렸네요):

다시 말하면, 특정 물체에 대한 모호한 사실이 있으려면 모호한 동일성 statement가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모호한 동일성 statement는 논리학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특정 물체에 대한 모호한 사실이 있다고 할 수가 없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적어놓고 보니 이렇게 말하는 게

보다 더 엄밀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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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도 이전 서술보다 지금의 것이 evans 입장에 대한 더 정확한 서술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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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논문이죠. De re vague identity는 모순이다! 이걸 동일자의 식별 불가능성으로부터 추론하는 과정이 그저 빛….

다만 에반스가 다루는 주제가 그다지 흥미로운 것 같지는 않아요. 정말 흥미로운 철학적 문제는 다음과 같은, 보다 약한 논제들이 성립할 수 있는지라고 생각해서요:
(Vague existence) ∃x∇∃y(x=y)
(De dicto vague identity) ∇∃x∃y(x=y)

제 입장은, ∇가 인식적 양상이나 그 외의 어떤 가능성의 계열을 각각의 정밀화(precisification)로 갖는 식으로 이론화될 경우 둘 모두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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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는 테크니컬한 분석이나 문제해결 뿐만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도 분명한 철학적 지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개인적인 "인상"을 받곤 하는데요. 그가 장수했다면 분명 20세기 철학사에 더 큰 족적을 남겼을 것 같은데 참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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